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의 호를 딴 고창군 부안면의 도로명 ‘미당길’이 개명을 앞두고 있다. 고창군에 따르면, 미당의 고향인 부안면 진마마을 주민 등 도로명 주소사용자 절반이상이 ‘미당길’ 개명에 찬성해, 12월 중이나 늦으면 내년 초 도로명주소위원회를 열고 ‘미당길’ 변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미당길은 서정주의 생가와 미당시문학관 인근의 마을도로다. 지난 9월4일 도로명 사용자 31명 중 21명(67%)은 도로명 개명에 대한 동의서를 군청에 제출한 바 있다.
미당(未當) 서정주(1915~2000)는 일제강점기 가미카제 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오장(伍長) 마쓰이 송가’ 등 친일시(詩)를 쓰고, 전두환 독재 정권을 찬양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동안 항일단체들과 일부 지역민들이 친일반민족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며 미당길 개명을 요구해 왔다.
군청 관계자는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미당길 변경과 관련해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면서 “도로명 주소 개명에는 인근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된다”고 전했다.
도로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군청에서 14일 동안 변경공고를 한 뒤,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다시 심의결과와 변경내용 및 절차를 공고한 뒤, 공고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주소사용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도로명의 변경을 요구한 이가 주소사용자의 과반수이며, 새로 사용될 도로명이 제시되고 그 도로명을 심의위에서 동의한 경우, 서면동의를 생략할 수 있다.
한편, 2019년 말까지 격화됐던 인촌 동상과 도로명의 존폐문제는, 2020년 공론조사를 위해 편성됐던 사업예산이 고창군의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당시 고창군농민회도 공론조사 사업예산의 삭감을 요구했는데, 이는 군수 직권으로 동상 철거와 도로명 개명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촌로와 미당길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인식에 차이가 크다. 인촌 김성수는 고창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여기는 반면에, 미당에 대해선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민성진 사무총장은 “주민들의 일상과 가까운 도로명의 친일 잔재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전라북도에 인촌로 개명을 위한 공론화 예산 반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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