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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정부대책 발표 이후, 쌀문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기획 좌담회
대북쌀지원은 기본 지역협력체 제안은 공감 쌀은 정부가 관리해야
유형규 기자 / 입력 : 2010년 09월 13일(월) 13:36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본격적인 쌀 수확철을 앞두고, 쌀값이 하락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간다. 지난 8월 31일 정부의 ‘쌀값 안정 및 쌀 수급균형 대책 마련’ 발표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시장격리가 되지 않아 쌀값 하락에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전국적 이슈이자, 고창 지역 농민들의 최대현안인 쌀 문제 현황을 진단하고, 지역차원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좌담회를 기획했다. 좌담회는 지난 7일(화) 본지 사무실에서, 저녁 6시 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 편집자 주

   

김용태 회장
(고창군농민회)

   

류제준 회장
(고창군농촌지도자회)

   

성종원 계장
(고창군 농업진흥과)

   

신연수 회장
(한국농업경영인
고창군연합회)

 

 

 

 

 

 

 

   

유덕근 조합장
(고창농협)

   

이대종 사무국장
(고창군농민회)

   

최형진 대표
(오성미곡종합처리장)

 

 

 

 

 

 


■ 8·31 대책에 대한 평가

윤종호 편집국장(본지 편집국장, 이하 본지) : 8·31 대책에서, 첫째 정부는 연간 예상 수요량 초과물량 전량 시장격리. 둘째, 2005~2008년산 구곡재고 50만톤 긴급 처분. 셋째, 2011년 벼 재배면적 4만ha 감축. 넷째,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8·31 대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김용태 회장(고창군 농민회, 이하 농민회) : 어제 도청에서 땜질식 처방인 8·31 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왔다. 쌀 50만톤을 긴급처분하고, 쌀 가공을 해 먹는다지만 쌀 소비는 많이 늘지 않을 것이다. 농협에 쌀을 묶어놓는다는 것도 형식적이다. 게다가 논 면적을 줄이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너무 즉흥적인 계획이다.

신연수 회장(한국농업경영인 고창군연합회, 이하 경영인 연합회) : 정부가 발표한 대책수립 예측이 부정확한 것 같다. 작년에도 수확량을 재조정해서 20만톤을 상향했다. 올해 예상 격리 물량이 40~50만톤인데, 가격 결정도 되어 있지 않다. 가격을 결정해 줘야 시장가격이 형성이 되는데, 구체적 대안이 세워져있지 않다. 더구나 농협창고에 보관을 해야하는데, 창고 여석이 부족하다. 수매한다고 하더라도, 창고부족에 따른 물량은 어디로 흐를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 같다.

유덕근 조합장(고창농협) : 오늘 뉴스에서, 대북 수해지원 시 이북에서 라면 대신 쌀을 달라고 역제의를 했다. 이런 내용을 보고 있으면, 정부정책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최근 쌀 문제가 심각한데, 라면을 주는 그런 접근은 잘못됐다. 실제적으로 농협은 농민단체보다 더 많은 불만이 있다. 예를 들어, 경영 측면에서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지역보다 쌀을 비싸게 샀지만, 그 결과 농협 경영에 무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26일 경영인출신 조합장들 제주도 워크숍에서 조만간 정부대책이 발표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농협중앙회는 정부에 2010년산 80만톤을 공공비축미로 할 것과 2009년산 쌀 10만톤을 추가 격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8.31 대책이 나왔는데, 50만톤 수매하겠다고 하고 (2009년 쌀) 10만톤 건의는 빠져있다. 2009년산 쌀 대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대책이 나온다한들 쉽게 풀리지 않을 사안이다.

 8·31 대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이 농촌 현실도 모르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위기만 모면하면 되는 그런 정책이다. 4만ha는 대체작물, 2015년도까지 3만ha의 땅을 정부에서 매입하겠다는데, 그러면 땅 값이 오르고 임대비가 오를 것 아니냐. 창고 여석 확보하라고 하는데 나중에 자체 수매까지 하려고 하면, 창고가 풍선처럼 되야 한다. 실타래가 한 번 얽히면, 심하게 얽힐 수 있다.

