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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을 울리는 고창농악
토장 기자 / 입력 : 2010년 04월 19일(월) 10:58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문화의 중요성은 말이 필요 없는 것인데, 특히 무형문화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고 깊다 하겠다. 유형문화는 지속성과 존재성이 있어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는 반면, 무형문화는 누군가 전수받아 행하지 않으면 소멸되어 버리는 속성 때문이다.
농경사회의 대표적인 소리문화는 농요와 농악이다. 지금세상이야 영농기술과 농기계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력의 필요성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과거의 농업에 관한 모든 일은 인력(人力)과 축력(畜力)으로 해결해야 했고, 당연하게 노동효율성을 높여야하는 명제가 따랐다. 농요와 농악은 일꾼들의 행동을 통일시키고 노동과 휴식을 적당히 안배하며 즐거운 소리로 육체적 피로를 덜게 하고 농사가 끝난 후 또 다른 일을 위한 힘의 재충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농악이란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 부터이고, 그 전에는 굿, 풍물, 풍장, 건립, 걸궁 등으로 불렸던 농악이 언제부터 우리의 곁에 있었는지는 문헌에 기록된바 없어 알 수 없지만, 원시신앙 대부분의 제례에 어떤 형태였던 음악이 있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제례음악과 농경의 필요에 의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농악은 있어왔고 발전되어 왔다고 믿어진다.
산줄기는 물을 나누고 물줄기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각각의 문화가 만들어 진다. 이러한 형상에 따라 농악도 크게 웃다리농악, 영동농악, 영남농악, 호남좌도농악, 호남우도농악으로 나눠지며, 호남정맥을 기준으로 동부산간지방은 좌도농악이, 서부평야지대는 우도농악이 발전되어 왔다. 좌도농악은 산간지역의 특성과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와의 관련성에 의한 군악(軍樂)의 성격도 포함되어 있어 가락이 빠르고 높으며 단순한 반면, 우도농악은 평야지대의 놀이문화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 가락이 느리고 섬세하며 복잡하고 다양하게 펼쳐지고 춤사위 또한 연행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 고창농악은 우도농악에 포함되어 있긴 해도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가락의 속도가 적당하여 간이 잘 맞는 농악으로 호남우도농악을 대표한다 할 것이다. 고창농악의 뿌리는 영무장농악(영광 무장지역)에 있지만 그 중심에 고창사람들이 포진해 있었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인도 대부분 고창 사람들이였다. 박성근패, 김만식패로 대변되는 고창의 농악명인들은 해방 전 후 크고 작은 규모의 각종 농악경진대회를 휩쓸 만큼 기예가 뛰어나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흔히 재인, 박수, 당골이라고 하는 무속인은 농악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데, 멀리 선사시대부터 마을의 지도자로, 병자를 고치는 치료자로 상류층에 속해 있었고, 신라왕 남해차차웅(南海次次雄)은 왕호(王號)자체가 무칭(巫稱)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그들의 신분 위치는 최상이었지만, 조선시대에 와서 최하층계급으로 급전직하해 버렸다. 하층민의 애환은 큰 것이어서 대개의 무속인은 세습으로 이어지고 일정지역을 관할하면서 끈끈한 유대로 뭉쳐서 살아왔는바, 그들의 기예, 즉 소리문화에 대한 기량은 뛰어나서 농악의 모든 가락과 춤사위도 대부분 그들의 지도와 협력으로 발전해왔고, 고창지역의 농악명인들 중 무속출신 들이 많았음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마을 풍물과는 깊은 연대의식과 관련성이 있어왔다.
60년대 이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던 고창농악은 박성근 선생의 서거를 맞아 해체되고 맥이 끊기는 가 했었으나,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 1985년 고창문화원의 주도하에 고창농악단이 창단되었다. 처음에는 40여명으로 시작한 고창농악은 읍 면 농악단, 초 중 고 농악단을 포함하여 지금은 1,000여명으로 늘어났고 ‘고창농악보존회’가 전북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몇 년 전 고인이 된 황규언 옹의 생생한 지도와 증언, 그리고 원로회원과 그 외 보존회회원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문굿, 당산굿, 샘굿, 줄굿, 지신밟기굿, 판굿 등으로 이어지는 보름굿과 김매기의 풍장굿, 세시절기굿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락과 춤사위가 재연되고 연구되어왔다. 그로 인해 고창농악은 전에 없이 융성해 지고 활발해지고 있다. 음악의 내용과 연행방식에 있어서도 타 지방보다 매우 다양하고 다원화 되었으며 뛰어난 기량과 실속 있는 재현행사, 그리고 보존과 보급 등 모든 것이 보존회원 모두의 심신을 다 바친 노고라 믿어져 마음으로 크게 박수를 보낸다.
회색빛 겨울이 머뭇거리고 있는 틈새를 비집고 개나리가 노랗게 피기 시작하던 어느 날 갑자기 ‘고창농악전수관’을 찾아 갔었다. 전화 한통 없이 불쑥 찾아간 불청객을 싫은 내색조차 하지 않고, 고창농악보존회 회장 겸 전수관장이신 이명훈 회장과 천옥희 기획실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으며 고창농악에 관련된 이야기를 친절하게 지도해 주셨다. 여기에 수록된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음을 밝히며, 천상의 소리 고창농악의 끝없는 발전을 기원해 마지않는다.
토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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