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 40년이 임박한 한빛원전 1·2호기의 계속운전(수명연장)을 위해 핵발전소 주변지역(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최근 부안 지진과 일부 지역민의 반발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됐으나, 한수원이 연기했던 주민공청회를 다시 재개하면서, 주민공청회에서 주민과 한수원의 충돌이 예상된다.
당초 공청회는 6월17부터 28일까지 영광·무안·함평·장성·고창·부안 등 전남·북 6개 지자체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12일 발전소로부터 42.6킬로미터 떨어진 부안군에서 발생한 지진과 농번기에 접어들어 주민 참여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6개 지자체의 연기 요청을 한수원이 수용하면서 주민공청회는 연기됐다.
우려되는 부안 지진과 관련해선 6월14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한빛원전에 대한 ‘재난대비태세 긴급 점검’이 이뤄졌다. 한빛원전은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정상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고 안전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공청회와 관련해서 한빛본부는 6개 지자체와 향후 일정을 다시 협의·확정해 일정을 공고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7월4일 오후 2시 전남 영광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한빛원전 1·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개최한다고 6월21일 밝혔다. 다음날인 5일 오후 2시에는 고창문화의전당 공연장에서 고창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가 열린다. 한수원은 “함평과 부안 등 4개 시군과도 공청회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수명만료를 앞둔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빛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된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위치한 6개 지자체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수명을 연장해 가동할 경우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개는 주민 의견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다. 현재 ‘주민 공람’은 끝났고 공청회만 남겨두고 있다.
한수원은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의견과 앞서 주민공람에서 접수된 내용에 대한 검토를 거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하고, 이르면 오는 8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창에서의 첫 공청회(당초 6월17일)를 앞두고, 6월11일 함평에서 주민 반발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이날 지역주민 100여명은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을 상대로 수명연장 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한수원 본사가 소재한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제기했고, 원고로 주민 14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맡은 김영희 변호사는 “주민들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가 충분한 수준으로 제공돼야 하지만, 자치단체의 요구사항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아 초안의 내용이 미흡하며, 또한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초안이 작성됐으므로, 이는 주민들의 의견진술권 행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소송인단 등은 “초안에 대한 공람의 목적이 주민의견수렴임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주민이 이해할 수도 없고, 의견을 낼 수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보완되지도 않은 초안을 들이밀며 주민공람 강행을 압박했다”면서, “한수원의 일방적인 주민의견수렴 절차 강행은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그저 주민들을 수명연장 절차의 들러리로 삼는 파렴치한 폭압”이라고 성토했다.
오는 7월5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중지시켜달라며 함평 주민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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