최형진 대표(오성미곡종합처리장, 이하 오성RPC) : 쌀 대책을 계속 내놓지만, 답이 안 나온다. 3번의 격리를 작년 가을, 올 봄, 이번에 또 다시 하겠다고 하는데, 조금씩 하다 보니 가격을 잡질 못한다. 정부에서 봄에, 20만톤을 격리하면 여름에 부족할 것이라고 했고, 또 3만원이하로는 못 팔게 강제했다. 쌀은 햅쌀이 나오면 묵은 쌀의 값이 떨어지는 특수성이 있다. 농협이나 개인 RPC는 쌀이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말을 듣고 기다리다가, (곧 햅쌀이 출하될 가을을 앞두고) 여름이 되어 재고를 처리하려고 서둘러 판매를 시도했다. 올해도 정부에서는 역시나 반협박으로 강제할 것이다. 시세는 풍년이라 또 하락이다. 이 정도 격리로는 안된다. 사기도 겁나고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이대종 사무국장(농민회) : 8·31 대책에서 정부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간 농협이 해오던 일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말장난 한 것에 불과하다. 자칫 착각할 수 있는데, 대책도 아닌 대책이다. 쌀 재배면적을 축소하겠다고 하는데, 아예 쌀농사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쌀농사 폐기정책이다.
농협도 죽겠다고 한다. 농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나락 문제를 가지고 어떤 방향에서 싸울 것인가에 대한 답을 못 내리고 있다. 50만톤 수매를 해 격리한다지만, 결국 농협창고에 쌓아두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내후년엔 어떻게 할것인가

성종원 계장(고창군 농업진흥과, 이하 농업진흥과) : 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중앙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그 문제가 해결이 안되고 있다. 통계가 잘못돼 금년 20만톤 격리했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농협에서 산 것을 정부에서 인수만 했을 뿐, 창고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효과가 없는 그 정책을 밀어붙이겠다하니 시장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


■ 쌀 문제, 그 해결방안은

윤종호 편집국장(본지) : 8·31 대책에 평가를 들어보았는데, 그럼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이대종 사무국장(농민회) : 양곡문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통제해야 한다. 최근 외국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난 사례가 있다. 옥수수, 밀 등도 폭등할 것이다. 이상기온으로 각 나라마다 식량 자체를 무기화 하는 시기에, 기본 식량을 정부가 책임지는 체제로 가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위태로울 수 있다. 190만~200만톤까지 재고미가 쌓였던 적이 있지만, 정부가 책임지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정부미, 이중곡가제 등) 문제가 없었다.
농협과 한배를 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협조차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농민들과 함께 한 적이 없다. 8·31 대책이 잘못되었다면, 농협이 앞장서 공동집회라도 열어야 할 판이다.

유덕근 조합장(고창농협) : 농민단체들이 항상 건의했던 것은 ‘대북지원’인데, 정치적 입장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바라보면 해결이 되는 문제다. 1년 40~50만톤 지원하던 대북 쌀을 끊어버리니까 그 재고가 그대로 남는거다. 농림부 정책관이 작년 가을 수매 전에 찾아와 계절진폭 해주겠다고 최대한 많이 사달라고 하더라. 결과는 농협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쌀 문제는 지역 내에서 어떻게 답을 낼 수가 없다.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야지 여기에서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하자 해도 답이 없다.

최형진 대표(오성RPC) : 대북 쌀지원은 기본이다. 개인적인 생각에 대북지원도 과년산을 주면 해결책이 안되고 금년산을 줘야한다. 금년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면 금년쌀을 줘야 시중가격이 안정된다. 많은 양을 격리하게 되면 나중에 쌀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게 된다. 정부에서 공공 비축 수매량이 34만톤이다. 이것을 농협과 RPC에 수매 대행토록 해야한다. 그중 26만톤이 학교 급식과 군량미로 나간다. 그걸 인근 농협과 RPC에 요청하면 바로 풀어주면 된다. 또 민간 RPC 도정료가 3천원, 정부도정은 1만원을 받는다. 수매를 대행하면 운송비, 인건비 등이 절감되어 여러 면에서 이익이다.

