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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두고, 고창군청이 본예산 7천억 시대를 열었다는 현수막이 일제히 고창읍을 덮었다. 군청에서 현수막을 거는 것은 선거운동에 저촉될 여지가 있기 때문인지, 농협을 위시한 민간단체들이 이 홍보작업을 대신하고 나선 모양새다. 물론 군청이 민간단체에 이를 요청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고창농협,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고창지부, 고창군애향청년회, 고창읍이장협의회, 대한노인회 고창군지회, 고창향교 유림 일동, 재광고창군민회, 한국생활개선 고창군연합회, 고창새마을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고창군연합회, 농촌지도자고창군연합회·여성농촌지도자회, 고창군애향운동본부, 고창군자율방범연합회, 민족통일고창군협의회….
고창에 나타난 새 경지의 풍경이고, 이런 식의 군청과 민간의 관계가 씁쓸하다. 2021년 본예산은 7131억원이 통과됐고, 2020년 본예산은 6302억원이었으니 829억원이 늘었다. 2019년 본예산은 5837억원이었다.
우선 세입부터 살펴보자. 모든 지자체들이 지방교부세가 줄어들면서 2021년에 마이너스 예산이 될 것을 우려했지만, 공익직불금 등 국고보조금(기금 포함, 이후 국고보조금 등)이 늘어나면서 다행히 예산이 증가했다. 하지만 용도가 지정된 국고보조금 등은 늘고, 용도가 자유로운 지방교부세는 줄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살림살이는 줄었다고 볼 수 있다.
고창군은 지방교부세가 126억원 줄었으며, 국고보조금 등은 620억이 늘었다. 올해도 지방교부세가 104억원이 감소했기 때문에, 지방교부세는 도합 230억원의 부족분이 발생한다. 고창일반산업단지 분양대금도 100억원이 수입으로 잡혔지만, 기존의 군비·지방교부세에 의한 지출을 적절하게 줄이면서도, 염전부지(2차)를 매입할 가용재산(군비)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고창군은 2백억의 부채(국내차입금)를 빌렸다.
따라서, 국고보조금 등 증가분과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합하면 500억원이 증가하고, 고창산단 분양대금 80억원 증가분과 부채 200억원 등 모두 약 800억원이 늘어나, 올해 본예산이 829억원 늘어나게 되었다.
세출도 사업예산이라고 보기 어려운 △심원 염전부지 매입 232억원 △직불금(국비) 증가분 180억여원 △군청 인건비 증가분 34억원 △엄지식품 투자보조금 100억원 △고창사랑상품권 할인판매 보상금 24억원 증가 △농민공익수당 증가분 11억원에다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와 소하천 복구·정비(2020년 여름 호우피해 하천 재해복구사업 포함) 증가분 228억원만 해도, 도합 약 800억원이 넘게, 올해 본예산 증가분 829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허울만 좋을 뿐 실제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이는 일반행정비용은 55억원(26%) 줄고, 읍면 예산이 33억원(34%)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은 사무용품 등을 더욱 아껴써야 할 테고, 농어촌버스도 10대를 바꿔야 하지만 (안전을 담보로) 3대밖에 바꾸지 못한다. 유기상 군정 3대 사업인 복분자 활성화사업도 약 3억원 감소하고, 악취저감사업도 약 8억원 감소하며, 사회복지예산도 소폭이지만 감소한다.
그런데 군청 보도자료도, 가로수에 걸린 현수막도 축하 일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부터 모두가 다 어려운데 어떻게 고창군만 잘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고창군이 긴축재정 상황을 잘 설명하고, 위기극복을 위해 어디는 긴축정책을 하고, 어디는 중점적으로 적극재정을 하는지, 그런 내용과 홍보가 보다 군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단지 총액이 늘어났으니 축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확하게 실상을 알리고, 군민들께 어렵지만 함께 힘을 합쳐 잘 이겨내자고 해야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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