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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주민 발암률 조사 은폐 의혹
교과부 “원전 주변지역 암(癌) 발병위험 규명 어렵다”<br>영광원전 경비원 부인 ‘뇌없는 태아’ 두차례 유산 뒤<br>20년간 조사결과 발표조차 안 해…결과보고서 축소도<br>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1년 09월 26일(월) 14:0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갑상선암 수치 높은데도 묵살…암 5종만 축소 보고

교육과학기술부가 20년 동안 핵발전소 인근 주민 1만1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를 지난 4월 완료하고도, 조사결과를 부실하게 분석해 결과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화)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원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데 역학조사 결과를 확보하고도 발표를 하지 않은 이유가, 이 조사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국민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가 담긴 보고서는 ‘보안과제’로 봉인돼 일반인은 볼 수 없으며, 그나마 국회에 제출된 것도 730페이지 최종보고서가 아닌 221페이지 축약보고서로, 대외적인 발표나 공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1989년 영광핵발전소 경비원 부인이 2차례나 ‘뇌 없는 태아’를 유산한 사건을 계기로, 1991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20년 동안, 핵발전소 인근(5킬로미터 이내) 주민 1만1367명, 근거리(5~30킬로미터)와 원거리(30킬로미터 이상) 주민 2만4809명을 대상으로, 암 발병 위험도를 대조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핵발전소 인근지역의 ‘모든 부위 암’ 발병 위험도는 근거리·원거리에 비해 남녀 모두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며 “핵발전소의 방사능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도 간에 인과적인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축약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론에서 ‘모든 암’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5개 암의 조사결과만 실려 있다. 남성은 위암·폐암·간암 결과만, 여성은 위암·폐암·유방암·갑상선암의 결과만이 실려있다. 김 의원은 “백혈병, 대장암, 림프종, 신장암, 뇌종양 등 방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병에 대해 조사를 하고서도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추궁했다.

또 보고서에 공개된 5개 암의 발병률을 봐도,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발병률이 훨씬 더 높은 암이 남성은 3개 중 2개, 여성은 4개 중 2개나 됐다. 특히 여성의 갑상선암은 핵발전소 인근 주민이 인구 10만명당 1년에 61.4명이 발병한 데 비해, 근거리 주민은 43.6명, 원거리 주민은 26.6명만이 발생했다. 이렇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경향성이 보이는데도, 보고서는 “규명이 어렵다”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조사결과에 특이사항이 없었다”며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제출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환경운동연합과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는 “보고서 내용이 매우 부실하고 주요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의혹이 있어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해서는 원본 자료를 공개해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제대로 된 분석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김상희 의원은 “보고서가 지역별 특성을 무시한 채, 원전이 있는 지역인 울진과 월성, 영광, 고리를 모두 뭉뚱그려서 분석한 결과만 담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3년 중간보고에서는 4개 핵발전소를 지역별로 따로 보고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오염원이 확인된 월성과 오염원이 전혀 없는 울진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통계자료가 작성되고 분석돼야 하는데, 최종보고서가 중간보고 때보다 너무 허술하고 부실하다”라고 주장했다.
고리 지역은 핵발전소로부터 700미터 안에 1천명이 넘게 사는 등 지역별 특성이 다르지만, 보고서는 지역별 통계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 보고서가 방사능과 인근주민간에 암 발생의 인과적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결론내고 있으나, 이런 결론을 내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당연히 해야할 통계처리도 생략했을 뿐 아니라 의도적인 데이터 누락까지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김상희 의원도 “핀란드의 경우 원전 주변지역 5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을 원전 종사자에 한정시켜 1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에 비해, 고리원전은 700미터 이내에 1천여명이 거주하는 등 4개 원전주변에는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어, 이 역학조사 결과는 이곳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교과부가 하루 속히 원전 인근지역의 암 발병률에 대한 주민들과 국민들의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제대로 된 분석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목) 유엔 원자력 안전 고위급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며 “한국은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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