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서 인기 최고여. 내가 노래하면 형, 누나, 매양, 동생들이 다 좋아라 혀. 내가 참 잘하거든.”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엔터테이먼트 박양대 어르신(79.심원 하전리). 박 어르신은 매일 아침 카세트와 노래테이프를 챙겨 고창읍 율계리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으로 향한다. 복지관을 함께 다니는 또래 어르신들에게 춤과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박양대 어르신의 무대는 식당 앞 복도. 특별한 무대도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다. 음향시설은 조그마한 카세트 하나, 관객은 또래 어르신들이다.
까만 선글라스에 빨간 모자, 빨간 조끼로 한껏 멋을 부린 박양대 어르신은 음악을 틀어놓고 공연 시작을 알린다. 그러면 어느새 복지관 식당 앞 복도는 박 어르신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또래 어르신들로 가득 찬다.
박양대 어르신은 팔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노래만 200여곡, 장르를 넘나드는 메들리로 3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노래와 춤으로 공연을 한다. 추임새와 박수로 박자를 맞추던 또래 어르신들도 어느새 신이 났는지 함께 무대로 나와 어깨춤을 춘다.
“매일같이 한나절씩 춤추고 노래하니까 건강허지. 노래 부르고, 춤 추면 스트레스가 없거든. 노래는 한번 기억하면 안 잊어버려. 공부하는 식으로 했는디 잊어먹간디. 장날이면 카세트 들고 시내 돌아다니면서 혀. 그러면 다들 좋아허제. 그것이 내 건강 비결이여. 산악회도 안빠지고 다녀. 내가 산악회에 안가면 사람들이 난리여. 재미없다고.”
박양대 어르신이 복지관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6월경. 복지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젊은 시절 약장수를 따라다니며 밤무대 가수까지 했다는 그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재능으로 2년째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춤과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양대 어르신은 노래를 하다가 지루하다 싶으면, 어느새 까만 가방에서 큼지막한 엿가위 한 쌍을 꺼내들고 자신의 특기인 가위춤을 선보인다.
“원래 끼가 많았어. 가위춤은 군대에서 배웠제. 일요일 날이면 노는디, 그때 가위춤을 출줄 아는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이 나를 가르쳤어. 그래가꼬 밤낮 주말마다 노래도 배우고 춤도 추고 했제. 제대하고 1년간 약장사를 따라다니면서 밤무대를 뛰었어. 밤에 내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약 살라고 오거든. 그렇게 하면 돈이 막 쏟아져. 그것이 재미졌제. 누가 가위를 팔으라고 하는디, 안 팔어. 내가 여그 가순디, 여기서 내가 하루도 안빼고 봉사활동을 하거든. 여기 어른들이 다 가족이여. 한 솥에서 밥 먹응게.”
춤과 노래가 인생의 즐거움이자 전부라고 말하는 박양대 어르신. 자신의 힘이 다하는 날까지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춤과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며,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이 나눠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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