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노을대교는 부안군 변산면~고창군 해리면을 연결하는 교량 길이만 7.48㎞이다. 인접도로까지 합하면 기존에는 15.04㎞였지만 사업량을 8.9km로 조정해, 사업비도 4276억원에서 3728억원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기존 경제성 평가점수 0.4에서 0.6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 | ⓒ 주간해피데이 | |
국도 77호선은 부산과 경기도 파주를 잇는 도로다. 부산에서 남해안과 서해안을 거쳐 최북단에 근접하는 국내 최장 해안도로 중 하나로 꼽힌다. 총 길이는 1137킬로미터이며, 곳곳마다 빼어난 풍경을 뽐내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한반도 남서단을 매끄럽게 잇는 이 도로에는 마치 이가 빠진 것처럼 단절된 구간이 있다. 바로 부안군 변산면∼고창군 해리면을 연결하는 바다 구간이다. 도로가 끊긴 탓에 주민들은 2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넘게 돌아가야 한다.
자연스레 부안군과 고창군은 오래 전부터 끊긴 부분을 메우기 위해 7.48킬로미터 규모의 해상교량 사업(전체 15.04킬로미터, 총사업비는 4276억원)을 추진해 왔다. 부안의 ‘부’와 고창의 ‘창’을 본떠 ‘부창대교’로 다리 이름을 지으며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2005년부터 추진된 사업은 기본용역을 거쳐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2012년에는 제18대 대통령선거 공약사업으로 선정되며 오랜 기다림의 열매를 맺는 듯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수도권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부창대교는 경제성 논리에 밀려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동안 반대입장이 강했던 부안군이 찬성기조로 돌아섰고, 고창군과 부안군은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다. 서해안 낙조를 뜻하는 ‘노을대교’로 다리 이름을 바꾸고 주민 염원을 담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3월31일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일주일 만에 부안과 고창지역 주민 3만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유기상 고창군수와 권익현 부안군수는 지난 4월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찾았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따로 4월28일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만나 “지난 20여년간 지역의 숙제로 남아있던 노을대교가 이제는 해결돼야 할 시점”이라며 3만명의 염원이 담긴 ‘고창~부안 노을대교 조기착공’ 촉구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에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서해안권 발전을 위해 노을대교 건립은 필요하다”며 “노을대교가 조기착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정운천 국회의원(고창출신)도 지난 4월9일 노을대교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제1야당 차원에서 사업추진을 돕겠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제20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회 예결위원으로 활동하며 노을대교 건설을 촉구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4월19일 심덕섭 전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노을대교건립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노을대교가 대표공약이었던 윤준병 국회의원은 여당 차원에서 기재부와 국토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관련 지자체장(송하진 전북도지사, 유기상 고창군수, 권익현 부안군수)들과 함께 국토부와 기재부 및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들에게 노을대교(부창대교) 사업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때에 따라서는 세종시로 직접 이동하여 기재부와 국토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윤 의원은 전북도 관계자들과 제출 서류에 대한 검토회의를 수시로 진행·보완하고 있다.
윤 의원에 따르면, “경제성 평가의 경우 당초 0.4에도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업량 조정(15.04km에서 8.9km)에 따른 사업비 감소(4276억원에서 3728억원) 등 개선 노력을 한 결과, 0.6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책성 평가의 경우 곰소만 관광순환링 완성에 따른 관광증대, 서남해 해상풍력단지(2.4GW, 14조원) 건설지원 효과 등을 추가보완한 자료가 3월 중순 기재부에 제출됐다. 윤 의원은 “전국 유일의 단절구간의 연결이라는 점 등을 호소해 균형발전효과 항목에서도 가점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4월, 20년만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개편했다. 지방의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균형발전평가 항목 점수를 높이고,그동안 예타 통과의 걸림돌이 됐던 경제성 평가 비중은 축소했다. 기존 예타 종합평가(AHP)는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 25~35%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평가점수가 0.5 이상이면 타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개편된 예타 제도는 비수도권의 경우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현재 25~35%에서 30~40%로 5%포인트 높이고 반면 경제성은 30~45%로 5%포인트 낮췄다. 경제성이 1이하라 하더라고, 정책성·지역균형발전 항목 등 고려시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지난 3월말 일괄예타점검회를 가졌으며,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5월에 심의를 하고, 올해 6월 중에 제5차 국도·지방도 건설계획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부창대교를 건설하면 다리가 지나는 곰소만 갯벌이 훼손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갯벌 부분이 사라진 형편에서, 람사르습지로 지정(2010년)된 곰소만 갯벌은 연안습지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안군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 새만금방조제 안 매립땅에서 열리는 세계잼버리대회(2025년)와 새만금 신항만·국제공항 등으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가시화했다. 새만금권역 개발에 따른 관광수요가 급증하는 등 이를 통한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창군도 “해양수산부가 2018년 9월 고창군 심원·부안·해리면 일대 64.66㎢를 ‘고창갯벌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으나, 습지보호지역 가운데 노을대교 설치지역은 제외했다”며 건설에 찬성했다. 전북도는 “77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을 노을대교로 연결해 간선도로 기능을 회복하고, 부안과 고창의 통행거리 단축으로 물류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왕복4차로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으나, 왕복2차로는 경제성이 있다. 서해바다 노을과 새만금 개발 가속화, 서남해 해상풍력 등 노을대교의 필요성(타당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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