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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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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유 명절 추석.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고속도로 정체로 귀성시간이 2배 이상 걸려, 명절이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많아지고, 찾아오는 가족들이 없어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고창군성봉회의 소개로 찾은 성송면 하고리의 이영숙(84) 할머니는 가족이 없어 명절이면 더욱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가 고향이라는 이 할머니는 21살 결혼 후 고창으로 왔다. 하지만, 남편은 4명의 부인을 두었고, 다른 살림을 차려 떠난 남편과 떨어져 외로운 타향살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슬하에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아들은 교통사고로 투병생활하다 20여년전 세상을 떠났고, 며느리는 재혼해 떠나갔다. 그렇게 혼자된 할머니는 옆 마을인 남창 마을에서 살다가 아들이 죽고 집 관리를 하지 못해 무너져 내리자 남편이 예전에 사준 집으로 15년전 이사를 했다.
지금은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고,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걷는 것이 힘든 만큼 마실도 편치 않은 모습이다. 그나마, 도우미 아주머니 2분이 집을 찾아오고 있다고 하는데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오면 왜 내가 이렇게 복이 없어 도움을 받아야 되나 싶어 마음이 안 좋다”고 이야기한다. “와 주는게 얼마나 고마운데”라면서도 한편으론 함께 하는 가족이 없는 서러움이 복받쳐오는 것이다.
성송에는 성봉회가 마을마다 찾아다니면서 보건소도 다니게 하고, 식사도 챙겨주는데, 할머니는 “며칠전에 식사들 하러 오라고 하는데 안 갔어. 아들들처럼 잘해주고 그러는데 아들 생각이 나서 서러워지니까 그냥 안 갔어”라고 하신다. 챙겨주는 사람들이 고마우면서도 서러워지는 이유가 아들과 남편을 사별하고, 며느리는 재혼해 떠나갔고, 곁에 있는 가족들이 없기 때문이다.
다리가 아파 잘 가꾸지 못해 마을 이장님이 농약을 해주고 있다는 10평 남짓한 텃밭이 전부라는 이 할머니는 “보조금이 없다면 굶어죽었겠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할머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외롭기 그지 한이 없지. 죽지 못해 살죠”라는 할머니는 명절을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에 “그냥 이렇게 보내요”라고 한다. 찾아올 사람이 없어 준비할 음식도 없고 “집에서 티비도 보고 그냥 있지”라며 혼자 툇마루에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
겨울이면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모여 있으니 차라리 덜 적적하기라도 하겠는데, 명절이나 요즘처럼 농사일이 바쁜 추수기면 그 적적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도우미 아주머니 2분이 다녀간 직후, 집은 적적하기만 하다. “이렇게 찾아와 줘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불편한 다리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나서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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