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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과 임실지역 걸쳐 있는 옥정호의 수변 개발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두 지역이 또다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실군은 최근 옥정호 출렁다리 개통을 계기로 관광 활성화의 기대에 부풀어 있는 반면, 인접한 정읍시는 난개발과 부실한 상수원 관리로 인한 녹조 유해성분이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한 정읍시민대책위원회’(대표 정웅용)와 전북환경운동연합·농촌환경주권연대(이하 시민환경단체들) 등은 10월25일 전북도청 앞에서 ‘옥정호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검사결과 발표 및 근본적인 상수원 관리 대책 및 옥정호 상생협의회 구성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임실군의 수변 난개발과 부실한 상수원 관리로 옥정호에 녹조가 발생해 정읍시민의 상수원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근본적인 녹조 저감과 체계적인 상수원 안전관리 대책 마련, 상생협약 이행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옥정호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농업용수를 사용하기 위해 댐을 막아 생긴 저수지로, 1965년 국내 최초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저수량이 4억6천만톤으로 늘어나 인근 정읍·김제 등지에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임실군은 1999년 전체 토지 면적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옥정호의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된 이후 수변 개발을 본격화해, 지난 10월22일에는 호수 중앙 붕어섬을 연결하는 길이 420미터 규모의 출렁다리를 임시 개통해 7만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았다. 임실군은 2025년까지 250억원을 투자하는 ‘제2기 섬진강 에코뮤지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일반적으로 녹조 농도가 감소하는 시기이지만, 옥정호에는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며 “이는 임실군의 수변 난개발과 부실한 상수원 관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월6일과 7일 옥정호 운암취수구 등 7개 지점과 이곳에서 정읍지역으로 공급한 수돗물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를 제시했다. 정읍시민대책위원회가 부경대학교에 의뢰한 수질검사에 따르면 옥정호 운암취수구 지점과 임실군 황포돛배 선착장 인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2705피피비(ppb)와 1726피피비가 검출됐다. 이는 지난해 측정한 금강 3개 지점의 검출 수치를 넘어선 것이자, 낙동강 14개 지점 측정수치와 비교하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레저활동 금지기준치(20피피비)에 견주면 최대 135.3배가 검출된 셈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조류에 속한 독소 중 하나로 독성이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10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돗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수돗물은 정수 과정에서 독성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하지만, 옥정호의 높은 수치는 상수원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남세균은 마시는 것 외에도 피부 접촉이나 레저 활동 중 미세먼지와 같은 형태로 인체에 유입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정읍시민의 상수원 안전을 위협하는 녹조 발생 원인으로, 낮은 담수율과 축산·토지계 등의 빗물 오염원 유입, 운남교 주변의 난개발과 부실한 상수원 관리 등을 꼽았다. 운암교 주변 수소이온농도(PH) 값이 주변보다 1.5배 높은 것은 일대에 분포한 식당, 카페, 숙박시설과 수면 데크, 붕어섬 출렁다리 공사 등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부실한 상수원 관리에 대해 전북지사가 사과하고,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연구용역 실행, 산성정수장 고도화시설 설치 등 항구적인 상수원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임실군에 대해 “2015년 상수원보호구역 전면 재조정 시 전북도·순창군 등과 함께 합의한 옥정호 수역 시군 상생협력 선언을 이행하고, 녹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개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옥정호 독성물질 검출지점이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공식적인 조류경보제 지점이 아니라,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어서 대표성을 띨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 먹는물 안전성을 위한 정수 기준은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1피피비이지만, 원수에 대해서는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고, 수자원공사 검사 결과에서는 수돗물 정수장 뿐아니라 원수에서도 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옥정호 수질과 녹조 제거 등에 관한 권한이 없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조류경보제 지점 확대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향후 시민환경단체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지역 상생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옥정호를 둘러싼 갈등을 전라북도가 풀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김관영 지사는 최근 “시군 간 갈등 해결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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