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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體罰)에 대한 단상
연정 기자 / 입력 : 2010년 10월 01일(금) 14:4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연정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필자는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회초리로 다리를 심하게 맞은 일이 있다. 당시 나의 죄목은 할아버지께 오전에 읍에 있는 친구 집에 가면서 석양에 돌아오겠다고 고하고 나가 그 다음 날 오전에 돌아온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께서는 “어서 뒷 대밭에 올라가 매를 해오라”라고 하시고는 당신 방에서 기다리시는 것이었다. 용서를 구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때리시면서 “할아버지께 거짓을 고하는 자식을 둔 이 어미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뵐 것이냐” 그 말씀뿐이었다. 그 때 나는 다시는 그런 짓을 않겠다고 작심을 했고 그 뒤로 출타하면서의 약속은 어긴 일이 없었다.

 필자는 어렸을 때 서당(書堂)에 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 훈장님(호는 敬庵으로 지금 태흥갈비 김 사장의 증조부이시다)으로부터 가끔 회초리를 맞은 적이 있다. 죄목은 여러 가지였다. 하루 배운 글귀를 암송 못 했다든지, 친구와 싸웠다거나, 남의 집 울타리의 호박에 침을 주었다든가, 심지어는 밤에 옷에 오줌을 싼 것조차도 죄목의 하나였다. 당시 회초리 세례를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서당에서의 체벌행사는 하루면 보통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서당에서의 체벌은 요즘 같이 준비된 도구나 손으로, 또는 가리침대로 행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당에서는 반드시 해당 아동에게 자기가 맞을만한 회초리를 만들어 오게 하여 그 회초리로 벌하였다. 이 때 아동은 자기의 회초리를 만들어 오면서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훈장은 훈장대로 감정을 풀게 된다. 따라서 아동이 벌을 받게 될 때에는 학도의 반성과 훈장의 이성적 지도가 교차되는 시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구의 제정로마시대 퀸틸리안(서기 35~97년간)이라는 교육사상가는 체벌을 강력히 반대한 서양 최초의 학자였다. 이로 보면 체벌은 그 때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전통교육에서도 서당교육 내지 가정교육의 장에서는 회초리교육은 불가분한 것이었다. 체벌은 어쩌면 교육이 있는 곳에 존재해 온 것 같다. 다만 체벌의 모습은 문화적 생활유형과 교육관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른 듯하다. 예를 들면 서구에서는 체벌은 인정하되 성년이 되면 면제된다거나, 잘못에 따라 어느 경우는 회초리 몇 대라는 체벌 규정집을 만들어 그에 따라 행사했다. 우리의 경우 전통적 교육의 장에서는 체벌 행사는 항상 있는 일이었고, 오늘날 민주적인 교육의 장에서도 체벌에 대한 논쟁과 사회적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에 금년 2학기부터 체벌 전면금지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그러나 시행되기도 전에 일부에서는 반발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체벌금지를 명시하는 법령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일부 교육감들은 금년 7월 취임이후 체벌금지와 교내시위의 자유는 물론 학생이 학교운영 및 교육청의 정책결정과에 참여할 권리를 갖도록 한 것 등등을 묶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학교나 교실 안의 체벌이 실제적으로 학교나 “교실 안의 폭력”인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상의 조치나 추진 계획은 일리 있는 일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체벌 긍정론자들의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각건대 체벌에 대한 태도는 문화적 생활유형과 교육관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체벌에 대한 논쟁은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왔다. 따라서 체벌에 대하여 금지든 허용이든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밀어부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체벌의 전면 금지보다는 교수학습 또는 훈육의 장에서 학생의 자율적 동기유발의 계기를 형성하는 체벌이라든가 각성 즉, 깨우침의 계기를 형성하는 그런 체벌은 사회적 상당성이나 교육적 양심에 따라 허용해야 할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체벌이 전면적으로 금지되고 또한 그것이 입법화되고 일부 교육감들이 시도하려는 학생인권조례가 실시됨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교사를 평가한다고 하면 과연 교사들은 교단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게 참으로 체벌보다도 심각한 문제다.

 자칭 진보파라고 하는 교육감들도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에서 진행되며 그것은 인격적으로 대등한 관계에 있다는 것쯤은 교육학에 문외한이 아니고 무식하지 않는 한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그들이 주도적으로 학생을 위해 체벌 전면금지 등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거나 서두른다고 하는데 어째서 학생과 같이 교육의 당사자인 교사를 위한 “교사인권조례”의 제정은 구상도 하지 않고 있는가. 또 헌법재판소도“엄격한 기준에 따라 한정된 범위 안에서 교육적 목적의 체벌은 허용된다”고 했는데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체벌의 전면금지의 입법화와 학생인권조례가 실시된다면 과연 교육은 정상화될 것인가, 아니면 교육하기 더욱 어려워질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그것을 알고싶다.

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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