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희(고창대성중 교장 역임)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철을 맞이하여 또 한 차례의 격전의 바람이 불어갔다. 그 과정에서 한 다리만 건너도 뻔히 알 만한 사람끼리도 선택의 표심이 달라, 서로 서먹해지는 불편함을 애써 감추어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도 하였지만 어쩌겠는가? 내 생각이 다르고, 네 생각이 다른 세상을 뒤엉켜 가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 것을….
나는 오랜 공직자의 신분을 지내오면서 정치적 중립 의무의 입장을 지키려다보니, 나의 개인적 정치 소신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불이익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정년의 날로 부터는 드디어 정치적 행위의 연금에서 풀려나, 나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비로소 철지난 민주시민의 자격을 얻은 것 같다는 자조감을 갖기도 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나의 입장은 명료하였다. 개인적인 인연이나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가 더 내가 소속된 지역의 공동이익을 위해 발전적 안목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충실한 관리행정과 투명한 예산집행과 중앙정부와의 협조적 가교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는지를 가려내어, 나의 소중한 민주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내가 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영원히 사망자 호적기록에 남겨질 내 고향의 미래를 어느 후세인에게 맡겨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깊은 관심을 갖고, 지지와 응원 그리고 주변인 설득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볼 수 있었다. 또한 가능하면 알음알음의 멋쩍은 대면 장면을 피해가면서, 바람직한 선거 양상의 흐름을 유도하는 참여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원격적인 지원 전략을 구사해 보기도 하였다.
참 다행스럽게도 내가 심정적으로 열심히 응원해 왔던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제부터는 당선자를 믿고 응원해 왔던 유권자들의 순수한 민주 열정과 기대에 부응하도록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잘못을 지적해 주는 역할 수행이 당선자에 대한 또다른 방식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 개인의 당선자에게 바라는 소망의 일단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일시적 성공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내가 최선이고, 나만이 옳다’라는 독선적 사고는 결국 큰 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는 역대로 내려오는 지도자의 제일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내가 한 약속은 비록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최대한 성의 있게 이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언제나 귀를 크게 열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되, 그것이 사사로운 인정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자신을 성찰해 보아야 한다.
넷째,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안목으로 발전적 행정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나보다는 이웃을 먼저 배려하는 인의의 고장으로 살기 좋고, 살맛나는 이상적 세계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위에 열거한 나의 희망은 사실 부질없는 요망사항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애초부터 당선자의 그러한 인품에 반하여 그를 지지 응원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는 당선자에 대한 한 가지 소망만이 남게 되었다. 아무쪼록 실력과 경륜과 안목이 두루 갖추어진 지도자의 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작고 아담한 고을, 행복이 넘치는 고창을 이룩하여, 누구나 인간다운 삶의 풍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가하고, 편안하고, 쾌적하고, 평화로운 곳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드는 세계적인 명품의 고을로 다시 창조되는 자랑스런 내 고향 고창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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