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처님 오신 날인 5월19일, 화재 이후 임시로 지어진 ‘큰 법당’ 앞에 모인 스님들은 자갈이 쌓인 맨땅에 무릎을 꿇고 참회했다. | ⓒ 주간해피데이 | |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자락에 있는 내장사. 백제 의자왕 시절인 660년부터 자리 잡아 이른바 ‘천년고찰’로 불린다. 지난 3월5일 밤, 내장사 대웅전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지난 1월부터 내장사에 머물고 있던 승려인 50대 A씨가 휘발유에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켰다. 현장에서 붙잡힌 A씨는 당시 음주 상태였다.
“공식 행사 없이 스님들이 참회의 기도를 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인 5월19일 전국의 사찰에서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의 뜻을 담아 행하는 봉축법요식이 진행됐지만, 천년고찰인 정읍 내장사에서는 참회 법회가 엄숙하게 열렸다. 2012년 화재로 소실돼 3년 만에 재건됐던 대웅전이 사찰에서 수행하던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부처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인 내장사 대웅전은 화재 이후 임시로 지어진 조립식 건물 형태로 바뀌었다. ‘큰 법당’이라고 쓰여진 건물 안에는 불상 대신 부처님이 그려진 탱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큰 법당 앞에 모인 스님들은 자갈이 쌓인 맨땅에 무릎을 꿇고 참회했다. “1400년 유구한 역사의 도량을 청정하게 수호하지 못한 저희의 허물을 국민들과 불자님들께 참회한다”고 반성하며, “부끄러움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경계해 청정과 화합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법원,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충격 안겨준 범죄…중형 불가피”
일반건조물방화죄로 기소된 A씨에게 전주지법 정읍지원 재판부는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동료 승려들에 대해 불만을 쌓아오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대웅전에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내장사 승려와 불교 신도뿐만 아니라, 정읍시민에게도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줘 무거운 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료 승려를 향한 불만감’은 부인했으며, ‘심신미약’으로 방화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해 왔다. 또, “귀신에 씌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범행 정도나 결과에 비춰보면 의식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지자체 예산까지 들여 복원한 건물인데…방화로 ‘잿더미’
내장사 대웅전 화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대웅전이 불에 탔다. 당시에는 방화가 아닌 전기적 원인으로 대웅전이 모두 소실됐다. 지난 3월에 불에 타 사라진 대웅전은 2015년에 복원을 마친 건물이다.
이 건물에 들어간 예산은 25억원. 20억은 정읍시가 지원했고 5억은 내장사에서 마련해 보탰다. 비록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공공예산까지 들여 다시 세운 대웅전이 한순간의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만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스님들은 집단으로 참회의 1080배를 올리며 공개 사죄하기도 했다. 스님들은 “잠시나마 저희는 이 문제가 개인의 잘못일 뿐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어리석음에 빠졌다”며, “그러나 우리 각자가 모두 그러하듯이 그 스님 또한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공개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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