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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실수》 황선미 글, 김진화 그림창비 출판사 / 2010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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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예요. 연쇄살인자에게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중년의 아버지가 있었어요. 그는 마침내 그 가해자를 용서하게 됩니다. ‘용서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증오로 끓어오르는 심장으로 하루하루 사는 것이 견딜 수 없었겠지요. 죽은 자식과 죽인 자를 생각하면 눈을 뜨고 숨을 쉬며 밥을 삼키는 삶의 모든 행위가 지옥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가 용서를 선택하자 그제야 마음이 풀리고 그 마음 안에서 자식을 편안히 떠나보낼 수 있었습니다. 용서를 통해 자기 마음과 화해한 것이죠. 우리는 용서하는 법, 화해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을까요? 한번 스스로의 마음에 물어보세요.
『뻔뻔한 실수』에는 불쌍한 열 살들이 용서하고 화해하는 방식이 엿보입니다. 교실은 어른들의 삶이 축소된 공간이라고 하죠. 대성이네도 수족관을 둘러싸고 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족관은 반장 영일이네 엄마가 반장에 뽑힌 선물로 반에 기증한 것이에요. 그랬으니 수족관과 물고기, 밥주기는 반장을 중심으로 몇몇의 독차지겠지요.
그 독차지가 싫은 대성이는 우연찮게 물고기 밥통을 줍고, 거기 가루비누와 코코아가루를 섞어놓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게 되죠.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이 사태 한가운데 보미라는 작고 여린 아이가 있었어요. 자기 차례 물고기 밥을 준 뒤, 물고기들이 죽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교실에 고백상자까지 마련했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아요. 보미가 범인으로 지목되자, 마침내 대성은 자기 ‘실수’를 고백합니다. 그러나 고백만으로 선생님이 약속한 용서는 없답니다. 반장과 반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 대성은 ‘용서’를 받기 위해 고철을 모으기 시작해요. 아이들이 점점 대성의 편을 들기 시작합니다. 진정한 용서는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
며칠째 학교를 빠진 보미네 옥탑방을 선생님과 대성 등이 찾아갑니다. 고철을 모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보미는 수족관을 하던 아빠를 화재로 잃었던 것입니다. 보미네 방에는 교실 수족관에서 사라진 물고기들이 사진으로, 그림으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 벽 속 수족관을 보며 굳었던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그제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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