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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미터 장벽 넘어 탈출한 원숭이…일주일째 행방 묘연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18일(일) 19:30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탈출한 붉은털원숭이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116일 오후 3시쯤 정읍시 입암면에 위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 달아난 원숭이의 행방이 10여일째 묘연하다. 나이는 4, 무게 4~5킬로그램, 60~70센티미터의 이 원숭이는 높이 7미터, 상단에 최대 12천볼트의 전류가 1초 간격으로 흐르는 울타리를 넘어 사라졌다. 탈출 이튿날인 7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었다. 이틀간 비도 왔다. 과연 아열대 중국 윈난성(雲南省)이 고향인 원숭이가 한국 늦가을 추위 속에 생존해 있긴 한 걸까.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국내에서 원숭이를 가장 많이 키우는 곳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116일 정읍시 입암면 73424제곱미터 부지에 연면적 9739제곱미터의 12개 건물로 이뤄진 영장류자원지원센터준공식을 개최했다. 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급증하는 영장류 수요에 대비해 2014년부터 4년간 185억원이 투입돼 사육동 10, 검역동 1, 본관동 1, 부대시설 등을 건설했다. 영장류를 국내에서 키워 수입비용을 절감하고, 국내의 실험수요에 안정적으로 영장류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제시된 목표다. 이곳은 무려 3천마리까지 수용 가능하며 자체 번식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한다. 현재는 긴꼬리원숭이과인 게잡이원숭이 430마리와 같은 과인 붉은털원숭이 160마리 등 590마리 원숭이가 살고 있어, 충북 청주시 오창국가영장류센터(400여마리) 규모를 능가했다.

원숭이가 실험동물로 사용되는 이유는 사람과 유전자가 거의 유사해(93.5퍼센트) 난치병 신약 연구나 사람들을 위한 인공장기용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원숭이가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그들이 사람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인 것이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올 연말에 5백마리를 더 들여와 내년에 무려 1090마리를 수용하며, 최종적으로 3천마리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3천마리를 사육하게 되면 202250마리 공급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는 국내 영장류 실험수요의 50퍼센트를 책임질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실험용 영장류의 90퍼센트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유럽국가들에서 갈수록 실험윤리가 강화되거나 법적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육과 실험이 억제되고 있거나 대체실험과 동물권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서, 바로 우리나라에 3천여 마리 규모의 영장류 실험시설이 아무런 저항 없이 건립되는 현실이 가지는 여러가지 함의를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4년간 총 185억원들인 영장류 자원지원센터완공 당일 탈출한 원숭이

생명공학연구소 원숭이 탈출 사건은 그 시기 때문에 관계자들을 더욱 당황하게 했다. 지난 4년간 총 18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설한 영장류자원지원센터의 준공식 행사가 열린 당일이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연구소 관계자는 오후 3시쯤 원숭이 한 마리가 탈출한 것을 확인했고,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경찰·소방당국에 신고했다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던 만큼 센터 내부가 혼란스러웠다고 해명했다. 해당 원숭이는 암컷으로 동물실험에 사용될 새끼를 생산하는 번식모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한때 원숭이가 악성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돌며 지역사회는 불안에 떨기도 했다.

소싸움도박장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은 118탈출한 원숭이와 관련,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여부와 함께 모든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이 원숭이 탈출이라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며,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원숭이를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용 원숭이를 사육해 실험용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원숭이를 대량 사육하면서 자체적으로 감염이 될 수도 있는 등, 우려의 지점이 큰 것 또한 사실임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읍시청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을 경제적 효과 운운하며, ‘이런 것 쯤이야, 별일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처한다면, 시민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김지수 센터장은 시민단체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원숭이는 엄격한 검역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감염 우려 등은 절대 있을 수 없다다만 멸종위기종인 만큼 반드시 생포해야 하고, 만약 추위에 동사하더라도 사체라도 꼭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읍시민행동은 “185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진 영장류자원지원센터의 준공식 날 원숭이가 탈출했다는 사실은, 정읍시민들에게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운영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없게 되었다. 원숭이를 번식시켜서 동물실험용으로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지어진 이 센터는 추진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던 사안임을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읍시청과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재방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그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스스로 자기들의 관리능력 부족을 준공식 첫날부터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이 센터가 향후 우리 청정 정읍지역의 환경과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센터의 운영과 관련해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시민들의 일상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정읍시청은 시민을 대표해 시의원 및 시민단체가 센터운영에 대해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남동쪽 해발 763미터 내장산 국립공원대나무 우거져 수색 난항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위치한 정읍시 입암면은 인근 제령봉·우릉정골 등 야산이 있으며, 멀리는 삼성산·내장산 등 숲이 우거져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측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수색하고 있지만, 센터를 둘러싼 야산의 대나무 숲이 우거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난색하고 있다. 실제로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위치한 입암면은 동쪽에 제령봉·우릉정골 등 야산이 있으며, 이 고개를 넘으면 동남쪽에 해발 547미터의 삼성산, 763미터의 내장산국립공원 등 깊은 숲으로 이어진다. 만약 원숭이가 산을 타고 이동할 경우 사실상 수색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전북소방본부는 원숭이처럼 몸집이 작고 빠른 동물의 경우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사건 당일 50여명의 인력과 소방차 7대를 투입하는 등 4일 연속으로 수색을 벌였으나, 아직 원숭이의 발자국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몸집이 빠른 만큼 인근 주민의 눈에 띌 가능성도 적다. 더욱이 인명구조활동에 투입돼야 할 소방인력과 장비가 원숭이를 찾는 데만 쓰일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원숭이는 최근까지 센터 인근 마을에서 수차례 목격됐다. 아침저녁으로 감나무에 올라 감을 따먹는 것을 발견한 주민들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국내 1호 야생 영장류학 박사인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42)붉은털 원숭이는 중국 남부와 파키스탄 등에 널리 분포하고 적응성도 높은 종이지만, 주로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특성상 추위에 매우 약하다특히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먹이를 찾는 게 쉽지 않아 곧 민가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만일 원숭이가 다시 민가로 내려온다 하더라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112일 오전 6시 기준 정읍의 온도는 최저 3도까지 떨어진 상태여서 수색이 늦을 경우 생존율이 더욱 떨어진다. 김진수 센터장 역시 해당 종은 아무리 추워도 영상 16~18도의 온도가 유지돼야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이런 특성 때문에 사육동 내부에는 온돌과 히터도 설치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탈출한 붉은털원숭이는 약 8개월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됐으며, 평생 인간의 손을 거의 벗어난 적이 없어, 즉 스스로 먹이를 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외부환경 적응에 더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산하 박사는 지능이 높은 원숭이의 특성상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지원센터로는 다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김지수 센터장도 열쇠로 문을 여는 것을 한 번 보여주면 그대로 따라 할 만큼 지능이 높다고 말했다.

원숭이의 정확한 탈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원형 모양의 캐슬동 내부 벽이 7미터나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중간의 구조물을 밟고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캐슬동은 영장류 행동분석과 관찰, 일반인을 위한 교육 기회 제공 등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지만, 116일 사건 이후 즉각 폐쇄됐다. 남은 원숭이들은 바로 옆 일반 사육동으로 옮겨졌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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