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장점을 한껏 살려 범죄예방에 노력할 것”
“수사과장이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어요”라고 말하는 고창경찰서 수사과장 송미영 경감. 전국 첫 여성조사관, 도내 첫 여성수사과장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녀는 이러한 타이틀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수사업무만 오랫동안 해왔으니 수사과장이 된 것은 당연한 것이죠”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웃어넘기는 송 경감. 송미영 경감은 김제 봉남 출신으로 지난 1979년 순경으로 임용된 뒤 전주덕진경찰서 경제팀 조사관, 전북청 여경기동수사대장, 군산경찰서 지능팀장 등을 거쳐, 지난달 29일 고창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오게 됐다. 송미영 경감은 인터뷰가 예정된 이날도 관내 파악과 치안점검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복입고 교통 정리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송 경감은 “여고시절 아침마다 옛 도청자리인 상공회의소 사거리에서 교통 정리하는 여경의 모습에 반했어요. 멋진 정복을 입고 신호체계를 유지하며 교통 정리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요”라고 설명한다. 당시만 해도 전북을 통틀어 여경이 5명밖에 없을 정도로 여성경찰관이 드문 때였지만, 정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다보니 그때 영향으로 경찰에 입문하게 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처음엔 겁이 나서 거절하기도 했어요”
송 경감은 경찰에 입문한 처음부터 수사업무를 맡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민원업무를 볼 때 당시 수사과장의 권유로 인해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민원상담에 필요한 법과 판례를 찾아가면서 상담하고 있었는데 수사과장이 매일 지나다니면서 한 시간 가량씩 듣고 가곤 했어요. 어느 날은 ‘여경이지만 한번 해봐라.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하시는 거에요. 당시에는 조사반에 전문여경이 없어 겁이 났고 아이들도 어려서 거절했었죠. 그런데도 수사과장님이 몇 개월 동안 계속 권유를 하시는데 거절만 하기는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아이 둘을 키울 때 조사업무를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난 후 새벽까지 사건파일과 장부들을 분석하다 보니 잠이 부족한 때가 많았어요. 그렇게 업무상 배임이나 어려운 사건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깊이 있게 수사를 하다 보니 다른 수사들도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로 인해 아이들이 커갈 때 많이 신경 써주지 못했어요”라며 자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찰직공무원은 여성에게도 좋은 직업”
송 경감은 ‘경찰직공무원은 여성에게도 좋은 직업’이라고 말한다. 경찰직은 “각자 가지고 있는 성격과 적성에 따라 알맞은 부서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하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죠. 저도 학교 다닐 때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수사업무를 많이 하다보니 성격도 바뀌어 지금은 외향적으로 변화됐고, 이제는 말수도 늘어 아줌마수사관이 다 된 것 같아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이어 “사건조사과정에서 피의자들을 상대하다보면 범행 동기나 그들의 심리상태를 깊이 알게 되는데, 이럴 때 여성의 세세함과 엄마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면 피의자들도 쉽게 마음을 열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재범율도 많이 줄어들어요. 특히 성폭력사건의 경우는 피해자들이 남성경찰관에게 피해사실을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럴 때 여성경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라며 여성경찰관이 가지는 장점을 이야기한다.
“단순 절도사건이라도 예방활동에 노력할 것”
송 경감은 “단순 절도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사건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절도사건 예방에 중점을 둘 계획이에요”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해서 범인을 잡는 것 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농촌의 경우 농번기에 생계형 절도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방범취약지구에 CCTV 설치를 점차 늘려 범죄예방과 해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에요”라는 설명과 함께 주민들에게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투철한 신고정신’을 부탁했다. 송경감은 이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직접현장으로 나가서 발로 뛰며 직접 관장하는 수사과장이 되겠습니다”라는 믿음직스런 말도 잊지 않았다.
“소박하고 친근한 곳”
송미영 경감은 고창에 대한 느낌을 ‘소박하고 친근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고인돌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고창을 방문했을 때 느낌이 좋아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 지역민들의 포장되지 않은 순박한 모습이 솔직담백했어요”라며, 특히 외부사람이란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해줘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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