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룡(고창 성내 외일새교회 목사)
정읍에서 고창으로 들어서면 성내 동산리, 흥덕 배풍산, 신림, 심지어 읍내절반이 축사 악취로 진동합니다. 월곡지구에 우리가족이 피난생활한지 어느덧 2년 2개월. 세상에! 우리 고창의 영산 방장산 자락 초대형축사에서 뿜어대는 악취에 읍내절반이 화생방 훈련장이 된 듯합니다. 어디로 또 이사를 가야 하나. 너무 속상하고 분하여 지난 5월5일 지역신문(본지)에 기고를 하였습니다. ‘누가 방장산을 똥간으로 만들었나.’
결론은 그동안 침묵하고 살아온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마을 바로 옆에는 축산폐기물 유기질비료공장이 있습니다. 악취와 해충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지난 16년여 간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암환자와 암발병 위험단계에 있는 주민들이 18명이나 발생했습니다. 두 집에 한 집 꼴로 익산 장점마을보다 더 심각한 마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망, 이사, 피난, 두문불출 가정, 어쩔 수 없이 사는 가정 등, 마치 폭격당해 피폐해진 마을같습니다. 16년여 동안 군청에 무수한 민원을 제기하였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난리 속에 고창산단에, 가히 세계적 규모의 닭도축가공 공장을 세우겠다니요. 고수면민들은 상복을 입고 군청입구에 서고, 어느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없는 상식이하의 일이 행정당국자들에 의해서 밀어붙여지고 있습니다.
군민여러분! 우리고창의 희망은 자연환경 아닙니까? 산·들·갯벌·습지, 온화한 기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유적이 고창의 무한자산 아닙니까? 전 세계인이 방문하고 쉬어가고 힐링할 수 있는 땅! 귀농귀촌 1번지!
이젠 더 이상 시대를 역행하고 지역을 근본적으로 망치는 그런 폭주정책은 멈추어야 합니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래타툰 배리는 유엔(UN) 기후연설에서 “지금 지구는 중환자처럼 긴급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며,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정·재계인들은 당장 탄소배출 감축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책을 좋아하였답니다. 벌거벗고 으스대며 행차하는 임금님을 보고도 아무도 말 못하고 원더풀을 외치는 군중들…. 2주전에 우리나라 여고생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탄소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로 청소년들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창은 안녕하십니까!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됩니다. 우리 마을 아픈 어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어찌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죽이려 하는가! 우리군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상식도 안 되는 닭도살장 추진 군정책임자는 과연 눈과 귀가 있는지요! 수치를 아는지요. 불의에 침묵하지 맙시다.
저는 성내면 외일마을 교회목사로 3대를 살면서 거름공장 문제를 침묵한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냉엄하였습니다. 몸은 위암 전단계, 체중 12킬로그램 감소, 폐 추적관찰 중, 영양실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 아내는 췌장암 3기, 임파선 전이 갑상선암, 가정과 교회는 공중분해 직전입니다.
레이첼 카슨은 정부·언론·대기업의 압력 속에서도, 몸에선 암이 무섭게 퍼져나가는 마지막 목숨을 다하여 ‘침묵의 봄’을 세상에 남겼고 그 결과 ‘지구의 날’이 제정됩니다. 신념 있는 한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10만 명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고창의 남녀노소 군민여러분! 생거 고창! 이토록 아름답고 살기 좋은 땅을 함께 지키고 함께 가꾸어가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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