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역을 통과하는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 곳곳에서 주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만기 전북도의원(고창2)은 제417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송전선로 사업은 주민의 삶과 지역의 환경을 직접적으로 흔드는 사안임에도, 전북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이제라도 도민 입장에서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북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로는 총 21개소 627킬로미터에 달하며, 대부분 지역이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주민과의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북도는 갈등 상황 파악에만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11월1일에는 한국전력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협력을 골자로 한 협약까지 체결했다”며 “주민 의견은 외면한 채 한전 사업에는 협조 의사를 밝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도 차원의 갈등 해소 노력 부족에 대해 세 가지 핵심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는 “수도권 전력 수급을 위한 사업인데 왜 지역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한전이 형식적인 설명회와 최소한의 절차만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주민 동의와 실질적 의견수렴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전북도는 중장기적으로라도 도민을 대신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한전과의 협약 이행 과정에서 도와 도민의 이익이 우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송전선로 건설 관련법상 도의 역할과 의무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그동안처럼 주민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 이상을 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법적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 개입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재차 밝힌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주민 요청에 대해서는 ‘법적 의무가 없다’며 한발 물러서면서, 한전과는 자발적으로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에 협조하겠다는 것은 결국 주민보다는 한전과의 관계를 택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라도 전북도는 갈등 중재 기구 운영, 정책적 해결방안 마련 등 적극적 역할에 나서야 한다”며 거듭 정책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도정질문은 국가 전력 인프라 정책과 주민 권리 보호, 그리고 지방정부의 실질적 역할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정면으로 드러냈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은 갈등과 불신을 키울 뿐이라는 점에서, 전북도의 실질적인 개입과 장기적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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