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일. 금요일. 바람. 추운 날씨. 오늘도 마찬가지로 나의 오전 일과를 마치고 고창우체국 영업과장으로부터 샴푸 선물을 받아가지고 집으로 들어오다가 경로당에 들렀더니 감미댁이 “복은 있어” 하면서 점심을 먹고 가란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가서 보니 선운사댁과 학원댁이 있었고, 나중에 미상의 여인이 들어와 5명이서 따뜻한 밥과 오징어 무국을 얼큰하게 끓여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먹고 있었다. 그런데 선운사댁이 전화 오는 소리가 난다고하여 응접실에 있던 전화를 받으려니, 군청 상수도과에서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핸드폰을 받으며 전화를 받으려니, 양손에 떡을 쥐고 일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요란한 전화 벨소리를 잠재우기 위하여 수화기를 들었더니, 김가순 이장이었다.
그래서 벨소리를 줄이고 핸드폰을 받았는데, 상수도과 직원이 오늘은 바빠서 못 뵙고 내일 뵙자고 하여 핸드폰을 끊고 전화를 받았다. 이장님의 즐거운 목소리로 “농협하나로 마트에서 쌀과 김치를 경로당으로 보내준다는데 실러 갈 사람이 없다”고 하여, “점심을 먹고 내가 자전거로 두 번 실어 올 테니 염려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여 잘 걷지도 못하는 선운사댁이 전동차를 타고 따라가서 같이 싣고 온다고 하니 어찌 그리 반갑던지.
자전거를 타고 하나로마트에 갔더니 선운사댁은 벌써 전동차를 타고 와 있었고, 하나로마트에서는 많은 쌀과 김치 통이 가득 쌓여있고, 임직원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그래서 농협 직원에게 소속을 말하고 사인을 한 뒤, 자전거에 김치통을 실었다. 그러자 농협 직원이 김치통은 전동차에 싣고 쌀은 자전거에 싣고 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쌀 20kg을 싣고 노인당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아 놓고, 또 전동차가 와서 김치통을 들여놓고 나니 어찌 그리 마음이 흐뭇하고 풍요로운지.
쌀 포대기에는 우리 몸에 좋은 황토배기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알찬 햅쌀이 오늘 도정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김치통에는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고창농협 하나로마트’라 쓰여 있고, 빨강 고무통에 하얀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담겨 있었다. 이러니 아마 유덕근 조합장과 임직원들은 몇 백 통의 김치와 몇 백 가마니의 쌀을 준비했을 것으로 생각하니, 받는 사람은 한 포대지만, 몇 백 포대 고마움이 절로 난다. 우리 성신노인당에서는 45명의 회원들이 있다. 창밖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회관 안에서는 따뜻한 기름보일러, 따뜻한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먹음직한 배추김치를 아삭아삭 씹으면서, 노고를 아끼지 않고 보내주신 하나로 마트 임직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두고두고 맛있게 먹으면서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남으로부터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줄은 미처 몰랐다. 나도 장학금이야 불우이웃돕기야 하면서, 어려운 시설에 라면·비누·치약·수건 등 생활필수품을 주어는 보았지만, 이렇게 큰 선물은 받아 보지 못하였는데 아주 마음이 흐뭇하고 기쁘다. 고창농협의 앞날에 행운과 번창을 마음 속 깊이 빌며 제삼 고마움을 전합니다.
안재운 (고창읍 성신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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