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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통계가 잘못된 것은 명백하다. 그 이유는 사회조사를 총괄하는 전북도 담당자가 시인했기 때문이다. 다른 시·군은 문제가 없으며, 고창군 통계만 잘못됐다. 결과적으로 ‘보통’ 대신 ‘만족’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고창군은 대부분의 만족도 조사에서 월등하게 1등을 차지했다.
고창군은 가족관계 만족도 1등, 소득 1등, 소비생활 1등, 근로여건 1등, 사회서비스 1등, 안전환경 1등, 의료 1등, 환경체감 1등, 여가 1등, 주택 1등, 교육·보육 1등 등 모든 만족도가 1등이었다. 그것도 다른 시·군보다 월등하게…. 하지만 전북도에 따르면, 이 통계는 잘못됐다. 그런데 고창군청은 이 엉터리 통계를 ‘행복도시’의 근거라며 올해 2월과 3월 홍보에 사용했다.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고창군은 2020년·2021년에 갑자기 전북제일, 더 나아가 전국제일의 ‘행복도시’가 됐다.
고창군청의 무효통계 홍보는 누구의 책임인가?
군청 홍보를 통해, 고창군의 잘못된 통계가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결과적으로 군청에 의해 무효·허위 통계가 세상에 유포됐다. 고창군청이 모르고 홍보했다면 책임을 면하겠지만, 이를 알고서도 홍보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고, 허위 통계임을 속여서까지 홍보하고 싶은 의도(의지)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잘못된 통계임을 알았다면 홍보담당자 스스로 홍보하진 않을 것이고, 이에 반하는 누군가의 의지가 작동해야(누가 시켜야) 양심을 잠시 누르고 홍보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창군청이 ‘잘못된 통계임을 알고 있었는지’ 따져보자.
전북도청 담당자는 작년 8월경 고창군청 담당자(기획팀)에게 고창군 통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창군청 담당자는 해당 통계가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첫 번째 군청 기획팀 담당자는 이 사실(잘못된 통계)을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이를 보고했으니, 상관인 기획팀장과 기획예산담당관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획예산담당관 아래에 기획팀과 홍보팀이 있다. 따라서 세 번째, 홍보팀도 알고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만에 하나 홍보팀이 정말 몰랐을 경우도 있다. 도청 담당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군청 담당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기획팀장이 기획예산담당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경우, 기획예산담당관이 홍보팀에 이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들의 직무 유기를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성립되기 어렵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경우 고창군청이 잘못된 통계임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고창군청은 잘못된 통계임을 알고 있음에도, 왜 ‘행복도시’라는 홍보에 나선 것일까? 통계의 조작 만큼이나, 잘못된 통계를 홍보하는 것도 부당한 행위가 아닌가? 예를 들면 사문서 위조가 그 위조문서의 행사를 통해 완성되듯, 이 경우 잘못된 통계는 군청홍보를 통해 행사되기 때문이다.
누가 조작했는가?
본지는 전북 사회조사 중 고창군 통계에서 ‘보통이 0퍼센트대가 나오도록 한 행위’를 ‘조작’으로 본다(정의한다). ‘보통’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니까 ‘만족’을 선택하게 되고, 고창군 통계는 ‘보통’이 극단적으로 0퍼센트대까지 나왔다. 이는 ‘보통’을 정상적으로 선택했을 때 나오는 통계를 ‘조작’한 것이다.
전북도청 담당자에 따르면, 전북도청은 조작하지 않았으며,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을 담당하는 용역기관도 조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북도청은 조사과정(조사+입력)에서 조작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고창군은 “독단적으로 조사원에게 특별한 지시를 해 통계를 조작하거나 오염시킨 적이 없다”고 알려왔다. 그렇다면 이제 고창군이 모집한 조사원 20명(관리자 2명 포함)만 남는다.
그런데 조사원들이 스스로 ‘조작’을 할 필요가 있을까? 대상자들이 ‘보통’을 안 찍고 다른 것을 찍도록 유도할 이유가 있을까? 또한 조사원들도 그렇게 하면 통계가 왜곡된다는 것도 알 것이다. 정상적으로 할 때는 이유가 없지만, 비정상적으로 할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고창군청 담당자는 “의사소통의 오류” 때문이라고 했다.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소통”의 오류 때문에, ‘보통’이 0퍼센트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 심지어 0퍼센트도 있다. 고창군 대상자 8백여명 중에서 한 명도 ‘보통’을 안 찍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평균 3백여명이 찍고, 고창군도 2019년까지는 보통 3백여명이 찍었는데 말이다. 그 얘기는 한 명당 40여명이 배당되는 조사원 20명 모두가 완벽하게 조작에 참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한 관리자가 ‘가능한 보통을 찍지 말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하고, 그럼에도 조사원 중에서 ‘보통’이 정상적으로 있었다는 진술도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 입력 시 조작이 있어났을 가능성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물론 고창군청의 지시 여부는 증명이 불가하다. 본지가 지난 5월4일(수) ‘설문지 전체’ 공개를 청구했지만, 고창군은 현재 통지를 연장한 상태다.
