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고창초등학교 교장)
제19대 서거석 전라북도 교육감이 취임한 지 3개월이 되면서, 후보자 시절 전라북도 교육의 공약사항이었던 미래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자칫 성급한 결과를 나타내기 위해 깊은 철학적 사유 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미래교육의 결과물에 매달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말하는 미래교육에는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코딩, 로봇 등과 같은 기기들을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 AI나 VR, 코딩, 로봇과 같은 기기들은 도구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미래교육으로 AI, VR, 코딩, 로봇이 대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래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면서, 앞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와 기술의 혁신 가운데 어떻게 미래를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지금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라면 2045년도에는 어떤 세상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점차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사이보그처럼, 스스로를 방어하고 또한 생존을 위협하는 다른 자극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 ‘강 인공지능’의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몇 년 전에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미국의 ‘보스턴 다아나믹’사의 홍보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힘껏 밀어도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사람의 방해를 피해 목표물을 정확히 사격하고 덤블링까지 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가상현실의 발달은 앞으로 자동차 앞 유리 전체가 네비게이션 화면이 되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교통상황을 유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운전자의 시야 사각지역에서 물체가 나타나면 유리의 게시판에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게시되며, 어느 지역에 교통사고가 있으니 우회해서 가는 것이 빠르다는 정보까지 알려 줄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제 곧 우리의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는 목적지와 경로가 정해진 화물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이 이뤄지고 있으며, 어느 단계의 자율 주행은 우리가 지금 경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 크루즈 기능(운전자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 또한 물체와 가까워지면 자동 브레이크 기능 등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능이다. 앞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이 교통법규 위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동안 자동차 반경 일정 거리의 모든 교통상황을 확인해서 자동차 내에 장치된 인공지능에게 전달하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행하게 된다. 이 때 자동차 반경 일정 거리의 교통상황을 빅데이터로 수집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몇 가지만 예로 들었지만,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를 맞이해야 할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바로 미래교육이어야 한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빅데이터, 코딩교육 등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것은 도구이다. 이러한 도구를 교육에 활용하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미래교육에 대한 철학과 이러한 도구를 어떤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구의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라는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그림과 설명이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상상력을 동원할 수 없는 아이들은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구의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동시에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구 밖을 벗어나 우주에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자전하면서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것을 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계절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중력의 한계와 이동의 제한 때문에 우리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가상현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줄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시뮬레이션으로 이러한 상황을 디자인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이 VR 안경을 착용하고 본다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학습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학습이 교육현장에서 이뤄진다면, 학습자의 정의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에는 학습자가 수동적 지식 수용자였다면 이제는 능동적 지식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미래교육을 통해 AI, VR, 코딩, 빅데이터 등과 같은 도구를 교육활동에 적용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과거 학자들이 학문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미래에는 과학과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오늘 있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한 사람이 평생 사는 동안 최소한 4~5개의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측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여, 사라지는 직업을 버리고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성과 적응력이 필요하다. 사고의 유연성과 적응력은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객관식 문항에 답을 적어서 그 결과가 O·X로 판별된다. 이러한 방식의 평가와 교육방식은 학생들의 사고를 제한한다.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위해서는 틀리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가장 큰 맹점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했는데도 영어 한 마디를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영어 시험에서 틀렸던 경험이 많은 학습자들이 생활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말하면 틀리지 않을까?’ 하면서 주저하기 때문이었다. 언어는 O·X가 아니라 소통이다. 어린 아기가 배고플 때 “맘마”부터 시작해서 점차 “배고파요”, “배고프니 먹을 것 좀 주세요” 등으로 언어가 확장되어 가는 것과 같이, 유연성과 창의성도 확장성의 과정을 가져야 가능해진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O·X의 관점에서 학습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을 허용하고 격려하며 응원하면서, 학습자 스스로가 아이디어와 지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김주환 교수가 쓴 “GRIT(그릿)”이란 책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어진 일을 끝까지 완수하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능력을 ‘GRIT’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래 ‘GRIT’은 ‘기개’, ‘악물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김주환 교수는 이 단어의 의미를 ‘마음의 근육’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물체를 들거나 활동을 할 때 근육이 있어야 가능하듯, 어떠한 일을 추진하고 완수하는 데에도 이러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어렸을 때 행복했던 경험, 성공했던 경험, 실패했을 때 격려와 용기를 받았던 경험 등을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GRIT’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협동심, 이러한 협동을 위해 필수적인 의사소통능력,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 등 다양한 역량들이 필요하다. 전라북도 미래교육은 다양한 역량을 함께 키워나가며, 새로운 세상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나치게 AI, VR, 코딩 등과 같은 기기에 집착한 나머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면, 행정적·재정적·교육적 낭비만 불러일으키게 될게 뻔하다. 조금 늦더라도 혁신학교에서 얻은 장점들과 미래 학교를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또한 디지털 기기들을 학교 교육과정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알찬 전라북도 미래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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