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고창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또는 기존의 생각과 다른 모순이 생길 때 이런 모순의 차이를 감소시키려고 하는 것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답니다. 나의 생각과 주장에 다른 이가 반대주장을 하면 내가 맞고 다른 이가 무조건 틀렸다라고 확신하면서 자기위안을 삼는 심리적 행위를 말합니다.
유기상 군수는 고창일반산업단지에 기어이 동우팜투테이블과 입주계약을 했습니다. “주민이 반대하면 못하는 거죠”라고 대중에게 말하고도, 고수면 비상대책위의 반대의견 전달, 반대현수막, 계속된 1인 시위, 군청 앞 반대 집회, 삭발시위에도 군민의 간절한 마음을 무시하였습니다.
입만 열면 농생명 살려, 품격 있는 역사, 생태관광도시, 사람 키우는 도시 만들겠다고 하더니 심각한 악취와 다량의 오폐수, 엄청난 양의 용수 사용 등의 문제로 남원·순창·새만금청에서 모두 계약이 불발된 대규모 닭도축 가공업체를 굳이 끌어들여 대단한 공적인 냥 홍보하고, 주민반대와 입주제한업종 규정까지 무시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행태는 인지부조화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기상 군수는 지난 선거 당선 후 인터뷰에서 후보시절에 군민을 만나면서 닳아 없어진 운동화가 12켤레에다, 주민 목소리를 적은 수첩이 15권이었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누굴 만나고, 무슨 얘기들을 적었을까요? 몇 년 전 부안면 소요산에 태흥축산이 대형 돼지농장을 짓겠다고 하자, 부안면 주민들이 악취와 환경오염을 염려하여 반대투쟁을 했었습니다. 당시 후보자 시절이었던 군수는 반대대책위의 뜻을 지지해주고, 최종 대법원판결까지 승소하자, 군수신분으로서 반대한 지역주민들이 환경을 지켜주었다며 칭찬하였습니다. 돼지와 닭은 다른가요? 악취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피해는 같은데요.
군수는 동우팜투테이블과 입주계약 후에도 환경피해저감의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했답니다. 2013년부터 가동된 부안군의 참프레공장이 고창산단에 짓겠다는 모델입니다(고수면 주민설명회 때 회사 측 직원이 설명함).
하지만 참프레공장은 지속적으로 악취와 폐오수의 문제로 부안군 주민들을 괴롭혔습니다. 참프레공장은 도축과정에 폐수와 도축 부산물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개선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왔고, 올해도 악취저감 시설 보강과 증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검사결과 기준치의 6배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와서 부안군청은 참프레에게 지난 8월 26일부터 오는 12월4일까지 100일 완료기준, 개선되는 날까지 하루 1백만원, 최고 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조치를 했습니다. 12월4일까지 시정되지 않으면 영업정지 명령이나, 한 차례 3개월 연장 후 개선되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당해야 합니다. 부안군청에 연락해 보니 12월4일까지 참프레공장이 시설개선을 완료하지 못해서 검사를 나가지 못했다는 군청담당자의 말을 확인했습니다. 이런데도 군수는 문제없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만 합니다. 책임진다는 말까지 했답니다.
남 말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하는 것이 인지부조화입니다. 군수가 책임질 수 있는 건 지금이라도 입주계약을 파기하는 것뿐입니다.
유기상 군수는 군민이 군수다, 군민이 군수인 행정을 최우선군청과제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평이근민(平易近民) 사자성어로 군민이 알기 쉬운 공감행정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역신문에 여러 차례 합리적인 반대의견을 내고, 추운 겨울에도 1인 시위, 군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집회와 삭발시위까지 하고, 전북도청과 청와대까지 가서 막아달라고 외치는 주민의 말을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군청로비에는 청원경찰들로 가득찬 것을 보면 군수는 인지부조화입니다.
지난 주 지역신문 1면에는 반대하며 삭발까지 한 주민들과 군청직원의 대치하는 안타까운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의 신문 다른 면에는 천선미 부군수의 ‘고창은 유네스코이념과 철학을 실현하는 대표지역이다’란 글이 실렸습니다.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을 목적으로 전 세계 자연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유네스코의 이념과 정신을 실현하는 대표지역 (…) 고창군의 이 같은 결과는 세월이 준 선물이 아니라 선사시대 이래 지속되어온 삶이, 자연의 파괴가 아닌 자연의 현명한 이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품격있는 역사·문화·생태관광지이자 힐링과 휴식의 명소가 왜 고창인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라고 마무리 했습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만, 하루 50만에서 80만 마리의 닭을 도살하고, 하루 8천톤의 폐수를 방출하며 감당할 수 없는 다량의 오폐수와 악취·분진의 문제가 예상되어 간절히 호소를 하는 반대주민들을 무시한 채, 동우팜투테이블의 입주를 추진하는 고창군행정의 천선미 부군수도 인지부조화입니다.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아름다운 고창에 동우팜투테이블을 유치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은, 주민들과 생각이 다른 것이 아니라 분명히 틀린 생각입니다. 빨리 내 생각만 옳다는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 ‘군민이 군수다’라는 생각으로 돌아가, 지역주민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 동우팜투테이블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행동으로, 인지부조화가 아니라 인지조화를 이루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를 합니다.
※사족: 지난 5월 정읍시 소성면에 짓겠다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적극 반대하고, 부실한 영광핵발전소 재가동을 반대한 고창군의회는 고창에 직접적으로 악취와 환경오염, 생활용수 부족과 막대한 군비지원을 추가로 해야 하는 동우팜투테이블과의 계약을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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