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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 기업 탐방> (주)송연유화
한평생 사업에 매진한 전문경영인
박성학 기자 / 입력 : 2011년 01월 03일(월) 17:26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23만명에 달하는 재울산호남향우회의 26대·30대·31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호남과 울산 발전을 위한 봉사단체로 향우회를 탈바꿈시킨 김정영 회장. 지역 공단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주)유성과 (주)NCC(앤씨씨)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민간 환경기초시설의 터전을 닦은 김정영 회장. 일선에서 은퇴하고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 또다른 도전으로 (주)송연유화를 이끌고 있는 김정영 회장을 지난달 12월 22일(수) (주)송연유화 직무실에서 만났다.

   

(주)송연유화 김정영 회장

(주)송연유화 김정영 회장



고향은 꿈 그리고 추억

김정영 회장의 고향은 고창 무장면이다. 김 회장의 조부는 무장면의 초대면장을 15년간 지냈으며, 부친은 무장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해 전라남도교육감을 역임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1944년 영암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무장으로 왔다. 무장초, 무장중, 광주사레지오고등학교,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향을 떠나온 지는 40년이 넘었고, 울산에 온 지는 22년이 되었다고 한다.

“고향은 꿈이고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그렇습니다. 울산은 현실의 삶이니까. 항시 마음 깊은 한 구석은 고향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향에서 동무들과 물장구 치고, 들판을 뛰며 놀던 기억들. 일가친척들은 경향각지로 다 흩어졌지만, 고향은 글자 그대로 항시 죽을 때까지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김정영 회장은 2009년 8월 무장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무장초 100년 장학회’ 설립에 보태달라며 장학금 1000만원을 기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인연이 닿아 울산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울산에서 몇 해만 일하다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노력한 만큼 대가도 있고 성과도 잘 나타나 울산이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울산에서 호남사람이 일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지역 탓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사를 연기론(인과론)이니 하지만, 저는 우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신조가 ‘인과응보’(因果應報)인데, 잘 된 사람은 잘 된 원인이 있을 테고, 못 된 사람은 못 된 원인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결국은 자기 하기에 승패가 달려 있습니다.”

   

   
훈장증(목련장) 수훈

 

 

 

 

 

 

 

 

 

전문 기업경영인 김정영
울산에 와서부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한 중소기업(주식회사 유성)의 전문경영인으로 있었다. “처음 들어갈 때 이 회사에 10년만 있겠다, 10년 동안 회사를 성장시키고 내 일을 해보겠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0년 되는 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기업들은 환경분야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한 대기업도 울산에 들어오면서 환경분야의 시설은 떼고 들어오는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매립장, 소각장도 없었고, 쓰레기를 산과 들, 바다에 버릴 때였습니다. 그런데 법은 꼼짝 말고 손 들어 하는 격이었습니다.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는데 손을 들 수가 있겠습니까? 그 때 저희와 같은 민간자본이 소각장 만들고 매립장 만들면서, 환경분야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주)유성을 나와 종합환경처리업체인 (주)NCC를 설립했다. 2002년에는 도심형 무연소각로를 개발한 공로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NCC가 자체개발한 신기술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먼지, 다이옥신 등을 특수제조된 약품으로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육십이 넘으니까 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75세가 되어도 활동하는 분도 있고 그래서 집에서도 쉬기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60세가 넘으면 ‘예일’대학을 다닌다고 합니다. ‘예’순 넘어서 ‘일’한다고. 학교 어디 다녔냐고 물으면 요즘은 예일대 나왔다고 합니다(^^).”

김 회장은 최근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주)송연유화, (주)그린인더스트리 등의 회장을 맡으면서 정력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주)송연유화는 엘지석유, 호남석유 등에서 가져온 솔벤트와 톨루엔을 정제해서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다. (주)그린인더스트리는 울주군 서생면 회야강변 일원(88만8천평방미터)에 요트와 선박 건조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일반산업단지를 추진 중에 있다. “수십년간 사업을 하면서 사람관계가 중요하고 회사는 직원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노사란 것이, 노동자는 사용자가 잘 해주면 괜찮은 사용자다 하고, 사용자는 노동자가 잘 해주면 나도 잘 해주겠다는 상호관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제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몸소 실천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추진협의회와 김대중 전 대통령

김 회장은 26년 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화추진협의회에서 함께 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했고, 울산출신 최형우 의원이 간사장을, 김 회장은 산업국장을 맡았다고 한다.

