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주머니에서 잔돈을 꺼내 모금함에 넣는 일입니다. 그래야 하루 장사를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죠. 잔돈을 모으는 것이라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어렵게 사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고창전통시장에는 장사를 하면서 생긴 잔돈을 매일 한푼 두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부부가 있다. 바로 영창쇼핑이라는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성수(50, 시각장애 3급)·김순례(40) 부부다. 전통시장에 있는 이들 부부의 가게 안 입구엔 나무로 만든 커다란 모금함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모금함이 오성수·김순례 부부가 매일 잔돈을 모으는 곳이다.
오 씨는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아봤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의 심정을 어느 누구보다도 압니다. 그래서 그런분들을 돕기 위해 장사하면서 남은 잔돈을 매일 모금함에 넣었다가 연말에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오성수 씨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안좋았다. 집안도 가난해 초등학교마저 중퇴하고, 13살 때부터 남의 집 일을 다니며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이후 24살부터 인천서 채소장사를 한 오 씨는 29살에 중매로 지금의 김순례 씨를 만나 결혼한 이후, 양말과 속옷을 팔며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1995년도에 고창읍 재래시장에 옷가게를 마련했다. 이후 2003년부터는 아내와 함께 가게에 모금함을 마련해, 장사하면서 생기는 잔돈을 푼푼이 넣어뒀다가 매년 초에 고창군과 여성자원활동센터 등에 성금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이렇게 전달되는 성금은 매년 70~8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여건이 될 때마다 방한복이나 겨울옷들을 추가로 구입해 추운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는 등 주위를 더욱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영창쇼핑은 월세를 내며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부부가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생각을 이해하며, 곁에서 묵묵히 따라주는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순례 씨는 “남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서 그러는지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고 잘 성장해 주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더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오성수 씨는 마지막으로 “이 일을 하면서 고창읍에만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 70여명 정도가 있습니다. 내년이면 저도 환갑이고, 가게를 월세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더 장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여건이 허락하는데까지는 어렵게 사시는 독거노인과 불우이웃들을 도울 계획입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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