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구역개편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수)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는 광주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시군구 통합기준 마련을 위한 호남권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좌장-신원형 전남대 교수, 발제자-허훈 대진대 교수, 토론자-박순형 광주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안완기 전북대 교수, 정재현 광주일보 논설실장, 하정봉 순천대 교수, 한병규 전주경실련 사무국장 등이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호남권 각 시군 공무원과 시민단체, 일반인 등 많은 방청객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통합 세부기준 마련, 유형화로 시·군 여건 맞추고, 주민주도의 논의가 이뤄져야 이번 ‘시군구 통합기준 연구’의 발제를 맡은 허훈 대진대 교수는 “시군구 통합기준은 행정능률성, 공동사회성, 주민참여(통제), 재정적 자주성, 구역의 편의성(주민편의)에 의해 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통합기준과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통합될 시군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유형화해야 한다. 또한 통합이 불가피한 곳은 제한적으로 권고해 유도하고, 도서지역 등 통합이 불가능한 지역은 통합 제외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 모두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획일적인 통합보단 세부기준마련과 유형화, 실현가능성 있는 방안으로 지역 간 연계와 협력을 고려해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행정개편이 정치적 이해관계자나 관료, 지역유지 등의 이해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주민의사를 어떻게 최대한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아직까지 행정구역개편에 대해 주민들의 이해나 홍보가 부족하므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통합 대상지역 주민들 스스로 주도하는 논의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통합이후엔 중앙정부의 권한을 광역 및 기초지자체로 대폭 이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정비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자치적인 입법권과 치안담당(자치경찰제, 자치교육제) 등을 도입하여, 그동안 집중되었던 중앙정부의 각종 규제권한을 서서히 지방으로 이양해 나가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전북권, 동질성 고려해 시·군 통합논의 이뤄져야, 고창·정읍·부안 친밀도 양호 이날 유일하게 전북권 시·군통합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 한병규 전주 경실련 사무국장은 전북권 현안과 각 지역의 평소 협력 수준을 비교하면서 통합논의를 진행했다. 한병규 전주 경실련 사무국장은 첫 번째로 “전주·완주는 20여년 전부터 통합논의가 있어왔으며, 역사적으로도 전주군에서 전주시와 완주군이 분리되었기 때문에 동질성이 있다. 완주군청도 현재 전주시 덕진구에 있고, 시장 이용, 학군 교통편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완주군민 대다수가 전주시와 사업협력(72.5%)이 잘되고 있다는 여론이다. 때문에 전주·완주의 통합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전북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새만금 개발 사업의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만금 지역과 관련된 군산, 김제, 부안 등의 행정통합이라는 안이 제시되고 있고, 여기에 충남 소재이긴 하지만, 새만금권역인 장항읍까지 이 권역에 묶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특별법상으론 시군에서 읍만 분리해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새만금 권역 개발을 감안한다면 분명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접 시·군 중 평소 사업협력이 잘 되는 곳을 묻는 주민여론조사(지방자치 20년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책임연구원 신기현 2011 전북대 지방자치연구소)에서 고창은 부안(60%), 정읍(22.5%), 전남영광(12.5%) 전남장성(5%) 등의 순으로, 부안군은 고창(35.7%), 군산(35%), 김제(15%), 정읍(7.5%) 등의 순으로, 정읍은 고창(46%), 김제(24%), 부안(8%) 등의 순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한병규 토론자가 밝힌 각 지역의 평소 협력 수준을 보면 고창·정읍·부안 주민이 느끼는 상호 협력정도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고창·정읍·부안 3개군 행정에서도 시·군 통합을 대비한 마케팅 및 인적교류 협약, 공동협력사업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부안군의 경우는 현재 새만금권역 통합논의에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어, 향후 고창·정읍과 함께 시·군 통합논의를 전개할지는 미지수다.
방청객, 통합문제점 다양한 의견 개진 예정된 토론자들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방청객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방청객들은 “시군통합이 외면적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와 갈등들이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규모차이가 큰 시와 군의 통합은 자칫 흡수통합이 될 소지가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자체 주민들은 세금만 더 낼 뿐 실질적인 이득이 없을 것이라며 통합을 싫어한다.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 중앙권력의 지방이전으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하며, 구역통합을 넘어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시·군 통합 장단점 지역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고창 시·군 통합 건의, 주민주도 논의로 이뤄져야 오는 8월 중으로 행정구역개편 통합기준이 공표된다. 또한 11월부터는 각 지자체의 단체장·의회·주민들로부터 자율통합건의를 접수받아, 내년 6월 개편추진위원회가 통합방안을 마련해 기본계획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각 지자체에 통합을 권고하고, 의회 의견청취 또는 주민투표 등을 거쳐, 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시·군 통합 명칭, 청사 소재지를 결정한 다음, 국회에서 통합자치단체 설치법을 제정하고, 2014년 6월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고창주민들은 자율 시군 통합에 대해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있다. 의회도 행정도 시군 통합논의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그 사이에 정권도 바뀌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인접 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정구역개편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주민들은 “정부의 시군통합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지만, 매번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번도 통합까지 가는 사이에 정권이 바뀌면 다시 논의는 수그러들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고창군은 당장 올 연말에는 자율통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시군통합에 대한 주민 공청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앞서 토론자들과 시민방청객들이 강조했듯이, 몇몇 이해관계에 얽힌 소수자의 의견으로 시·군 자율통합건의서가 제출되기보단, 주민주도의 충분한 논의 속에 도출된 결과로 고창군의 시·군 자율통합 건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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