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농민회가 2월15일 고창읍 동리국악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 정책에 반대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강제’라는 표현을 삭제했지만, 8만 헥타르 감축 목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농민회는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은 농민의 영농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이자 독재적 행정”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공급 과잉은 착시현상…근본 원인은 의무수입 쌀”
농민회는 정부가 쌀 공급 과잉을 이유로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낮아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공급 과잉을 주장한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매년 40만8700톤씩 들어오는 의무수입 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장격리를 위한 예산 4천억 원을 ‘재정 낭비’로 보는 정부 입장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농민회는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쓰는 예산을 문제 삼으면서도, 수십조 원의 국방비나 에너지 구매 비용에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논 타작물 전환·휴경, 현실성 없는 대책”
농민회는 정부가 논에 밭작물을 심거나 휴경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논에 밭작물을 심기 위한 관개시설 개선이나 재배기술 보급 등 기본적인 준비 없이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이런 조치는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에도 책임 촉구…“재배면적 조정의무제 폐기해야”
농민회는 이번 정책의 법적 근거를 제공한 더불어민주당에도 책임을 물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재배면적 조정의무제는 2022년 문재인 정부 당시 변동직불제 폐지와 함께 도입된 것”이라며 “이 법이 윤석열 정부의 농정 정책에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쌀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은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쌀 재배 감축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농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의무수입 쌀 문제 해결해야”
농민회는 쌀 수급 불균형의 원인을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지속된 의무수입 쌀 정책에서 찾았다. “2004년 노무현 정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도 의무수입 문제가 거론됐지만, 오히려 그 양이 늘어나 현재 매년 40만8700톤의 수입쌀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쌀 생산 감소의 근본 원인인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을 향해 ▲쌀 의무수입 중단을 위한 재협상 당론 채택 ▲재배면적 조정의무제 폐기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윤준병 의원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농민회는 “30년간 지속된 의무수입 쌀 정책을 청산해야 쌀 문제가 해결되고, 우리 농업이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4일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증가를 위해 올해 8만 헥타르 감축을 목표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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