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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79세 홀몸 어르신이 정신을 읽은 채 발견됐다. 무려 삼일 동안 정신을 잃은 채 집안에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아 고창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홀몸 어르신 백신 접종 뒤 전화 안 받는데…후속조치 이뤄지지 않아
2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79세 할아버지가 지난 4월17일 고창 무장면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어르신이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된 가족이 4월17일 오후 3시 집을 찾아왔고,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침대 바로 밑에 엎드린 채로, 팔도 밑으로 내려간 채로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어르신의 진단은 뇌경색. 평소 농사일을 할 정도로 건강한 편이었지만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뇌경색으로 인한 마비와 언어장애 등의 증세로 중환자실을 오가며 치료받고 있다.
발견 이틀 전인 지난 4월15일, 어르신은 예방접종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고창읍 청소년수련관 체육관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그리고 오후 4시에 귀가한 뒤 정신을 잃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는, 75살 이상의 홀몸어르신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지자체 공무원이 적어도 3일 동안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상태를 살피도록 하고 있다. 고령인 데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해 대처하는 것이다.
어르신의 휴대전화를 보면, 무장면사무소 공무원은 백신 접종 다음 날부터 발견될 때까지 이틀 동안 ‘세 차례’ 전화를 걸었다. 어르신은 모두 받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자택 방문 등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
무장면사무소 공무원의 해명은 “전화를 안 받으시는 분이 몇 분 계셨는데 그냥 그렇게 하고 넘어갔다. 3일 동안 모니터링하게 돼 있지만,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따로 나와 있지는 않다”고 했다. 고창군보건소 공무원은 “해당 면사무소 직원이 미숙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누구 말을 따르더라도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르신에게 더 자주 연락하거나 찾아왔어야 했다고 후회하던 가족들은 “상식적으로 전화를 안 받으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거나, 이장 등에게 연락해 대신 찾아가게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가족들은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 아니냐”며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역학조사는 주로 의무기록을 토대로 하기에 가족들이 진행 상황을 곧바로 알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고창군 관계자는 “어르신이 백신을 접종한 뒤 의식을 잃은 것은 맞다”며 “현재 의식이 돌아왔고, 정확한 사실관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재발 방지 지시했지만…정부 차원 점검 필요
전북도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시·군 방역 책임자들에게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접 방문해 확인하라는 내용이다. ‘소극적 사후 관리, 부실한 후속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공무원의 미숙한 조치에 대비해 명확하고 구제적인 지침이 없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지침이 미흡하자, 실제로 경기 김포시와 충남 당진시 등 일부 지자체는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안 될 경우 이장이나 통장 등과 연계해 방문 관리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경기 김포시 담당 공무원은 “백신을 맞고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라는 게 모니터링의 목적인데, 전화로는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현장에 가서 실제로 안전하신지 보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전북도 관계자는 “각 읍면동에 담당 공무원이 있지만, 백신 접종 동의서 접수와 이동 지원 업무, 사후 관리까지 담당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물론 읍면동에서도 담당자 외에 전 부서 직원이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무량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고, 주민들 모두 감사하고 있지만, 이것이 관리부실의 핑곗거리가 될 수는 없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보고된 여러 건의 부작용 의심 사례에도 불구하고 접종의 이득이 피해보다 크고, 올해 안으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백신 접종에 대한 방역 당국의 사전·사후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 성립한다. 백신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관리마저 허술할 경우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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