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을 위한 공모를 앞두고, 평가기준을 갑작스럽게 바꾸며 특정지역을 염두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변경된 평가기준에 따르면, 전북(고창)에는 불리하게 전남(신안)에는 유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당초 평가기준에 이의를 제기한 전남(신안)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며, 특혜성에 대한 의혹은 확신으로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해양수산부의 평가기준 변경은 갯벌보전본부 전북(고창) 유치를 뛰어왔던 전북도·고창군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염원과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11일 320억원 규모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지 공모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갯벌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갯벌보전본부 건립지 외 지역에는 방문자센터가 들어선다. 고창군으로서는 군비 8백여억원(추정)을 들여 심원면 염전부지를 매입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갯벌보전본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갯벌보전본부냐, 방문자센터냐’에 따라 이후 지역경제와 민관사업 유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모설명회 자리에서 해양수산부는 사업을 희망하는 지자체 관계자 등에게 평가 기준표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7월22일부터 8월26일까지 공모를 받아 서류심사와 현장평가를 통해 10월 초 최종 적합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전남에서는 갯벌세계자연유산의 9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해양수산부는 공모를 취소하고 신안에 본부를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펼치고, 이마저도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공모 평가기준’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공모 일정이 미뤄지고, 공모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우려한 대로 당초 계획보다 한 달 가량 지난 8월16일 공모 계획을 발표하면서 처음에 발표했던 ‘공모 평가기준’도 수정했다. 당초에는 없었지만 전남(신안)에서 요구했던 ‘세계자연유산 등재 노력 및 기여도’ 항목이 신설됐다. 당초 신청자격에는 “최소 5만 제곱미터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지만, 수정된 공모계획에는 “최소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 건립이 가능한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면 되는 것으로 축소됐다. 고창은 5만 제곱미터 이상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부지 확보 계획’의 배점도 기존 10점에서 5점으로 줄어들었다. 고창군이 확보한 10점이 5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은 “특정지역을 위한 꼼수이자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도의회는 8월19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해수부의 결정이 공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쳤다”며, 해수부에 공식 입장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김성수 도의원(고창1)은 “전남도는 순천만 국가정원, 완도 해양수산과학원, 목포 국립호남권 생물자원관이 있으며, 충남 서천에는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 등의 해양생태관련 국가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라도 갯벌보전본부는 고창에 건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정된 ‘공모 평가표’를 보면 기여도 등이 추가됐는데, 이를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어느 한 지자체의 노력이 아닌 모든 지자체가 함께 노력한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만기 도의원(고창2·부의장)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등 선호하는 사업은 자치단체들이 서로 유치하기 위해 힘쓰기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기존 평가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우리 고창 갯벌은 서해안을 따라 잘 발달한 ‘한국의 갯벌’의 최중심지로, 이미 확보된 대규모 부지에 세계자연유산 갯벌의 보전·관리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특정지역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사전 설명회 때 참석한 지자체에게 ‘항목과 배점 등은 평가위원회 의견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특정 지역을 안배하기 위해 기준을 변경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평가위원들은 특정 지역과 무관한 인사들로 선정했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 외에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에도 방문자센터를 짓는 등 갯벌을 보존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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