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민중행동·전북여성단체연합·정읍시민연대(12월23일자)
정읍시의회는 2020년 12월7일 본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읍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이는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인 K의원을 고소한 지 무려 10개월, 사건 발생으로부터는 1년이 지난 시점으로 만지지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정읍시의회는 12월16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8명의 윤리특위 위원을 선임하지 못해 결국 성추행 시의원 관련 윤리특위를 구성조차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되었다.
2020년 2월13일 피해 시의원이 동료 K의원을 2019년 10월 회식자리에서의 강제추행 혐의로 전주지방검찰청에 고소하여 정읍시의원 성범죄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정읍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전북여성단체연합과 전북민중행동 등 전북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서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의원직 제명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읍시의회는 신속한 징계절차에 착수하기는커녕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자행하는 등 전혀 자정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다.
심지어 지난 2020년 4월27일에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안이 아닌 윤리특위 구성안조차 의회 스스로 부결시킨 바 있다. 또한, 11월13일에는 정읍시의회 의원 정원 17명 중 14명이 서명하여 성범죄 시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가 시의회에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회의규정에 따라 처리되지 못하고 회기를 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는 정읍시의회가 무능의 도를 넘어 의회라는 기구가 도대체 존재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읍시의원의 비위행위는 시민들의 요구 이전에 경찰서에서 검찰로의 송치,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수사내용이 정읍시의회에 송부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읍시의회는 윤리특위 구성조차 하지 않는 등 의회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외면해 온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12월7일, 우여곡절 끝에 윤리특위 구성안을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통과시키고도 윤리특위 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의회를 보면서 시민들은 정읍의 명예를 정읍시의회가 다 실추시키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이번 정읍시의원의 성범죄 사건은 작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피해자에게 2차·3차 가해를 자행하고, 가해자는 자기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사건을 무마시켜 나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읍시의원 성범죄 사건 진행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해 시의원은 식당에서 피해 시의원을 껴안으려 하는 등 성추행을 하기 위해 수 분간을 쫓아다니는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하고 머 그럴게 아니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는 물론 시민들에게 사과의 발언은 고사하고, 언론과 시민단체 활동가 7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와 함께 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하였다. 성범죄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시의원이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성추행은 성범죄 일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가해자는 정읍시의회 의원으로서 윤리강령을 위반했으므로, 형사재판 이전에 정읍시의회는 윤리특위를 구성하여 진상을 파악하고 규정대로 징계절차에 착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윤리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 회식자리에 함께 있던 동료의원이 법정에서 사건에 대한 진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성범죄 시의원에 대해 징계절차조차 착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그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다.
셋째, 일반 회사에서도 직장내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대응매뉴얼에 따라, 우선적으로 피-가해자를 분리조치하고 진상을 파악 후 조치하는게 상식이다. 그런데 정읍시의회는 가해자를 분리하기는커녕, 가해자를 피해자와 한 차에 태워 이동하는 등 오히려 2차 가해를 자행하였다. 최근 11월 정읍시청 모 간부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되어 경찰조사가 시작되자마자 가해자를 직위해제한 것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자정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정읍시의회 현실에 시민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전북민중행동, 전북여성단체연합, 정읍시민연대 이하 56개 시민사회단체는 정읍시민의 명예뿐만 아니라 전북도민의 명예까지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는 성추행 장본인과 성추행 범죄 피고인을 감싸고 있는 세력들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더 이상 추악한 행태를 멈추고 징계절차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또한 정읍시의회는 한참 늦기는 했지만 윤리특위 구성안이 통과되었으므로,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조상중 정읍시의회 의장의 책임 하에 실질적인 특위구성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신속하게 징계절차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정읍시의회 의장단 전원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성범죄 사건 발생 1년여가 지나도록 윤리특위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 민주당은 집권정당으로서 시민들의 요구에 맞는 책임정치를 실현하라.
김제시의회의 경우 불륜관계에 있는 시의원의 징계를 처리하지 않고 미적거리다 시민들의 분노가 주민소환운동으로 번져, 김제시의회 의장이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정읍시의회가 이번에도 추악한 세력에 밀려 윤리특위를 통한 실질적인 징계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읍시의회를 성추행 범죄 피고인의 동조세력으로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추궁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더 이상 정읍시와 전라북도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정읍시의회와 민주당은 발빠른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파렴치한 성범죄 피고인 시의원은 즉각 사퇴하라! 정읍시의회는 지체 없이 윤리특위를 개최하여 성범죄 피고인을 제명하라! 민주당은 성범죄 피고인에 대한 제명을 당론으로 결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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