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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어떤 풀꽃’들의 세상
이대건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17일(화) 12:41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야생초 학교》
황대권 글, 윤봉선 그림
토토북 출판사 / 2010년 출판

방풍림으로 심은 해송 숲을 지나쳐 책마을(해리면 나성리의 필자의 고향마을, 폐교를 책마을로 가꾸어가고 있다―편집자 주) 운동장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는, 수만 가지 색이 담겼어요. 바다를 머금고 달려온 바람 냄새만큼, 숨겨진 빛깔이 참 곱지요. 그 고운 빛깔이 책마을에 진짜 색으로 피어나는 계절이 곧 다가와요. 해마다 6월이면 나리꽃이 향과 빛으로 마을 한 켠을 채운답니다.

책마을 나리꽃에는 사연이 있어요. 지지난해 가을, 나라의 연구기관으로부터 1,000여 주 남짓 나리 구근을 얻게 되었어요. 새로운 품종을 만들면서 태어난 녀석들인데, 몇 가지 절차와 규정으로 폐기될 운명이었죠. 친구의 친구를 통해 소식을 듣고 사정 이야기를 하고, 얻어올 수 있었어요. 녀석들은 무더기마다, 이름대신 숫자가 적힌 작은 팻말이 붙어, 그저 품종에 대한 정보만 담고 있었어요. 때는 마침 추석 즈음, 명절을 쇠러 내려온 가족과 함께 책마을 방문자 숙소 뒷켠을 다듬고 줄을 맞춰 심었어요. 한나절 일거리더군요. 그리고 지난 해 봄, 겨울이 참 혹독했으므로 살았을까 죽었을까, ‘긴가민가’하며 슬쩍슬쩍 숙소 뒤란을 살폈지요. 어느 날이었어요. 소름이 돋게도 푸르게, 뒤란 가득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하듯 나리 구근들이 일제히 싹을 올렸어요. 그리고 그 6월, 책마을은 가벼운 나리꽃 잔치를 열었어요.

올 봄에도 그 뒤란의 나리를 옮겨 책마을 이곳저곳에 옮겨 심고 있어요. 바닷바람이 습기를 잔뜩 머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비척이기 전, 6월. 책마을에 놀러오세요. 나리꽃의 향과 색에 같이 취해요. 나리꽃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야생초의 한해살이와 함께 ‘함께살이[共生]’의 힘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는 책을 소개할게요. 바로 『야생초 학교』예요. ‘바우 삼촌과 함께 한 우리들의 일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야생초편지’로 유명해진 생명평화운동가 황대권 선생이 지은 책이에요. 일곱 명의 아이들과 함께 철마다 나고 자라는 ‘풀들’의 이야기, 내력, 쓰임 들을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서로 나누고 있어요.

우리 고장도 어디를 가나 야생초 천국이죠. 그냥 풀이 아니라, 저마다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어떤 풀’들의 세상 말이에요.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고인돌들꽃학습원’ 같이 멋들어진 꽃 놀이터가 있으니까요. 봄이 더 가기 전에 우리 곁에 피어난 꽃들에게 이름 한번 불러주세요.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이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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