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4월29일자에서, 고창농협 대의원 선거에서 드러난 경업 논란에 대해 다룬바 있다. ‘농업협동조합법’ 제52조에선 ‘지역농협의 사업과 실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영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사람은 지역농협의 임직원 및 대의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업’으로 줄여 부른다.
카페가 고창농협의 ‘경업’이 된 이유
‘경업’ 경영·종사자는 농협 임직원·대의원이 될 수 없다. 즉 대의원의 경우 선거로 당선되므로, ‘경업’ 경영·종사자는 피선거권이 없다. 조합원들로부터 ‘경업’에 대한 문의가 있자, 고창농협은 4월5일 이사회에서 “사업자등록증 상 업태·종목이 같은 경우 경업관계에 해당된다”고 결정하면서, 고창농협의 ‘경업’으로 ‘카페’를 포함시켰다. 고창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사회에서 의결됐으므로, 법규상으로 ‘카페’는 고창농협의 ‘경업’으로 확정됐다.
고창농협 조합원 A씨는 ‘카페’를 경영하고 있었다. A씨는 4월초 사업자등록증 상 ‘카페’를 ‘분식’으로 바꾸고 대의원에 출마했다. 사업자등록증 상 ‘카페’를 ‘분식’으로 바꿨지만, 선거 전후에도 같은 시설에서 같은 메뉴를 그대로 판매하고 있었다. 즉 사업자등록증 상 ‘분식’으로 바꿨을 뿐, 실제로는 ‘카페’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를 그만둘 의사가 있는가
따라서, 사업자등록증 상 ‘분식’에 대한 ‘허위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선거 전에, 실제로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허위성’이 제기됐지만, 고창농협 선거관리위원회는 ‘허위성’에 대해 일체 판단하지 않고, 사업자등록증 상 ‘분식’이므로 ‘경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고창농협 선관위는 대의원선거 전에 “해당 후보자의 접수 시 제출된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한 결과, 업태-음식점업, 종목-분식으로 확인되어,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항에 따라 경업관계에 해당되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사안이 꼬여버린 것은 고창농협 선관위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창농협 선관위가 결정한 식이라면, 사업자등록증에 있는 ‘카페’를 지우고 ‘분식’으로 바꿔도 ‘경업’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즉, 조합원이 사업자등록증을 ‘카페’를 지우고 ‘분식’으로 위조했다고 제보해도, 선관위는 세무서에 문의·확인하지 않고 ‘분식’으로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그동안 ‘경업’에 대한 판례는 “실질적으로 해당 사업을 경영하거나 종사하는 사람일 경우 경업관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실질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창농협 선관위는 ‘경업’을 ‘실질적으로’으로 판단하지 않은 과오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선거가 끝난 뒤, 4월23일자 고창농협 이사회에서 해당 ‘경업’ 문제가 논란이 됐으며, 5월27일자 이사회에서도 다시 해당 ‘경업’ 관계에 대한 논의는 계속됐다. 4월23일자 이사회에서는 실사에 대한 요청이 있었고, 그 결과 A씨는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조합원에 따르면, A씨는 해당 ‘카페’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농협법에 따르면 ‘경업’ 경영자 뿐만 아니라 ‘경업’ 종사자도 대의원이 될 수 없다. 이렇듯 A씨는 카페를 그만둘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카페 경영·종사자’이면서 ‘고창농협 대의원’, 둘 다 할 수는 없다. 이는 분명히 농협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A씨 스스로가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이다.
다른 해결책은 있는가
고창농협 선관위가 꼬아놓은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A씨 외에는 모두 지난하다. 고창농협 이사회에는 다음 6월말 회의에서 A씨가 선거 시 제출한 각서를 검토하기로 했다.
농협 전북지역본부나 중앙회에서 권고나 감사를 할 수는 있다. 이미 지난 5월 전북지역본부는 “최근 관내 대의원 선거 분쟁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전북 농협의 공신력 실추와 농협 본연의 사업추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각종 사업추진과 업무처리 시 관련 법령 및 제규정을 재확인하고, 분쟁발생 소지가 있을 경우 사전 계통보고 및 업무협조 요청과 중앙회의 지도·지원에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각 농협에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이를 위반한 업무처리로 부정 언론 보도 등 전북농협의 공신력 실추 시 특별감사 및 지원제한 등 제재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해당 사안에 대해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송이 제기될 경우 변호사비를 포함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고창농협 정관에 따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 등은 총회 의결을 거쳐 조합원 제명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