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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산지 소 값 폭락
“이러다가 우리 소도 굶어 죽는 건 아닌지”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2년 01월 16일(월) 12:01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소 가격은 절반으로 뚝, 사료 값은 날이 갈수록 올라
생산단가 안 맞아 빚만 늘어, 정부대책은 실효성이 의문
지역에서부터 소비 촉진할 수 있는 방안들 모색해가야


   

한우 가격 폭락으로 축산농가들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소를 키워봤자 생산단가가 맞지 않아 오히려 빚만 눈덩이처럼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한 순창의 한 농가에서는 자식처럼 키워온 소 가 계속 굶어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소 가격 하락의 주요원인으로는 적정수준을 넘어선 사육두수 증가와 수입소고기로 인한 국산 소고기의 시장점유율 하락, 유통과정에서 추가되는 비용으로 인한 가격 상승,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을 들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곡물가와 유가 상승에 따른 사료 값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어 생산단가가 맞지 않아 축산농가들에게 빚만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암소도태 유도, 송아지고기 상품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정부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역 축산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지원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 소 사육두수 증가보다는 수입소고기 시장점유율이 문제
2011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한우 사육 현황을 보면 전국이 304만3,881두, 전북 36만2594두, 고창이 사육두수 작년 2만4054두라고 한다.

고창·부안축협관계자는 “국내 적정 사육두수은 250만두인데 현재 사육두수는 300만두를 넘고 있어 50만두가량이 과잉으로 사육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산 소고기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우고기의 시장점유율이 구제역 파동 이전 60%대에서 현재 35%대로 떨어져 약 25%가량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소 사육두수가 증가해 가격이 하락한 측면도 있지만, 값싼 외국산 소고기의 수입양이 대폭 늘어나면서 한우 소비시장을 절반가까이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육두수를 줄이기 위해 암소도태를 유도하고 송아지고기를 상품화하겠다는 방안만 내놓을 뿐, 외국산 소고기의 수입양을 줄여, 한우고기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 정부의 암소도태와 송아지고기 상품화 방안 현실성 없어
한우 사육두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축산농가들은 부정적이다. 가임암소의 도태를 통해 출산수를 줄여 사육두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정책에 축산농가가 따를 것이냐는 문제다.

관내 한 축산인은 “농가에서 암소를 키우는 것은 우량송아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초산과 2번째 출산 송아지가 별로 안좋다. 우량송아지는 3배에서 5배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그래서 농가들이 그때까지 새끼를 내고, 암소를 비육시켜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암소도태에 대한 지원이 암소를 키워 송아지를 3배에서 5배를 내는 것보다 경제성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현재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정부정책을 따라주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송아지고기의 상품화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고창·부안축협 관계자는 “송아지고기는 너무 부드러워 고기를 먹을 때 입감과 소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함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에 안 맞을 뿐더러,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고기양도 적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송아지고기의 소비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송아지고기 상품화에 쓰이는 소의 종류를 보면 한우가 아닌 육우(고기용 수컷 젓소)다. 현재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것아 바로 한우지만, 정부는 육우 송아지고기를 상품화해 과잉사육되는 소 사육두수를 줄이고, 산지 소 출하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또 군납되는 육류 중 일부를 한우로 대처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매이는 쏙 빠져 있는 상황이다.

고창 한우협회 강헌수 회장은 “얼마전 군부대에 납품되는 육류의 일부를 한우로 대처한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 시행은 안하고 있다. 또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면, 군부대에 보급되는 수입소고기를 줄여 한우를 납품하겠다는 것이 아닌, 돼지고기 중 24% 한우를 대처를 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축산농가 줄도산 막기위해선 생산비부터 해결해야
축산농가들이 도산위기까지 내몰리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우를 사육하든 육우를 사육하든 급등하는 사료 값에 비해 출하가격은 인건비는 커녕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어, 오히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빚만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 순창의 한 농가에선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10마리가 굶어죽고, 이후에도 다시 5마리가 아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지역 축산농가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소를 키우는 농가들이 모두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우협회 강헌수 회장은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관내 축산농가들도 많이 도산할 것이다. 사육두수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당장 키우고 있는 소는 먹여야 할 것 아닌가. 때문에 현 위기를 넘기기 위해선 국가차원의 생산비 지원 대책이 필요하고, 현재 과잉사육되는 소는 정부에서 수매·보관해 이후 공급부족현상이 일어나면, 시장조절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농가들이 정부에 서운해 하는 것은 FTA를 대비해 농가들에게 경쟁력을 갖추라고만 하지 말고, 농가들이 돈을 벌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돈을 벌어야 우사도 깨끗하게 하고 소를 잘 키워 좋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 국산 소고기 이용은 지역에서부터 이뤄져야
소 가격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위축이다. 때문에 지역에서부터 지역농가 축산물 소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 등의 적극적인 방안들을 모색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헌수 회장은 “지금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곳은 축협밖에 없다. 축협에서 농가의 소를 직접 구입해 이윤을 조금만 남기고 소비자에게 싸게 팔아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또 학교급식, 정육점, 식당 등 대량으로 고기를 소비할 수 있는 곳에선 가급적 국내산 소고기를 많이 이용해줘야 한다. 소비자들도 현재 국내 한우사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가급적이면 수입 소고기가 싸다고 먹지 말고, 국내산 소고기를 먹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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