| | | ↑↑ 2019년 4월8일 신림면 법지리 주민들이 레미콘 타설이 한창 진행되는 건축현장에서 축사 신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 주간해피데이 | |
11월19일 1심에서 주민들이 승소했다. (군청이 항소하지 않으면) 축사(우사) 건축허가는 취소된다.
해당 축사의 부지는 가축사육 제한지역이었지만 허가가 났다. 당시 제한거리는 500미터. 해당부지에는 500미터가 넘는 부분과 이내인 부분이 있었다. 제한지역에 축사를 짓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므로, 꾀를 내어, 군청은 토지를 분할해서 500미터가 넘는 부분에 축사를 짓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농지법상 토지분할은 불법이었다. 군청은 이 토지분할이 정말 불법이었는지 몰랐을까? 이러한 불법을 저질러 놓고도, 이 허가 때문에 마을이 온 난리를 치르게 만들어 놓고도, 군청은 적반하장격으로 ‘공공복리’를 들고 나온다.
군청은 “분할 전 토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극히 일부 면적만이 가축사육 일부제한지역에 속할 뿐이며, 이 건축허가가 취소될 경우, 이미 완공된 축사의 존립과 운영이 위태로워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공복리’가 아니라 ‘사익’을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고창군은 불법적 사익을 옹호하고 있는 기관이 돼버린 것이다.
법원은 “해당 토지분할은 위법하게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필지 중 극히 일부가 가축사육 일부제한지역에 해당하더라도, 나머지 부분 또한 가축분뇨배출시설의 설치나 그에 따른 가축사육도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인근주민의 생활환경상 권리 내지 이익의 보호 등을 위해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설정하도록 위임한 가축분뇨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반면 해당 건축허가처분은 축사주인의 사익을 위해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만일 가축사육 제한지역에 속하는 면적의 규모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이 건축허가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해당 조례가 명백히 정하고 있는 가축사육 제한지역의 적용기준을 군청이 얼마든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우려가 있으며, 특히 가축사육 제한지역의 경계에 속한 토지의 경우, 그 분할을 전제로 한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만연히 허용함으로써,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설정한 취지를 사실상 잠탈(교묘히 빠져나감)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성이 충 분하므로 오히려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고창군은 2018년 5월 법지리 1000-2번지(답·3781제곱미터) 부지에 우사(2030제곱미터)와 퇴비사(200제곱미터) 신축을 유모씨에게 허가했다. 고창군은 토지분할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처분했으며, 유씨는 2019년 4월 기존 1000-2번지를 새로 1000-2번지(3718㎡)와 1000-6번지(63㎡)로 분할할 것을 신청했고, 고창군은 그 분할을 승인했다. 토지분할 전 유씨는 2018년 8월 축사신축을 착공해, 2020년 3월3일 완공한 후, 고창군은 3월16일 사용을 승인했다. 유씨는 건축허가신청서에 167마리의 소를 사육할 예정이라고 기재했고, 2020년 6월 기준으로 63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2019년 6월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주민들은 축사허가를 나중에 알았고, 처음에는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만족하는 줄 알고 건축주의 인정에 호소했다고 한다. 법지리에는 향약(마을자치규약)이 있었는데, ‘회원의 의무’ 중에 하나로, “혐오시설·악취·소음 등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축사·공장시설 등의 신축 자제”를 요구하고 있었다. 유모씨 가족들이 이미 두 곳의 우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마을주변 2킬로미터 이내에 축사만 11곳이 있었으므로, 군청에서 허가는 받았지만 주민들은 이 향약에 기대어, 유모씨에게 공사를 착공하지 않기를 요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에는 서로 우호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유모씨는 공사를 착공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고창군청과 전북도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부지와 마을이 가깝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상에 해당부지가 가축사육제한구역이라고 명확하게 표기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주민들의 분노는 건축주에서 고창군으로 옮아갔다.
그러던 중 ‘토지분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허가난 지 1년 뒤, 착공한 지 8개월 뒤 토지가 분할됐다. 허가 당시부터 토지분할을 조건으로 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3백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의 감사착수가 늦어지고 공사진척은 빨라지면서, 2019년 5월 주민들은 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공익감사청구는 규정에 따라 종결 처리됐다.
1심 법원에 따르면,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이 시행된 해당 부지는 농지소유의 세분화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분할이 제한되며, 예외적으로 분할이 가능한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가축사육제한조례의 규정을 위반해 이뤄진 해당 건축허가는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겼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마음 한켠엔 분하고 답답한 심정이 남는다. “잘못된 행정 하나 때문에” 주민들은 시달림과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다. 무혐의로 끝났지만 집단항의 과정에서 건축주에게 소송도 당했다. 이 싸움에 바친 주민들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는 보상받을 수 없으며, 만약 보상받을 수 있다면 어디서 보상받아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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