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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1996년)의 중국어·베트남어·캄보디아어 번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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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自尊感), 자아존중감이라고 풀 수 있는 이 어휘는 ‘자기’라는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의 가치가 사람들과 사이에서, 세상과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말이에요. 요즘 부모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었죠. 맨 처음 말과 글, 감정을 배우는 가정이야말로, 자존감이 갖추어지는 소중한 공간이죠. 부모와 형제 사이에서 그들과 어린이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통해, 이 자존감 형성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요.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권정생 선생의 글과 정승각 화백의 그림이 만나, 우리시대 명작 그림책을 만들었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스스로도 주변 누구도 그렇게 믿던 강아지 똥이, 민들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거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예요. 생명과 자연의 귀한 가치를 알려주는 책, 바로 『강아지똥』이죠. 이 책은 글줄로 길게 읽을 수 있게 출간이 되기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어요. 그림자극, 어린이 연극 같이 다양한 매체로 선을 보이기도 했구요.
권정생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매년 그의 기일엔 안동 조탑리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지난해 추모행사에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김경희 교육문화국장을 만났어요. 책 만드는 이야기도 하고, 고창책마을 이야기도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이야기 가운데, 『강아지똥』을 다국어판으로 편집·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강아지똥』다국어판은 중국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로 번역되었어요. 물론 한글원문과 영어도 함께 실려 있구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나서서, 재능기부 차원의 한국외국어대 번역 지원과 국민은행의 비용 후원을 받아 펴내게 되었던 거예요.
안동의 기억이 잊힐세라, 책마을에 『강아지똥』다국어판 세 권이 도착했어요. 김경희 국장의 배려였어요. 이 세 권의 책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의 자존감이 조금씩 넓고 깊어지고 있구나, 생각했어요(일본어로는 벌써 일본에 출판되었답니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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