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념일 문제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오고 있습니다. 이런 양상 자체가 갑오년에 희생된 분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 신순철 위원장(원광대 부총장)이 제3차 회의를 마치고 “기념일 문제에 관한한 앞으로 언론과는 노코멘트 할 것”이라며 한 말이다. 본지 또한 이 사안을 보도하면서, 진의가 곡해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고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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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토) 정읍범시민대책위 소속 회원 20여명이 동학농민혁명기념관 회의장에 들어가 |
동학기념일 제정이 다시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 8월 27일(토) 오전 11시부터 1시간여 동안 동학농민혁명기념관(정읍시 덕천면 소재) 교육관에서 제3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6개 기념일 후보안에 대한 발표 및 토론’으로 잡혀있었지만, 예정된 일정은 접고, 13개 동학농민관련단체·유성엽 국회의원(정읍)·박대길 추진위원(동학농민혁명백산봉기기념사업회 추천·정읍시청 동학선양계장)이 제기한 ‘추진위원 자격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총 23명 중에서 14명이 참가했다. 신순철(남원·완주 중복추천)·이용이·김대곤·이병규·문병학(이상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추천)·이기곤(동학농민혁명유족회 추천)·임형두(동학농민기념사업회 추천)·성주현(동학혁명계승사업회 추천)·박대길(부안 추천)·왕현종(태안 추천)·위의환(장흥 추천)·이상식(광주·전남 추천)·조광환(정읍 추천)·채길순(보은 추천) 위원이 참가했다.
이날 회의는 언론과 방청객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회의를 참관하러온 정읍범시민대책위원회 40여명의 회원들이 비공개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며 일차적인 반발이 있었고, 출입문을 봉쇄한 회의장 밖에서 일부 몸싸움도 일어났으며, 회의가 끝난 후 20여명이 회의장으로 들어가 “비공개로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이것이 혁명의 정신이냐, 떳떳하게 회의를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순철 위원장은 “(추진위에) 제기된 문제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방청을 하고 있으면 위원들의 발언이 제약을 받기 때문에 못 들어오게 했다”고 언론에 인터뷰했다.
위원회 파행의 배경 우선 동학농민혁명이 국가로 일정하게 편입되는 것, 상징적으로 ‘국가적’ 기념일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근본적인 논의가 있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었기에, 이 논의는 일단 접어두자.
하지만 국가적 기념일이 된다는 것은, 정부가 끼어들게 되고, 지자체가 끼어들게 되고, 지자체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면서, 원천적으로 난맥상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결국 돈과 권력이 들어오는 이 지평 안에서는, 이 난맥상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야 될 것이냐가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에 편입되는 대가(代價)인 것이다.
하나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논의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 일정한 성과가 축적됐으며, 올해 또다시 기념일 제정이 표류한다면, 그것은 지역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유족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동학기념일이 제정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여기에 “동학혁명의 정신 아래 모든 문제와 갈등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동학기념일을 제정하자”는 주장이 있다. 문제를 봉합하거나 갈등을 곰기지 말고, 그것을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이 잘 조화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반대편에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상징성을 한 지자체가 소유함으로써, 국가기념일을 이용해 표심도 잡고 보조금·관광상품화를 통해 금권정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작금의 지형을 휘감고 있다.
위원회 파행의 구체적인 이유 13개 동학농민관련단체·유성엽 국회의원(정읍)·박대길 추진위원은 ‘추진위원 자격, 위원 추천 방식, 특정일을 공개지지한 인사의 지명직 위촉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위원자격의 문제는 “연구논문 또는 저술이 2편 이상인 것이 제대로 검증됐냐”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연구논문을 학술진흥재단의 등재지로 규정하고 있다.
둘째, 추천방식의 문제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5명, 동학농민혁명유족회 2명이 위원으로 지명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중복 추천한 경우와 추천을 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특정일을 공개지지한 인사의 지명직 위촉은 당연히 특정일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모아보면 “결국 추진위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3차 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됐으며,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제4차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앞으로 위원회의 행보 복수의 위원에 따르면, 기념재단 이용이 사무처장은 이날 회의에서 “여러 단체의 민원과 질의를 접수한 뒤 면밀히 검토한 결과를 이사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히고 “그 결과 추진위원의 자격과 운영방법 등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의 시비가 있으며, 특히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문제점 등이 노출되어 추진위 활동의 중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라는 입장을 공개했다.
그러자 일부 위원이 “이사장 독단으로 추진위 활동 중지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위원회 활동의 강행을 주장하며, 기념재단과 정읍을 성토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이용이 사무처장은 “여기에 참석한 위원들은 진정성과 공정성 그리고 객관적 판단에 따라 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지, 야합과 담합 등은 하지 않았는 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발언으로 다시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신순철 위원장은 제3차 회의 결과 “위원장과 기념재단이 협의해서 추진위 진행 일정을 결정하겠다”며 “위원자격 문제, 추천방식 문제, 특정일 지지 등 모든 것을 재단과 협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중지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중지는 안됐으며, 한 사람이 그런 주장을 했지만 계속 활동을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 일정도 위원장과 기념재단이 협의하기로 했다. 기념재단에서 위원회를 중단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신 위원장은 “위원회의 활동 중단은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며, 재단이 중단하라 마라 할 수가 없다”며 “위원회가 가동된 이상 재단이 중지시킨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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