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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1년 04월 12일(월) 09:39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활뫼지기 박종훈(고창 해리면 궁산교회 목사)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활뫼 산책길에 산벚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 길을 정비하며 관리한지 벌써 만 13년이나 되었다.

한 여름만 빼고 늘 다니는 산책길은 몸과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며 질리지 않는 자연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다. 내려다보이는 저수지 또한 방향에 따라 물결과 햇빛에 반사되는 파장도 시간마다 다르다. 고라니와 꿩은 자주 마주치고 철따라 짝을 찾는 여러 새소리는 나의 귀를 청소해준다. 소리 없이 솟아오르는 온갖 야생화와 잡초들은 볼 때마다 반갑고 낙엽 밟는 소리도 종류에 따라 정겹게 들린다.

한 번 태어나서 자라는 나무들은 평생 그 자리에서 살지만, 바람의 세기에 따라 움직이며 동물처럼 소리도 내고 춤도 춘다. 오감(五感)을 통해 전해지는 자연의 혜택을 맛보지만 나의 마음을 가장 끄는 것은 손수 심었던 산벚나무이다.

처음 심을 때는 같은 토양에 비슷한 크기로 세 살박이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지금에는 여러 차이가 나고 있다. 심었던 그 때보다 겨우 조금 자란 것이 있는가 하면, 그 열배나 더 크게 자란 우량나무도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살펴보니 토양의 조건은 거의 똑같지만 하늘에서 오는 혜택의 차이가 있었다.

바로 일조량이다. 산벚나무 주위에 다른 나무가 없는 곳에는 마치 기지개를 켜듯 힘차게 자랐지만, 볕뉘를 가로막는 장애물 옆에 자리 잡은 곳에는 가뭄에 허덕여 비쩍 마른 나무처럼 되어 있었다.

그 방해물이 바로 대나무와 칡덩굴이다. 주위의 다른 나무들은 산벚나무와 어울리며 경쟁을 하면서 자라지만, 대나무와 칡덩굴은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서 햇볕을 차단시키고 있었다.

우리 사람도 삼시세끼 밥을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듯 나무들도 필요한 일조량이 있다. 일조량이 충분치 못하면 살아있더라도 자라나지 못하고 겨우 생명만 유지하거나 병들어 죽기도 한다. 이미 몇 그루가 살아남지 못한 모습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 사람도 햇볕과 같은 사랑이 필요한 존재이다. 과거 궁핍한 시절에는 영양실조와 열악한 보건환경으로 인한 후진국형 질병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충분한 영양공급과 의무교육으로 삶의 질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특히 어린 시절의 충분한 사랑의 부족은 평생 다양한 정신적 부작용으로 나오고 있다. 나무는 소리 없이 죽거나 성장이 멈추지만 영혼을 가진 인간은 자학이나 폭력성으로 또는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대신에 부족한 세 살 사랑 여든까지 간다라는 신 속담을 말하고 싶다. 아이 때 궁핍한 사랑의 갈증은 나중에 어른이 되고 충분한 사랑을 누릴 수 있는 환경임에도, 내면(內面)에는 숨어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받은 자가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평범한 말이 살아갈수록 깨닫게 된다.

십여 년 전에 집에서 진돗개 잡종을 강아지 때부터 키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먹이를 주어도 주인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을 거부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 아무리 달래고 호감을 가지고 간식도 주며 접근해도 사람을 따르지 않았기에, 결국 도중에 지나가는 가축 장사에게 팔 수밖에 없었다. 원인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강아지 때 훈련시키느라 손으로 몇 번 때린 것이 기억이 났다. 그 이후부터 나만 다가가면 두려워 떨며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성 없는 동물도 강아지 때 받은 아픈 기억에, 주인을 따르는 본능을 거스려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영혼을 가진 인간이 받아야할 사랑이나 돌봄이 부족하면 그 결핍함이 내적 영양실조로 나타난다. 동물들은 떠날 때 떠나더라도 일정기간 반드시 그 부모가 키우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만물의 으뜸인 인간이 유아 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면 가족들이 나중에 주려해도 이미 자라버린 아이들은 마음으로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마치 흘러버린 강물을 다시 제자리에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다.

필자가 세 자녀들을 키우며 되돌아보니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태중(胎中)의 영향이 고스란히 미치고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성격은 물론 선호하는 음식까지도 산모의 당시 형편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산모에게 보고 듣고 먹는 것은 물론 정신적·육체적인 것, 언행까지도 삼가 조심하며 태교(胎敎)에 공을 들였었나 보다.

산벚나무의 성장에 일조량을 막는 가장 큰 방해가 주위 나무라면,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할 아이들의 그늘은 바로 돈과 이기적 욕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도 팔 수도 없다. 사랑이 돈으로 거래가 된다면 이미 사랑의 본질을 떠나버린 것이다. 또 한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떤 사람도 스스로 자라지 못했듯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은 받은 사랑을 되갚는 원리이다. 작금(昨今)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타난 범죄가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근원은 사랑의 결핍일 것이다. 가해자도 어쩌면 충분치 못한 사랑의 결핍이 범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나중에 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인간에게 생명이 최우선이라면 그 다음은 사랑일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아이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을 가지고 태어났다. 가족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나중에 자신과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는 바람직한 인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산책길 벚나무가 마음껏 자라도록 햇살을 막는 나무들을 제거하여 주는 작업을 즐겁게 마치었다. 올 해는 더 활짝 핀 벚꽃을 기대하며 고맙다는 나무의 인사를 받고 싶다.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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