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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종 (고창군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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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 설이 코 앞이다. ‘풍년 드나 흉년 드나 걱정은 매일반’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딱 들어맞는 때가 또 있었을까? 올 겨울 추위보다도 더 춥고 시린 것이 농민들 가슴 속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했는가? 전국을 휩쓸다 못해 초토화시키고 있는 구제역 파동은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있다.
300만 마리에 가까운 소, 돼지들이 살처분되었고, 정부 추산 3조원의 피해액이 발생하였다. 국가적 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뭐라 지껄이고 있는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주인이 도둑 잡을 마음이 없다’며 축산농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구제역 방역 실패 책임을 축산 농가들에게 떠넘겼다.
감히 농민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운운하다니, 천인공노할 망언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이 대재앙 수준으로 확산된 것은 그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최초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음성으로 오판해, 무려 6일간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도록 방치했다.
또한 구제역 양성 판정 이후에는, 군부대를 긴급 투입해 접경지역에 방역초소를 설치 운영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특히 정부는 구제역이 확산 와중에 있던 지난해 12월에는 살처분된 소와 돼지들을 전액 보상하기 어렵다고 해서 농민들의 적극적인 구제역 발생 신고를 유도하지도 못했고, 이미 살처분으로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된 시점에서는, 돈이 없어 전수 백신접종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 결과 구제역이 국가적 재난 상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지금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모든 책임을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흡사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는 ‘농가의 귀책사유를 철저히 따져 살처분 비용을 차등 지급하라’고 전국 각 시·도에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 지급을 전면 보류하고,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또한 방역수칙을 위반해 구제역 확산을 방치한 농가에 대해 고발조치하고, 살처분 보상금을 최대 60%까지 감액하는 등 고강도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잘되면 자기 탓, 안되면 국민 탓. 모든 것이 남의 탓인 이명박 정부의 뻔뻔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는 구제역확산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자 6월까지 6만 톤의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쇠고기 추가개방에 대한 미국의 집요한 요구를 수용할 빌미를 구제역에서 찾을 것이 빤해 보인다.
국내의 축산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 부족하면 수입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단순무식하고도 매국적인 발상이다.
구제역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차원의 대책을 수립하는 것만이 사태를 해결할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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