통계 조작·오염은 누구의 책임인가?
현재 조사원 차원에서 잘못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창군청은 ‘전북도가 총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따라서 전북도청의 관리책임으로 봐주기를 원한다. 각 조사원들은 각 시·군에서 모집한다. 전북도청만이 관리하고 있다면, 똑같이 교육하고 똑같이 관리했을텐데, 왜 다른 시·군 조사원들은 정상적으로 조사했는데, 고창군청이 뽑은 조사원들만 비정상적으로 조사한 것일까? 왜 고창군 통계만 잘못된 것일까? 물론 고창군청의 개입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전북도청의 관리책임만 있고, 고창군청의 관리책임은 없는 것일까? 고창군의 관리책임 여부를 독자 여러분이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
첫째, 고창군 거주 조사원 20명(관리자 2명 포함)을 고창군청에서 모집한다. 고창군청(기획예산담당관)에서 공고하고 접수받고 합격자를 발표하며 인건비(군비 포함)를 지급한다.
둘째, 고창군청 기획팀에 담당자(주무관)가 있다. 그래서 전북도청 담당자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 관리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군청 담당자에게 연락한 것이다. 시·군 담당자들은 전북도청이 주관하는 최종보고회에도 참여한다. 즉 해당 공무원과 그가 속한 기획팀은 전북 사회조사 중 고창군 조사업무를 (전북도청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
셋째, 고창군 기획팀장과 주무관 등이 조사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조사항목 설명 및 조사 시 질의방법 등을 교육한다. 이에 따라 군청이 뽑은 조사원·관리자는 전북도청과 의논하지 않으며, 대부분 고창군청과 소통하고 있다.
넷째, 전북 사회조사를 하면서 동시에 시·군 특성 항목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2021 전북 사회조사에서, 고창군은 ‘고창군 특성항목’으로 ▲고창군 농특산품 유통마케팅 ▲여성 우선 정책 ▲높은고창 카드 인식도 등 11개 항목을 함께 조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창군청의 개입 여부는 알 수 없다 할지라도, 고창군청에게 관리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고창군청은 통계조작의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이 통계조작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고창군청은 2020년 조사결과를 홍보했기 때문에, 이 조사결과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전년도와 달리 2020년에 갑자기 ‘보통’이 0퍼센트대가 됐고, 대부분 항목이 전북 1등이었기 때문이다. 고창군청은 이 조사결과를 받아들고는, 잘못을 검토하기 보다는 홍보를 선택했다. 본지는 작년 5월, 이 조사결과에 대해 ‘통계가 미쳤다’는 기사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잘못된 통계는 2021년에도 반복됐다. 그리고 고창군청은 또다시 홍보를 선택했다. 이번에는(올해 3월) 더 자세하게 “데이터로 증명하는 ‘행복도시’ 고창군”이라는 제목으로 홍보했다. 이미 전북도청의 지적이 있었고, 2022년부터는 정상적으로 하기로 했는데도 말이다. 이래도 고창군청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가? 전북도청에서 통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군청 담당자는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보고했음에도, 고창군청은 왜 “데이터로 증명하는 ‘행복도시’ 고창군”이라는 홍보를 실행한 것일까?
그렇다면 ‘삶의 만족도’도 조작됐는가?
고창군청은 2020년과 2021년 전북에서 ‘삶 만족도’가 연속 1등을 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전북 사회조사 중 하나의 항목이다. ‘삶의 만족도’는 ‘만족·보통·불만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1~10점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작·오염 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 하지만 2019년에 전북 평균에 머물렀던 고창군의 ‘삶 만족도’는 갑자기 2020년에 전북 1등으로 상승했다. 이 통계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리하자면, 2020년과 2021년 전북 사회조사 중 고창군 통계결과에서, ‘만족·보통·불만족’을 선택하는 각종 만족도 조사가 잘못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통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고창군청 담당자에 따르면 유효하지 않은 통계), 잘못된 통계를 고창군청이 세상에 유포하고 홍보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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