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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룡차
유형규 기자 / 입력 : 2010년 04월 06일(화) 10:4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먼발치에서 보면 녹음이 짙은 선운산이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그 안에 잡목들과 잡초가 많았다. 그리고, 잡목들과 잡초가 자라던 자리가 예전에는 야생차나무들이 심어져 있던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선운사 우룡스님은 선운산을 휘감아도는 야생차나무와 흔적을 보고 11년 전부터 잡목과 잡풀을 제거하고 차밭을 일구고 있다.
 선운산에 ‘3청·3화·3미’가 있다. 3청(靑)과 3화(花)란 동백, 상사초, 차(茶)나무의 푸른 잎과 꽃이다. 3미(味)는 풍천장어와 복분자 그리고 우룡차다.
 1988년 출가했다는 우룡스님은 선운산에 띠를 두르며 뻗어있는 야생차나무들을 보고 차를 키울 것을 생각했다. 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도 선운산지역의 토속품으로 기록이 되어 있음을 확인하고는 차밭을 일구겠다는 뜻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차밭은 먼발치에서 보면 숲에 가리거나 녹음과 어우러져 차밭인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차밭을 발견한 사람들은 “잘 만들었다”거나 “보기 좋다”고 말한다. 숲과 어우러진 차밭은 그 자체로 한폭의 풍경화가 된다.
 하지만, 우룡스님이 풍경화같은 차밭을 만든 것이나, 차밭을 일궈 잊혀지는 토속품을 되살린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이 시작하기 위해 산의 잡목을 정리하는 것부터, 어렵사리 키우고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다른 곳에 넘겨야 했던 것도, 찻잎을 채집하기 위한 인력의 부재도 어려움의 일부다. 또, 차밭을 만들면서 씨앗을 심었는데, 씨앗은 변이도 발생한다. 기계화 작업을 위해서는 휘묻이나 산목 등 변이가 없도록 해야하는 점에서 기계화도 어렵다.
 특히 찻잎 채집은 고령화 사회로 인력이 부족한 고창에서는 계속되는 어려움 중 하나다. 찻잎을 따는 평균 연령대가 70대이기 때문이다. 거친 일들에 익숙해진 어르신들은 원하는 찻잎을 따는 데는 젊은 손들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건비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 현실이다. 또, 지금 생산하고 있는 차도 수작업이라 손이 많이 간다.
 이런 이야기들은 좋은 차의 요건은 아니다. 좋은 차는 균일한 잎을 따고 적절한 덖음질과 비비기로 일정한 맛을 내야 하고, 그 잎이 보기 좋고, 향이 좋으며, 맛이 좋은 것은 물론 마신 후 깔끔함과 언제든 편하게 마실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우룡차나 선운명차로 그 이름을 알린 데는 이유가 있다. 우룡 스님은 “씨앗으로 재배를 하고, 덖음질(찻잎을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음)과 비비기(차맛이 깊어지고 색이 고와짐)가 수작업이라 선운산차는 다양한 맛을 낸다”고 한다. 단점인 수작업이지만 토속차의 특성을 더욱 살려 장점으로 만든 것이다. 우룡차는 녹차의 부드러운 맛과 끝맛이 떫지 않은 깔끔함을 갖추고 있다. 우룡스님은 우룡차의 비결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풀이 자랐던 것을 갈아엎은 것이 유기비료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또, “북방한계선이라는 기후적 조건과 해풍을 직접 맞지 않고 산 하나를 넘어오는 해풍은 차가 성장하기 좋은 요건을 갖췄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반음반양’이라는 설명이다. 우룡스님은 “선운산차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조량이 많지 않아 떫은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적어 차 맛이 부드럽다”고 한다.
 수작업으로 살린 토속차의 미묘한 맛의 변화, 기후와 적절한 강수량, 그리고 최적의 일조량이 만들어내는 명차라는 이야기다.
 선운산의 우룡차는 명산토속품으로 가치도 인정해야 하고, 이 외에도 3청·3화의 하나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잡목과 잡초를 제거하고 보기좋은 차밭을 일궜다는 점에서 환경미화의 역할을, 80,000평의 차밭은 잎을 따고 덖음질 등 일자리 창출도 하고 있어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묻혀있던 우리지역의 특산물을 발굴하고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우룡스님의 우룡차와 선운명차는 더욱 값진 산물이 아닐까.

차 이야기

   
 차는 모두 같은 차나무 잎을 사용하지만 발효나 제조방법에 따라 녹차, 황차, 백차, 흑차, 우롱차(청차), 홍차 등으로 나눠진다.
 우룡스님이 만드는 ‘우룡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중, 우룡스님의 ‘청차’는 중국의 ‘철관음’과 같이 반발효차로 작설차와 우롱차의 중간이다. 중국의 ‘우롱차’는 차 색이 연녹색 등 청색 계열의 색을 보이는 발효율 20-65%의 반발효차로 오룡차 혹은 청차라고도 하며 대표적인 차 중 하나가 철관음이다.
 작설차는 차 잎이 처음 피어 새 혀처럼 작을 때 딴 잎으로 만든 차고, 보다 많이 접하는 발효차는 잎이 다 자라거나 중간 이상의 잎들로 만든다. 우리 귀에 익숙한 발효차는 보이차나 홍차가 있다. 위가 안 좋은 사람들은 작설차보다 발효차가 좋다.
 녹차는 지방분해에 효과가 있어 기름진 음식이나 비린 음식을 먹은 후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또 위를 깨끗하게 하고, 콜레스테롤도 낮춰준다. 항산화효과가 있어 미용에도 좋다.
 티백녹차의 떫은 맛이 싫다면 찬물을 1/3정도 넣은 후 뜨거운물을 담고 가볍게 흔들어 준 후 티백을 빼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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