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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더 주세요!>, 이혜란 글·그림, 사계절,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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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입니다. 자고 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데,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방학이 코앞이네요. 즐거워야할 방학이 꼭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예전처럼 무거운 방학숙제에 지레 겁내서가 아니겠죠. 방학이라고 ‘배움’을 놓을 수 없는 ‘경쟁의 구조’ 탓일 거예요. 누구 네는 서울로, 광주로, 전주로. 누구 네는 아예 나라밖으로 ‘공부’의 끈을 늘이고 있을 테니까요. 그 끈이 단단하게 되면 좋으련만, 혹여 고무줄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뿐, 방학이 주는 끈적끈적한 추억만 송두리째 빼앗았다면 저도 여러분도 속이 많이 쓰릴 거예요.
이번 여름은, 머리로 챙기는 공부만큼이나 몸으로 마음으로 쏙쏙 채워 넣는 나만의 이야기를 찾기 바래요. 그러자는 뜻에서 머리 아픈 숙제 대신 방학선물을 드립니다. 그림책에서 읽는 재미있고 신명나는 직업이야기예요.
첫 번째 이야기는, 조리사예요. <짜장면 더 주세요!>라는 그림책으로 읽는 직업·진로 이야기예요. 이 그림책을 짓고 그린 이는, 이혜란 선생님이에요. 부산에서 태어난 그이는 학교를 마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고군분투 그림을 배웠어요. 그리고 지금은 정말 많은 어린이와 가족에게 멋진 그림과 이야기로 꿈을 안겨주는 그림장이가 되었어요. 작년 여름엔 책마을에 와 며칠 머물기도 했지요. 올 가을 문을 열려고 준비하는 ‘책마을 버들눈도서관’ 안을 빛나는 하얀 색으로 칠해 주기도 했어요. 전라도식 몸빼 바지를 입고 ‘뼁끼 붓’을 든 그의 표정과 몸짓이 아직 눈에 선해요. 그의 붓질 자국도요.
『짜장면 더 주세요!』는 이혜란 선생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 담겼어요. 짜장면 집 막내딸이었으니까요. 음식점의 주방과 음식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정겹게 그려졌어요. 그가 살을 맞대고 사랑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얼마나 소중하게 기억했으면, 한점 빠짐이 없어요. 이야기와 함께 만화의 장면처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정보 면이 촘촘히 담겨 이해도 참 쉽답니다. 어찌나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던지, 가족이 같이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전화 한통 돌릴 거예요. “거기 짜장면 집이죠?” 등장하는 주인공 얼굴도 어쩜 그렇게 지은이와 닮았는지, 나중에 책마을 ‘작가와 대화 시간’에 와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짜장면 집 주방장이 조리사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아니에요. 에드워드 권 같은 세계에 이름난 쉐프도, 우리 동네 국밥집 할머니도, 대표 조리사가 될 수 있어요. 물론 자기가 만든 음식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의 허기를 채우고 입맛을 살린다는 것을 즐거워해야겠죠. 음식은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그 즐거움이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중요한 존재 이유랍니다. 우리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 고민하는 ‘진로’의 문제 앞에서도, 바로 그 점을 소중하게 챙겨보세요.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일, 말이에요.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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