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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한빛원전 5호기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헤드에서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는 의혹 대부분이 검찰 수사 결과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검찰청 환경보건범죄전담부(홍석기 부장검사)는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부실공사 의혹사건’과 관련해,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직원을 비롯해 시공업체(두산중공업)·한수원 직원 등 8명과 한수원·두산중공업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5월18일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한빛5호기의 부실공사 의혹을 접하고,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올해 1월22일 두산중공업과 하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3월23일 A씨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자백을 했으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므로 기각됐다. 검찰은 수사의뢰 후 6개월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핵반응로(원자로)는 핵연료 분열이 일어나는 핵발전소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장치이며 가장 위험한 장치이다. 원자로헤드는 핵반응로의 뚜껑역할을 하는데, 핵분열 속도를 조절해주는 제어봉 등이 있는 관통관 84개가 원자로 헤드에 설치되어 있다. 관통관이 완전 밀폐가 되지 않을 경우 핵반응로 안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게 된다. 그런 이유로 관통관의 용접은 아주 중요하고 최고의 작업 품질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원자로헤드 오류 용접 및 범행 은폐
시공업체 두산중공업의 하청업체 용접사 A씨(46)는 2020년 7월10일경, B씨(39)는 7월25일경,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용접 중 각 39번과 67번 관통관에, 부식과 균열에 강한 ‘알로이690’으로 용접해야 하는 부분을 ‘스테인리스’로 잘못 용접하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보고하지 아니한 채, 잘못 용접한 부분 위에 그대로 ‘알로이690’을 덧씌우고, 용접기록서에는 정상용접으로 허위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위계(거짓)로 한수원의 원자로 정비업무를 방해하고, 원안위의 안전관리에 관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다.
■수동용접 무자격자가 일부 구간에서 무단용접
원자로헤드 공사 중 수동용접이 필요한 구간은 수동용접 자격이 있는 용접사가 직접 원자로헤드 내부에 들어가서, 전류·전압 등 용접 변수를 정확하게 적용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직원 C씨(46)와 하청업체 용접사 D씨(43)는 수동용접 자격이 없음에도, C씨는 2020년 8월30일경 6개 관통관에 대해서, D씨는 8월4일경 1개 관통관에 대해서 각각 무자격 수동용접을 하고,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용접기록서에도 용접작업 등을 기록하지 않아, 거짓으로 한수원의 정비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용접사 자격인정 시험과정에서의 대리시험
두산중공업의 하청업체 용접1조장인 E씨(35)는 2019년 12월경 두산중공업의 용접사 자격인정시험 과정에서, 감독이 소홀한 틈을 이용해, 용접조장으로서 용접조원의 그라인딩 작업(관통관 용접불량 부위를 그라인더로 제거하는 작업) 실기시험을 대리하고, 또다른 용접조원의 가이드콘 용접작업(관통관에 가이드콘을 용접하는 작업) 실기시험도 대리했다. 이후 허위 시험자료를 제출해 자격인정을 받게 함으로써, 거짓으로 두산중공업의 용접사 자격인증부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원안위의 사후점검 과정에서의 용접업체측의 용접오류 은폐
2020년 7월28일~29일경 원안위의 지시로 한수원이 실시한 오용접 여부 전수조사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관통관을 잘못 용접했음에도 정상용접으로 허위보고하고, E씨와 F씨(39, 두산중공업의 하청업체 용접2조장)는 용접조장들로서 용접촬영영상 판독과정에서 부하직원 B씨가 잘못 용접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정상용접으로 허위보고하여, 거짓으로 한수원의 조사업무를 방해하고, 원안위의 안전관리에 관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원안위의 사후점검 과정에서의 ㈜두산중공업과 ㈜한수원 측의 부실보고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자로 운영자(한수원)는 원안위가 업무관련 보고를 지시한 경우 미보고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해서는 아니되고, 안전관련 설비제작자(두산중공업)는 부적합사항을 미보고하면 아니된다. 하지만, 원자로운영자인 ㈜한수원의 기계부 차장 G씨(49), 안전관련 설비제작자인 ㈜두산중공업 과장 H씨(39)는 공모하여, 2020년 7월29일 원안위의 지시로 한수원이 실시한 ‘원자로헤드 오용접 여부 전수조사’ 당시에, 덮어씌우기 등의 이유로 ‘용접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부존재’ 함에도 불구하고, ‘영상이 존재하고, 확인하는 중’인 것으로 거짓 보고해 원자력안전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원자력안전법의 처벌규정에 업체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존재함에 따라,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법인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원안위의 잘못된 안전관리는 무죄인가?
원안위는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어 부실공사 경위와 절차 위반, 관리·감독 소홀 등의 문제를 규명해달라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이는 원안위가 자신의 잘못은 회피하고 그 책임을 범죄적 혐의에만 돌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원안위는 이미 지난해 7월26일 이후 원자로헤드 관통관 엉터리용접(알로이690 대신 스테인리스로 용접) 문제를 확인했으나, 사업자(원안위)의 보고만을 믿고 용접중단 3일만에 재용접을 허용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관통관 부실용접은 지난해 7월25일 밤 11시에서 자정 사이쯤에 이루어졌다. 당시 3개 팀으로 나눠 작업하던 다른 팀 작업자는 용접 재질이 알로이690이 아님을 확인하고, 7월26일 자정 무렵 이를 신고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3일만인 7월29일 부실용접부 제거를 지시하고 재용접을 허가했다. 만약 원안위가 작업현장의 용접녹화내용과 한수원의 관리·감독, 용역업체인 두산중공업의 관리·감독, 공인기관의 검사내용 등 품질활동 전반에 대한 검토만 제대로 했더라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작업자의 실수”라며 ‘인적오류 예방방안’으로 상호체크, 인수인계서·작업일보 개정 등을 조치하겠다고 했다.
원안위는 지난해 7월에 제기된 원자로헤드 관통관 1개(69번)의 부실용접을 조치했다고 판단하고 용접재개를 승인했으며, 10월5일 한빛5호기 임계(가동)를 허용했다. 그러나 10월26일 증기발생기 고수위로 인해 원자로가 자동정지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 제보자에 의해 언론에 원자로헤드 부실용접이 69번 관통부 외에도 존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원안위는 11월2일 한빛5호기 가동을 정지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부실시공자에게 검증을 맡겼다
한수원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시공과정을 면밀히 관리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엉터리용접에 관한 문제가 발견되자, 한수원은 다시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에 검증을 맡겼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 검증 작업은 당연히 제3의 전문기관에 의뢰하거나, 적어도 한수원이 직접 검증해야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당시, 두산중공업이 작성한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용접부 건전성확인 보고서’를 두고, 용접부의 표면만을 검사하는 측정방법이 사용돼, 심층부까지 전부 알로이690 재질로 용접했는지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또한 1100시간의 용접영상 점검을 15시간의 수행했다는 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한빛5호기 재가동 승인과정에 검증과 규제를 담당한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두산중공업과 한수원의 부실용접 및 은폐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업무방해를 받은 기관이 스스로 눈을 감을 것이다. 다만, 각 기관들이 역할과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은 검사의 수사결과로도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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