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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그들의 아픔
토장 기자 / 입력 : 2010년 04월 27일(화) 13:0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중국역사 속의 4대 미인 중 한사람인 왕소군(王昭君)은 한(漢)나라 원(元)임금 때의 후궁이었다. 여자의 미모가 어찌나 빼어났던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 먹으며, 날아가던 기러기가 날개 짓을 하지 못하고 떨어진다는 고사성어 침어낙안(浸漁落雁) 중 ‘낙안(落雁)’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녀다.

 왕소군은 뇌물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러 못생기게 초상화를 그린 화가(畵家) 덕분에 임금의 총애도 받지 못하다가, 결국 추녀로 잘못알고 있던 임금에 의하여 흉노족의 왕 호한야(胡韓耶)에게 억지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정을 붙이지 못한 이역 땅에서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시(詩)를 읊었다. “오랑캐 땅인들 어찌 화초가 없으랴만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는 한탄이였던바, 이역 땅에 억지 시집을 갈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고뇌가 잘 드러나는 슬픈 시(詩)다.

 왕소군의 시(詩)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빌려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금년 봄의 늦추위는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더니 음력 삼월에 춘설(春雪)이 내리는가 하면 어쩔 때는 초여름 날씨를 보이기도 하니, 흉흉한 세상사의 전조증상인지 참으로 전례 없는 기상이변의 연속이다. 이런 기상이변을 겪기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먼 이국으로 시집와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이다.

 50~60년대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 미국의 꿈, 즉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유행어가 뜬 적이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일반의 보통사람도 대학을 나온 인텔리도 합법적으로 또는 밀항 같은 불법으로 대거 미국으로 밀려갔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살겠다’는 각오였을까? 미국 돈 많이 벌어가지고 귀국해서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욕망은 접시닦기, 수영장청소 등 현지인이 싫어하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들 일을 했는데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실패한 사람도 많다.

 그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빠져있는 동안 대한민국은 새마을 운동을 벌여 배고픈 설움, 가난한 설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세계10위권대의 경제 강국으로 일대 도약했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잘 사는 세상으로의 진입이 현실화 되었다는 느낌의 긍정적인 면들이 생기기도 하였고, 코리안 드림의 대상국가가 되기도 하였지만 부정적인 현상들도 많이 생겨났다. 돈을 좇아 도회지로 떠나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전통가정은 무너져, 가부장적 의미와 가족이란 의미는 희미해지고 간신히 혈연이라는 가느다란 끈만 남아있는 핵가족이 되어 버렸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어나고 인구는 고령화 되었는가 하면, 3D(dirty, danger, difficult)업종 기피현상들은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된 사회를 만들었다. 

 세계화와 더불어 ‘인력의 이동대상국가’가 되었다는 얘긴데, 그동안 세계유일의 단일민족이라는 순수혈통주의와 단일문화주의는 차츰 금이 가고, 다중문화를 받아들여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상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도전이요, 위협요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밀려드는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여야 했고, 농촌의 성적 불균형은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신부 감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산업화의 비약적인 발전은 농촌을 피폐하게 하고, 피폐한 농촌은 남아있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젊은 여성들의 대거 이동을 불러왔으며, 젊은 한국여성이 없는 농촌에 필연으로 다가온 서글픈 결과다. 

 이렇게 형성된 다문화가정들은 당연히 온갖 문제를 만들게 되었는데, 말은 통하지 않는데다가 문화의 부조화, 종교의 충돌, 육아의 어려움 등과 이웃의 싸늘한 눈초리는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다행히 지금은 국제적 이주에 따른 다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계부서에서 다문화가정을 배려하고자하는 움직임은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 예(禮)를 이해시키고 한글을 가르치며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흐름들이 어찌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다 덜어줄 수 있겠는가.

 은(恩)과 원(怨), 애(愛)와 욕(慾), 정(情)과 한(恨)이 뒤엉킨 감정에 따라 이 사회를 굴곡된 시야로 보지 않도록,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그들을 이해하고 다정한 이웃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때, 더 나아가서 내 가족이요 내 피붙이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행하여 따뜻하게 보살펴 줄 때, 그들의 슬픔도 조금씩 조금씩 엷어질 것이다.

토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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