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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계 거장이 선택한 농촌 현장
임경수 전 정읍아산병원장이 연봉 4억원을 포기하고 월급 300만원의 공중보건의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33년을 근무하며 필수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그는 2022년 정읍아산병원장으로 부임한 후, 정읍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마주하며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장애 발생률이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여기를 떠나면 이 환자들은 어떻게 하나.”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고, 결국 정읍 고부에 남기로 했다. 의사로서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소명이 그를 붙잡은 것이다.
“병원 가려면 택시비 4만 원… 결국 치료 포기”
정읍의 면적은 서울의 1.2배지만, 병원과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에 가려면 왕복 4만 원의 택시비가 들고, 대중교통은 한 시간에 한 대뿐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을 찾기보다 아픔을 참는 길을 택하고, 결국 만성질환이 악화돼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임 소장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면 장애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보건지소에 머물며 매주 44개 마을을 돌며 특강을 진행하고, 환자들에게 꾸준한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필수의료만큼이나 예방의료가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이, 정읍의 의료 현실을 바꿔가고 있다.
보건지소 옥탑방에서의 생활, 그리고 환자들
그는 현재 보건지소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월급 300만원을 받는다. 서울에서 4억원을 받을 수 있는 그가 택한 삶치고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이다. 처음에는 하루에 환자가 한두 명밖에 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하루 15명 이상이 그를 찾아온다. 오랫동안 의사가 없었던 이곳에서, 그는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의사가 없어서 병원 갈 엄두를 못 냈다”는 환자들이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고, 그는 그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일하던 때보다 더 보람을 느끼며, 그는 오늘도 환자 곁을 지킨다.
퇴직한 의사들이 지방으로 갈 수 있을까
임 소장은 지방 의료 붕괴의 원인이 단순히 의사의 부족이 아니라, 공중보건의 처우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 사학연금이 끊기고, 거주 환경도 열악해 퇴직한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그는 “퇴직한 의사 중 5~10퍼센트는 지방에서 봉사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시니어 의사들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의 처우 개선과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위해 국회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의견 개진을 할 계획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그래서 남았다”
그는 자신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농촌 의료체계를 바꾸고자 한다. “장애가 발생하면 가족이 무너지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면 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지방 의료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농촌에서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지역 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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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사 해법, 정읍에서 답을 찾다] 보건복지부 장관 현장 방문…시니어 의사 확대 검토
정읍시가 농촌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한 ‘시니어 의사’ 운영 모델이 정부 차원의 제도 확대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 시대, 지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안에 보건복지부가 주목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정읍시가 운영 중인 시니어 의사 제도에 대한 전국적 확산을 검토 중이다. 지난 3월31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읍 고부보건지소를 방문해 현장 진료를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제도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학수 정읍시장과 최병관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임경수 고부보건지소장, 이필량 충남 보령 아산병원장도 함께했다.
정읍시는 읍·면 지역 15개 보건지소에 배치되던 공중보건의사 수가 최근 3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고, 2025년에는 1~2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은퇴한 시니어 의사를 채용해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임경수 지소장과 이필량 병원장은 현장에서 “정읍은 정이 많고 음식도 맛있어 시니어 의사들이 정착하기에 좋은 도시”라며 “여건만 갖춰진다면 더 많은 시니어 의사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수 시장은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도록 숙소를 마련하고, 인건비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며 시니어 의사 제도의 안착을 위해 복지부에 주거 및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시니어 의사 수요를 전국 단위로 조사했으며, 예산 범위 안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보건지소까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주거 지원 문제도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니어 의사 제도의 효과는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부보건지소를 찾은 한 주민은 “예전보다 진료 항목이 많아졌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교육도 받을 수 있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읍시는 앞으로도 시니어 의사 제도를 기반으로 농촌 보건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지역 현실에서, 정읍의 사례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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