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극심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상반기 고창에 투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10명 중 6~7명꼴로 무단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며,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전국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영농 차질 등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제도 개선과 인력관리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창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네팔 계절근로자 215명이 입국해, 그 중 141명이 무단 이탈하거나 잠적했다. 이는 65퍼센트에 달한다. 결혼이민자 가족·친척은 23명이 초청됐다. 앞으로 9월23일경 라오스 계절근로자 15명, 9월말 키르기스스탄 계절근로자 50명이 더 입국할 예정이다. 고창에는 67개의 인력사무소가 신고돼 있으며,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3천명~5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무단이탈은 근본적으로는 구조적 문제다. 외국인들이 계절근로자로 입국하기 위한 지출한 합법·불법적 비용에 비해, 5개월 동안 계절근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절근로자로 입국할 때부터 무단이탈을 목표를 하는 외국인들이 다수 있기 마련이다.
무단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농가는 지자체에 3일 이내에 신고하고, 지자체는 15일 이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무단이탈자의 소재를 파악해 강제 출국하도록 하고 있으나, 불법체류 신분을 감수하고 잠적한 근로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는 상황이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로 들어올 외국인력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농어촌에서는 일손·인력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농촌인력의 공급부족이 지속됨에 따라 인건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 또한 어려움에 처한 농민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힘든 일은 기피하고 인건비 추가지급을 요구하는 등 갑질과 횡포를 부리고 있다. 농가에서는 높은 인건비 부담과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부당한 요구에도 1년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영농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인력 부족으로 인해 과하게 상승된 농업 인건비를 억제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문제를 관여할 경우(평균임금을 결정하고 시행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지자체가 불법체류 자체를 인정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불법체류 근로자마저도 타 지자체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불법체류 근로자들은 인건비가 높은 지자체로 옮겨다니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고창의 농업일손 부족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0년 상반기에 군청 상생경제과에서 고창경찰서와 합동으로 불법체류 근로자 지도·단속을 실시했으나, 불법체류 근로자들이 일시에 타 지역으로 이탈하면서, 농가에서 군청 항의 방문과 인력부족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농가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 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나, 계절근로자의 무단이탈로 계획영농에 차질이 생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의 주요 원인은 단기근로(5개월) 소득만으론 항공료·귀국보증금 등 과다 비용을 제외하면 실소득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성실근로자는 재입국이 가능하나, 본국 행정을 불신하여 재입국이 불투명하며, 기존 국내에 입국한 자국 근로자들에게 현혹되어 무단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적인 농가의 경우 5개월 계절근로자를 고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농을 제외하고 단일사업장에서 5개월 동안 근무일수를 보장하는 것은 농업특성상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최대한 많은 근로시간을 통해 높은 급여를 받길 원하지만, 농업 특성상 이를 충족시켜 줄 농가는 제한적이며, 일부에서는 소위 말하는 품앗이 형태의 근로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정된 근무처에서만 일할 수 있어, 품앗이 형태의 계절근로는 이마저도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군청 지영균 농촌인력팀장은 “그럼에도 업무협약 체결 및 결혼이민자 가족·친척 초청 등 합법적인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지속적인 수급 확대로 농촌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최저 인건비로 지급하는 합법적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이 확대되면, 농가의 불법체류 근로자 고용이 감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건비 억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계절근로자 무단이탈 최소화를 위해, 관리가 용이하고 무단이탈이 거의 없는 결혼이민자 가족·친척으로 계절근로자 수급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소득 충족을 위해, 계절근로 기간을 연장(5개월→8개월)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서 관련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에 있다. 지영균 팀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농가의 품앗이 형태 근로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여 농가의 임금부담을 해소할 방침”이라며, “계절근로 근로일수를 보장하기 힘든 소규모 농가 등은 지역농협과 협의를 통해 단기근로가 가능한 공공형 계절근로 파견사업 추진·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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