“군사정권에 저항하고, 구금·구타·감시·미행을 당하면서 정말로 고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당시 기억 중에, 자금도 여유가 없고, 먹는 것도 매일 사무실에서 천원짜리 비빔밥만 먹고 그랬습니다. 하루는 김대중 대통령이 동지들 고생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동지들에게 휘호를 하나씩 써주었습니다. 저에게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하늘을 우러르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휘호를 주었습니다. 그 뜻이 깊어 항시 생활의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또 분향을 올리면서, 그때는 애통과 슬픔에 아무 생각도 없었다고 한다. “육체는 가셨지만 그 분의 영혼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세의 사람들에게 하나의 좌표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슬픔보다는 그 분의 의지와 실천이 떠오릅니다. 저는 부족했지만, 젊은이들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그 분의 교훈을 사회에 실천해주기를 바랍니다.”

김 회장은 23만명에 달하는 재울산호남향우회의 제26대(1995년~1996년), 제30대·31대(2001년~2005) 회장을 지냈으며, 2005년에는 호남향우회 전국연합회의 공동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현재는 호남향우회 고문으로 있다. 김 회장은 재울산호남향우회장으로 있으면서, ‘향우회만을 위한 친목단체에서 벗어나 호남과 울산을 위한 봉사단체’로 탈바꿈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우선은 호남향우회관을 지어 장소를 확보했고, 울산시민들과 그 공간을 공유했다.

“호남향우들이 울산과 더불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세미나, 강연, 공연 등을 회관에서 꾸준히 진행했고, 장학금 조성 등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갔습니다.”


김 회장은 지역감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저는 울산사람이기도 하고 고창사람이기도 합니다. 고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영·호남 벽 허물기, 영·호남 화합의 밤, 영·호남 친선대회 등, 저는 영·호남이라는 말이 언제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지 몰라도 그 말 자체가 싫습니다. 그 구분을 깰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남의 산이 따로 있고, 호남의 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물과 산은 둘이 아니고 하나입니다. 벽이 어디 있습니까. 육십육 평생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구분 자체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고서화를 사랑하는 남자
직무실과 회사에 와서 보면 곳곳에 그림이 많이 걸려 있다. 흡사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한시에 취미가 있었고, 그 후로는 불교 경전과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저는 울산사람이기도 하고 고창사람이기도 합니다. 고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영·호남 벽 허물기, 영·호남 화합의 밤, 영·호남 친선대회 등, 저는 영·호남이라는 말이 언제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지 몰라도 그 말 자체가 싫습니다. 그 구분을 깰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남의 산이 따로 있고, 호남의 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물과 산은 둘이 아니고 하나입니다. 벽이 어디 있습니까. 육십육 평생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구분 자체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직무실과 회사에 와서 보면 곳곳에 그림이 많이 걸려 있다. 흡사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한시에 취미가 있었고, 그 후로는 불교 경전과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취미입니다. 서화 감상 및 수집이 40년 됐습니다. 가정에 있는 시간보다 직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직장에 바꿔 걸면서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양보다 질이랄까. 우리나라 근대 6대 작가인 청전, 소정, 이당, 의제, 심산, 심향의 작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종종 위작 시비가 붙으면 저한테 감정이 오기도 합니다. 취미가 안목도 높여준 셈입니다.”

술은 소주 2병, 폭탄주는 대여섯잔,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 십팔번이라고 한다. “웃고 싶지만 눈물이 난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살아가면서 울고 싶어도 웃어야 되고,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그런 현실이 얼마나 많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김정영이는 명랑하고 돈도 잘 벌고 활발하다 그런 이야기 많이 하는데,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 말 못하는 가슴이 어떻겠습니까. 삶의 한 부분을, 제 모습의 일부를 말하는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오리가 물에 뜨려면 수면 밑에서 계속 물길질을 해야 하는데, 그건 안 보이고 떠 있는 것만 보이잖아요. 피안의 세계라면 몰라도 차안의 세계는 그것이 진실인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가족과 함께 골프도 즐기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가족 홀인원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연거푸 기록하며 3만3천분의 1이라는 홀인원의 행운을 차례대로 거머쥐었다. “타인을 배려하며 산다는 것이 즐거운 것 같아요. 자리이타(自利利他)는 여조양익(如鳥兩翼)이란 말이 있습니다.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새의 두 날개와도 같다는 말입니다. 제 아무리 독수리도 한쪽 날개로는 날지 못하니까요. 서로 배려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며, 남에게 베푸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동천년 노항장곡, 매일생 한불매향 (桐千年 老恒藏曲, 梅一生 寒不賣香). 오동나무는 천년 세월을 살아도 항상 거문고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김정영 회장이 가슴에 품고, 자주 쓰는 글귀라고 한다.

인터뷰=박성학 사장, 정리=김동훈 기자

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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