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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들은 바보가 되었다. 고창군청과 동우팜테이블의 입주계약을 막으려고 군청 앞에서 삭발도 했지만, 이미 계약은 끝난 뒤였다. 군수를 만나기 위해 군수실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다음날 군수와의 대화 중 “어제 계약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난리를 치는데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니, 군수 입에서 계약을 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군청 상생경제과에서는 ‘협약 이후 다각적인 검토가 진행됐고, 고창일반산업단지 비상대책위가 대화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계약을 못하게 하려고 군수를 하루종일 기다리다 돌아갔으면, 군수와 만난 이후 계약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군청이 아무런 신의도 없다고 느꼈고, 그래서 군청에 대한 일말의 신의도 잃어버렸다고 한다. 군청 상생경제과 여성 주무관이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며 머리를 짧게 깎았다고 한다. 비상대책위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너무 짠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우팜투테이블(이하 동우팜)이 12월11일(금) 고창군청에 입주계약 신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12월15일(화) 오전 10시경 고수면 비상대책위는 군수를 만나기 위해 군수실을 찾았다. 유기상 군수는 ‘찾아가는 이동군청’이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종일 부안면에 머물렀다. 비상대책위는 그래도 군수를 계속 기다리다가, 오후 3시30분경 입주계약을 미뤄달라는 말을 전하고 군청을 나왔다.
다음날인 16일(수) 아침 비상대책위와 주민들은 다시 군청을 찾았고, 입주계약을 막기 위해 오전 10시경 군청 현관에서 대책위 대표 등 9명이 삭발을 했으며, 이후 11시10분경 군청 상황실에서 유 군수를 만났다. 유 군수는 이자리에서 “(이미) 동우팜과 입주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군청 담당자에 따르면, 전날(15일) 비상대책위가 돌아가고 난 뒤, 오후 5시30분경 입주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주민들과 군수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군수와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은 “주민들의 자발적 동의하에 동우팜과 유치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고수면에서 누가 찬성했는지 얘기를 해 봐라. 고수면민들이 원하는 않은 기업은 유치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고수면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동우팜 유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찬반’을 얘기하고, 협의해도 ‘찬반’을 협의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군수는 ‘동우팜 입주’는 전제로 하고 환경피해 저감 등을 얘기하자고 했다.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유 군수는 주민들에게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업체는 유치하지 않겠다’는 식의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실제로 동우팜과의 협약근거를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에 놓았다. 협약 후 주민들의 반대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군수가 얘기한 논리에 따르자면, 계약하기 전에 다시 찬반 의견을 수렴해 입주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자, 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본다거나, 동우팜 유치는 주민들의 동의에 근거한다는 얘기는 쏙 들어가 버렸다. 물론 이것은 법적 절차는 아니며 굳이 이름붙이자면 정치적·도의적 절차이다.
주민들과 비상대책위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고창군수·고창군청이 고수면민과의 최소한의 신의조차 저버렸다”며, “제한업종 입주계약취소 행정소송, 이장 등 동반사퇴, 군수 주민소환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 주민 저항권과 기본권을 지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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