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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양파·무 폭락…농민들 분노
정부 수입량 늘리고 비축량 풀어 “물가는 챙기고 농민은 죽이고”                            밭떼기 횡포 여전…실질적인 수급안정대책·채소가격안정제도 필요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09일(월) 11:28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지난 6일(금) 대산면 성남리 하천변에 다 자란 배추 수 천 포기가 버려져 있다.

4월 중순부터 하우스 채소 본격 출하와 동시에 양파·배추 등 채소값이 폭락했다. 5월 초 본격 출하되는 무가격도 하락세가 예상되고 있다.

고창군의 하우스(조생종) 양파는 지난달 20일께 출하가 완료됐다. 지난달 20일 가락동시장에서 양파값(1kg)은 특678원, 상529원, 중412원, 하2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4년 사이 가장 낮은 가격으로 지난해 같은날 특2471원, 상2199원, 중1512원, 하651원과 비교하면, 상(上)품 기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도 가격은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예년이라면 늦어도 4월 15일 이전에 끝났어야 할 저장양파 출하가, 5월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수입양파 3000여톤이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남아있어, 노지 양파가격도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예상했다.

고창군에서는 79농가가 36헥타르에 양파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농협과 계약재배를 한 농가들은 피해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산지수집상에 직접 출하하는 일반 농가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음면의 하우스밭 6000㎡에 석달 힘들여 배추농사를 지은 박모씨는 “배추농사를 괜히 지었다”며 한탄했다. 박씨는 배추값 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었다. “정부도 배추 심으라 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상인도 소개해줘서 배추를 지었는데, 이렇게 가격이 폭삭 내려가 버렸어. 그냥 알타리무 했으면 진작 출하하고 속도 안탔을 텐데”라고 말했다. 박씨는 올 2월 산지수집상과 밭떼기 계약을 했다. 100평에 100만원선에 계약했지만, 계약금만 받고 잔금은 날리고 말았다. 출하비용도 못 건질 지경으로 배추값이 떨어지자, 산지수집상들이 계약 이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모종값으로 130만원, 인건비와 비료값만으로만 이미 500만원을 썼다. 산지수집상들과 농민들은 고창지역 하우스 봄배추의 경우 50% 이상이 갈아엎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 작물을 심어야 하기 때문에 출하를 마냥 늦출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고창군의 봄배추 재배면적은 163헥타르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5월 4일자 배추값(10kg)은 특6592원·상2308원·중1281원·하853원으로, 작년 같은날 특15096원·상10615원·중8360원·하5650원에 비해, 상(上)품 기준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배추값이 4월 중순 이후 폭락한 이유로 농촌경제연구원은 봄배추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54.3%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한 산지수집상은 “정부가 저장해둔 물량 2000여톤을 3월 중순부터 이미 값이 폭락하기 시작한 4월 중순까지 지속적으로 시장에 풀었다”며 정부의 실책을 질타했다. 

   
◀지난 6일(금) 대산면 성남리 인근 알타리무 밭에서 인부들이 출하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1~3월 사이 국내에 수입된 냉장배추는 모두 38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0kg에 비해 무려 350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냉장상태의 무가 1만배 이상 증가한 304톤, 냉장 양파가 1178% 늘어난 882톤, 가루고추가 1분기에만 30.9% 늘어난 4946톤이 수입됐다. 수입량 급증이 가격 폭락을 불러온 것이다. 수입량이 급증한 모든 채소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며, 알타리무와 같이 수입량이 없는 경우는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5월에도 배추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40% 늘어나고 가격은 상(上)품 기준 2300원 이하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이다. 6월에 나올 노지 봄배추의 출하도 20% 증가가 예상돼, 배추값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배추밭을 갈아엎은 공음면의 정모씨는 “배추값이 뛰면 곧바로 중국배추를 수입하면서, 배추값이 떨어질 때도 정부가 부채질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물가잡기에만 매달려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도매상 뿐만 아니라 소매상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비가 줄어든데다 무더운 날씨 탓에 상품성이 떨어진 채소를 처리하는데 골머리를 앓기 때문이다. 채소상인 박모씨는 “보통 무 한 상자에 1천원을 남겨 파는데, 날이 더워 2~3일 지나면 검은 점이 생겨 손님한테 팔 지를 못한다”며 “1만원 정도에 들어오는 단가를 생각하면 손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산지수집상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목표로 지나치게 수입을 확대한 나머지, 전체적인 농산물 관리에 실패했다”며 “올 봄 가격 폭락에 따라 내년 재배면적이 감소하면 다시 물량부족에 따른 수입확대로 연쇄적인 부작용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창농민회 이인구 사무국장은 “정부가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농민을 죽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수입량을 늘려 농민들이 출하도 못하는 정책이 아니라, 제대로된 수급안정대책·채소가격안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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