류제준 회장(고창군농촌지도자회) : 근본적으로 쌀을 격리하려면, 정치적 싸움 안 하고 대북지원으로 우리 창고를 비워야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표가 망신을 당했다는 방송소식을 들었는데, 옆에서는 굶어죽고 있는데 너희는 쌀이 남아 고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치적 차원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용태 회장(농민회) : 옛날처럼 이중곡가제로 돌아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신연수 회장(경영인 연합회) : 쌀을 격리시켜 놨지만, 언제가는 다시 풀릴 것 아니냐. 다른 농산품처럼 계절진폭을 정확히 정부에서 보장해줘야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상인들이 쌀을 손을 대야하는데 민간 RPC들이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계절진폭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 저온싸이로를 정부에서 지원해, 밥맛이 좋아지면 한 숟갈 더 먹게 되고, 그러면 소비량은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

■ 지역협력 방안은 없나


윤종호 편집국장(본지) : 중앙정부차원에서 요구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대부분이지만, 지역행정, 농협, RPC, 농민 등 지역의 각 주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제안해 달라.

이대종 사무국장(농민회) : 작년까지 가격문제로 농협조합장들과 만났지만, 가격만 가지고 만나면 감정만 상하고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지자체, 농협, 민간RPC, 농민단체 등이 주체가 되어 쌀농사 전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쌀 농가들을 육성·보호하기 위한 관내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중앙정책이 있어 한계는 있겠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 지자체도 어렵겠지만 지방재정으로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농협도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작으나마 돌파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농민들은 어떤 자구책을 가지고 헤쳐 나갈 것인지를 협의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 대북 쌀 지원의 문제를 정부가 고민을 하고 있다. 통일쌀보내기국민운동본부와 같이 민간차원에서 진행하는 통일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진행하면, 정부에 명분도 줄 수 있고,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나.

최형진 대표(오성RPC) :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농협에도 건의를 해보고 싶다.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금년처럼 쌀 팔기가 힘든 해가 없다. 고창지역 농협 등이 다른 지역보다 비싸게 쌀을 사다 보니까, 판매를 하지 못했다. 적당한 가격에 팔아줘야 하는데, 농협 등이 간섭하니 마음대로 팔지도 못한다. 개인RPC니까 털려고 하는데, 올 가을 가격을 경쟁력 있게 해 달라.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높게는 사실 힘들다. (농협들이) 적당한 가격에 견주어서 사되, 차라리 자유롭게 매입하고 그 금액을 (조합원들에게) 환원해주는 방법도 고려해 달라. 지역협의체 구성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우리 RPC입장에서는 농민들에게 수확량 위주의 농사가 아닌 미질 위주의 농사를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고창쌀이 미질이 좋다고 인식돼야 대중성을 확보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유덕근 조합장(고창농협) : 농협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공공비축미를 제외하고는 가격을 떠나서 전량 수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협 자체로 사는 데 한계는 있지만, 최대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협의체는 참여하겠다는 즉답을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신연수 회장(경영인 연합회) : 김제같은 경우 한 품종(신동진)만 사고 다른 품종은 사질 않더라. 이런 부분에 지원을 해 고창도 단일품종, 좋은 품종 개발을 했으면 좋겠다.

성종원 계장(농업진흥과) : 신동진 품종 같은 경우 한결 RPC에서 계약재배를 했다. 100ha를 심었는데 신동진 품종이 키가 커, 이번 태풍에 10ha가량이 쓰러졌다. 다시 태풍이 온다는 소리에 마을에서 재해지구로 선정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방송하더라. 단지구성도 좋은 의견이지만, 품종특성들에 대한  고민들도 필요하다.

 대책협의회 구성은 필요한 좋은 제안이다. 행정, 농협, 농민이 서로 공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어려움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풀어가는 곳이 필요하다. 자기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협의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안상현 기자 정리: 유형규 기자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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