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의 유적지인 고부관아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정읍 고부면에 있었던 고부관아는 1894년 탐관오리의 횡포에 반발한 고부 농민들의 봉기가 일어났던 역사적 장소이다.
일제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이란 명분으로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인 (전라감영 산하) 고부군을 해체했다. 백산면(白山面)·거마면(巨麻面)·덕림면(德林面)은 부안군에 편입되고, 나머지는 정읍군에 병합되었다. 1938년에는 남아있던 고부관아 건물마저 모두 철거했다. 현재 고부관아 터에는 고부초등학교가 있는데, 운동장 한쪽에 고부관아의 일부로 추정되는 초석·기단석과 정읍시에서 세운 고지도판만 있을 뿐, 그 밖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고부관아를 철거하고 세워진 고부초등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34명으로, 고부중학교(14명)와 함께 통합 이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임승식 전북도의원에 따르면, 과거에는 주민들과 졸업생들이 학교 이전을 반대하여 중단됐지만, 이제는 주민들과 졸업생들도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교육청과 정부에 관아복원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조광환 동학역사문화연구소장은 “고부관아 복원은 상상의 공간이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현장이 될 것이다. 단순한 복원에 그치지 않고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 올바른 역사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시는 고부관아 복원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21일 국회에서 고부관아 복원과 관련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오는 9월에는 고부봉기를 재평가하는 학습대회를 열어 고부관아 복원의 당위성을 살피고, 11월에는 주민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1~2월에는 고부관아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철모 고부관아복원추진위원장은 “지난 4월 전문가 토론회에서 1872년 제작한 고지도를 참고해 전체 복원을 대원칙으로 정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혁명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되, 단순한 건물 복원이 아닌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 활용과 문화자산의 관광 자원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승식 도의원(정읍1)은 “동학 농민의 혼이 서려 있는 고부관아 터가 복원되면, 조병갑의 폭정과 수탈의 현장을 볼 수 있고, 농민군이 점령하여 제폭구민·보국안민을 외치는 장소를 눈으로 보면서 동학사상을 문화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이라며, “고부관아터 옆 고부향교가 보전되어 있고, 백제 고사부리성도 2030년까지 복원이 완료될 예정이고, 옛 고부의 전통문화 유산 중 제일 중요한 고부관아를 복원하는 것은 곧 고부봉기의 역사적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일제 잔재를 뿌리 뽑고 전통문화유산을 보전·계승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염영선 도의원(정읍2)은 “고부관아 터는 동학농민혁명이란 역사적 사건의 무대여서 그 가치가 높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고부관아의 복원은 민족 정체성과 정기 회복, 문화유산 계발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고부관아 터에 고부초등학교가 있어 학교 이전이 선결 과제”라며, “전북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학술대회 등을 통해 고부관아 복원의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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