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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 노래비가 지난 6월경 고창 공음면 학원관광농원 안에 세워졌다. 올해 본예산에 3천만원(군비)이 편성됐으며, 노래비 제작·설치에 2천2백만원이 투입됐고, 노래비 제막식에 나머지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본예산 심사 시, 당시 백재욱 문화예술과장은 “소위 트로트계의 비티에스(BTS)라고 하는 진성씨는 고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며, 대표곡인 보릿고개 노래비를 설치하여, 군민들에게 어려웠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현재 트로트에 푹빠진 나라에 사는 군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노래비 설치 이유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트로트에 빠져 있는데, 진성의 노래비를 고창에 설치하면 군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된다는 논리다.
작년 10월 ‘고창군민의 날’ 행사에는 진성씨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 명예군민증을 수여하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고창군의회 심의에서) 당시 정명숙 울력행정과장은 “진성씨는 고수면 은사리와 인연이 있고, 대중매체를 통해 홍보에 큰 역할을 기대하며, 또한 올 6월부터 현재 고창군 홍보대사에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면서 명예군민이 되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진성씨는 명예군민증 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정호 의원(고수·성송·대산·공음)은 작년 12월 예산심의에서 “진성씨가 고창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본 의원이 봤을 때는 하기 싫어하는 것, 우리가 억지로 하는 것 같은 그런 모양새를 띠었고…. 또 명예군민증 수여할 때 참석도 안 했어요. 모두 참석을 했는데. 진성씨가 부안사람인데, 부안에다는 어떻게 할지는 모르지만, 고창에서 살았는가 확인도 안 되는데, 이렇게 신규로 3천만 원, 우리 예산 적다는데, 이렇게 올린다는 것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해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부안에다 집중하고 우리는 들러리 서는 일은 하면 안 돼요”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규철 의원(아산·무장·해리·상하)은 “진성씨와 협의라도 했나요? 우리 고창군을 위해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든지 무슨 조건이 있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백재욱 문화예술과장은 “저희하고 충분히 의사소통은 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노래비 앞면에는 ‘보릿고개’ 가사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진성과 가사에 대한 설명이 새겨져 있다. 이에 따르면, “국민 트로트 가수 진성(본명 진성철)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할머니와 함께 유년시절을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에서 보냈다. 진성은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푸근하고 정이 많은 고창의 추억과 정서를 잘 살려,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노래로 승화시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보릿고개’는 고창의 들녘에서 풋보리를 구워 먹던 어린 시절의 가슴 시리던 그리움과 애절함을 담아, 진성 가수가 직접 가사를 썼다”고 한다. 고창군 담당자는 “노래비 제막식은 가수와 협의하여 추후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창군은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이 모자라 2백억원의 빚을 냈다. 세입에 맞춰 사업을 하는 대신, 빚을 지고 사업을 늘리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고창군민 내에서 진성의 노래비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즉 사전에 군민과의 공감대나 군민들의 요청은 없었다. 기념비를 설치하면서도, 그것을 기념하려는 군민들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조규철 의원이 “진성씨와 협의라도 했냐?”고 묻고, 임정호 의원의 이야기를 참고하면, 진성 측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 같지도 않다. 고창군민도 아니고, 고창군의원도 아니고, 진성측도 아니라면, 남은 것은 고창군청이나 결정권자인 유기상 군수의 요구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군청이나 유 군수는 진성에게 무엇을 바래는 것일까? 진성이 그를 홍보해 주기를 바래는 것인가? 군청이나 유 군수는 빚을 낼만큼 예산도 부족한데, 군민들의 요청도 없는 노래비를 설치한 의도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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