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일반산업단지 환경보전방안 검토서가 전북환경청에 제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9월7일(화) 아침, ‘고창일반산업단지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측은 ‘군수의 출근을 저지하겠다’며 고창군청 입구에서 시위에 들어갔고, 그날따라 군수차량은 집회주민들을 지나치지 않고, 집회주민들 앞에 차를 세우더니 군수가 차에서 내렸다.
이 집회는 비대위가 주최했으며, 경찰도 채증을 하지 않는 합법적 시위 상황에서, 군수 주위의 공무원이 이들을 밀어냈고, 주위 공무원들이 채증을 하며, 서로 간에 실랑이가 생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군청 쪽에서 울력행정팀장이 와서 실랑이에 참가했고, 주민이 들고 있던 ‘스티로폼 피켓’을 잡더니 결국엔 이를 잡아채 뒤로 던져 파손시켰다. 집회참가자 이모(58세) 씨는 왼손에 자신의 ‘스티로폼 피켓’을 들고, 오른손으로 파손된 ‘스티로폼 피켓’을 주웠고, 군수 비서실 직원 이모씨(이하 이모 군수비서)가 걸어오며 채증을 하자, 왼손에 들고있던 ‘스티로폼 피켓’을 들어 채증을 가리려했고, ‘스티로폼 피켓’과 이모 군수비서가 부딪혔다.
‘스티로폼 피켓’에 부딪혔는데, 이모 군수비서는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그런데 고창경찰서에 비대위가 공무원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갔고, ‘더 팩트’, ‘브릿지경제’, ‘로컬투데이’는 ‘복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한 공무원을 둔기로 폭행에 뇌진탕에 빠졌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뜬금없이 손혜원 전 국회의원도 참전했다. 천선미 전 고창군부군수의 남편(전 전북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쓴 ‘브릿지경제’ 해당기사가 손혜원 전 의원의 인터넷 누리소통망(페이스북)에 링크됐으며, 손혜원 전 의원은 “유기상 군수에게 별일이 다 일어나는 것을 보니 선거가 가까워지는가 봅니다”란 글을 쓰고, “현 군수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고 그러는게 아닐까요?”라고 답글도 달았다. 브릿지경제는 팩트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현재 기사를 삭제한 상태다. 이 사건과 관련, 공무원측에서 다른 고소·고발이 있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공무원들의 채증
먼저, 집회장에 있던 경찰들도 채증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왜 그렇게 채증에 혈안이 돼 있던 것일까? 불법적인 상황을 바라는 것인지, 어떻게라도 집회참가자들을 고발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집회 채증은 함부로 못하며 엄격하게 제한된다. 채증은 원칙적으로 폭력 등 범죄행위가 행해지거나 행해진 직후에만 할 수 있다. 다만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가 임박한 때나 경위·전후사정 등에 관해 긴급히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범죄행위 이전이라도 채증이 가능한 여지를 뒀다. 또한 경찰은 집회 등 현장채증 시 사전에 대상자에게 범죄사실 요지, 채증요원 소속, 채증개시 사실을 직접 고지하거나 방송 등으로 알리도록 했다. 장시간 채증의 경우 20분마다 재고지해야 한다.
공무원이 집회를 채증하는 경우도 이에 준해야 한다. 본지가 국가인권위에 ‘공무원의 채증’에 대해 질의한 결과, 국가인권위 담당자는 “구체적 사실에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공무원이 합법적 집회를 채증한 경우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비대위, 울력행정팀장 고소
‘스티로폼 피켓’ 사건으로 비대위와 공무원간 고소가 진행되고 있다. 군청 이모 군수비서와 ‘스티로폼 피켓’이 부딪힌 건으로, 고창경찰서는 10월18일경 집회참가자 이모씨를 ‘폭행’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다. 처벌이 더 센 ‘상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집회참가자 이모씨는 ‘이 비서의 채증을 스티로폼 피켓으로 가리려다, 이 비서가 걸어오며 부딪힌 것인데, 단지 이런 일로 폭행죄를 운운할 수는 없다’며 변호사를 구했고, 영상분석도 의뢰한 상태다.
비대위측도 10월18일경 군청 울력행정팀장을 ‘재물손괴’와 ‘집회방해’ 혐의로 고창경찰서에 고소했다. 울력행정팀장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장을 침범해, 집회참가자 김모씨가 들고있던 ‘스티로폼 피켓’의 상단부를 수차례 잡아채며 피켓을 파손시켰고, 결국엔 김모씨로부터 피켓을 빼앗아 뒤로 던져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대위, 허위사실 보도혐의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
비대위는 ‘복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한 공무원을 둔기로 폭행에 뇌진탕에 빠졌다’는 요지로 보도한 ‘더팩트’·‘브릿지경제’·‘로컬투데이’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10월26일경 신청했다.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부당의견에 대해서는 반론보도의 조정을 구한 것이다. 비대위는 “(최소한으로 물러서더라도) 채증을 가리려고 들어올린 한 집회참자가의 ‘스티로폼 피켓’에 채증을 하며 걸어오던 군청 비서가 부딪힌 건에 대해, 복수의 집회참가자들이 한 공무원을 둔기로 폭행해 병원에 실려가게 했다고 보도한 언론들의 후안무치한 보도를 그대로 두고볼 수만은 없다”며, “언론중재위 이후에는 형사·민사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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