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70%에 달하는 원숭이 B바이러스 감염 의심 원숭이가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의 최근 종합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읍시 입암면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2020년 캄보디아에서 해당 게잡이원숭이를 실험용으로 수입했으며, 검역 과정에서 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됐음에도 추가 항원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관계 당국에 이를 신고하지 않고 납품업체에 반품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B바이러스 감염 위험과 특성
원숭이 B바이러스(헤르페스 B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 흔한 바이러스로, 감염돼도 원숭이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이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며, 치료가 지연될 경우 뇌염·척수염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B바이러스 감염을 “매우 드물지만 심각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명연의 원숭이 수입과 반품 과정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정읍에 영장류자원지원센터를 두고 있다. 이곳은 원숭이를 보관·사육하며, 국내 기관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서 원숭이가 필요할 때 제공해 주는 곳이다. 현재 1천 마리 정도의 원숭이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을 해왔고, 수입을 해온 개체에서 태어난 새끼들도 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국내 납품업체를 통해 2020년 9월 캄보디아에서 실험용 게잡이원숭이 340마리를 수입했다. 정읍과 충북 오창으로 각각 300마리와 40마리씩 나뉘어 30일간 검역을 거쳤다. 캄보디아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국내에 반입된 후 202마리에서 원숭이 B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됐다. 하지만 연구원은 현재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추가 항원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해당 원숭이들을 반품하기로 결정했다.
반품 과정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원숭이의 이동을 위해 환경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연구원은 B바이러스 항체 검출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채 “연구 장소 변경”을 이유로 이동 신고를 했다. 이에 따라 감염 의심 원숭이들이 정읍과 충북 오창에서 경기 성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동 과정에 대해서는 “전용 수송차량을 사용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했으며, 모든 절차는 국내 방역 규정을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항체 검사뿐만 아니라 항원 검사도 추가적으로 실시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영장류는 생명연 영장류자원지원센터(정읍)와 생명연 국가영장류센터(오창) 두 곳에서만 보관됐으며, 반품 과정에서는 수입업체(성남) 한 곳으로만 이동했다”며 “전국 곳곳으로 옮겨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추가적인 원숭이 수입 및 재판매 논란
바이러스 항체 양성 원숭이를 반품함에 따라, 연구원은 2021년 같은 업체에서 다시 원숭이 340마리를 수입했으며, 이 중 57마리에서 또다시 B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됐다. 환경청이 서류 미비를 이유로 이동 신고를 반려하면서 이 원숭이들은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 결국 안락사됐다. 또한 2023년 원숭이 45마리를 추가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2020년에 반품했던 원숭이 18마리가 재판매된 사실이 밝혀졌다. 원숭이 가격이 3배나 상승한 상태에서 이 같은 재판매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납품업체는 “단순 실수로 인해 재반입됐다”고 주장했으나, 감사위원회는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원숭이 정보를 확인만 했어도 이를 방지할 수 있었다”며 연구원의 관리 부실과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경찰은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생명연과 납품업체의 관련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원숭이를 신고 없이 반입·반출한 과정과 관리 책임이 소홀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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