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신청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세계유산위원회(WHC)가 7월16일 막을 올렸다. 개최 장소는 중국 푸저우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돼 2년 만에 열리게 됐다.
대한민국의 15번째 세계유산 후보이자, 2번째 세계자연유산 후보인 ‘한국의 갯벌’은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충남 서천에 있는 갯벌을 묶은 유산이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두 유산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한국의 갯벌’은 자연유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시간표를 보면 ‘한국의 갯벌’은 7월26일(월) 오후 6시30분 이후에 심사를 받는다. ‘한국의 갯벌’ 등재 가능성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을 실사한 뒤 ‘반려’ 권고를 했기 때문이다.
자문기구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을 심사한 뒤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택한다. 그중 ‘등재 권고’를 받으면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되지만, 이외 결과를 받으면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2018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사 오아시스’와 독일 ‘나움부르크 성당’이 자문기구로부터 ‘등재 불가’ 권고를 받고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갯벌의 등재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반려’ 권고를 받은 유산을 철회하지 않고,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를 시도하기는 처음”이라며 “온라인으로 21개 위원국과 교섭해야 해서 쉽지는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국에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충족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멸종 위기에 처한 철새 보호를 위해 갯벌 등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최근 인천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참여하기로 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한국의 갯벌에 대해 ‘반려 권고’ 결정을 내린 이유로 갯벌 범위가 좁고,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핵심지역으로 거론한 곳이 인천 강화·영종·송도, 경기 화성, 충남 아산만 갯벌이다. 인천이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뒤늦게 참여한 배경이다. 이번 심사 대상에 인천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 등재에 포함시킴으로써 등재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인천시에 등재 추진 의사를 확인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고창군의 경우,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느냐의 여부는 직접적으로 두 가지 역점사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나는 노을대교 건립사업으로, 고창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경우 갯벌생태계 보존의 중요성도 높아지지만, 고창갯벌과 연계한 노을대교의 관광적 효용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제5차 국도·국지도 계획’ 반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오는 8월께 ‘제5차 국도·국지도 계획’을 발표 예정인 가운데, 마지막 관문에 해당하는 ‘일괄예비타당성 재정사업평가’는 7월15일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렸다. 이날 전북도 관련사업 심의에서는 △노을대교(고창~부안, 8.86km, 3390억) △동부내륙권(정읍~남원, 54.24km, 5712억) △정읍 부전~칠보(10.92km, 1019억) 등 12개 노선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두 번째는 고창군이 7백억원의 예산으로 매입하고 있는 심원염전과 관련, ‘일몰경과 함께하는 생물권체험학습벨트 조성사업’(총사업비 1천억여원, 국비 50%)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고창군은 1단계로 2024년까지 ‘갯벌세계유산센터’를 짓고, 2단계로 염생식물원, 자연생태원, 소금관련 6차 산업화 단지를 조성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생태공원과 생물원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따라서, (충남·전남과의 유치경쟁은 차치하고) 고창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야지만, ‘갯벌세계유산센터’ 설립도 가시화되고, 입말이 무성한 심원염전 매입의 타당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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